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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중도·보수 단일화에 참여할 선수 윤곽이 얼추 드러났다. '안풍'이 다시 대두된 국민의당 경선 흐름대로라면 '홍준표-안철수-유승민'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세 명 모두 현재까지는 단일화에 소극적이지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비문연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가 30%대의 지지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반면, 세 명 모두 20%를 넘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문연대'를 위한 단일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 저마다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홍 지사는 '친박(친박근혜)', 안 의원은 '호남', 유 후보는 '지지율'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지형을 풀어내야 한다.

[홍준표] 보수 통합하자니 '친박'이 발목 잡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제19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대선후보 수락연설하는 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제19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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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대선후보인 홍 지사는 범보수 진영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앞서고 있지만 그마저도 하락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홍 지사의 지지율은 4%로 전주 대비 2%p 내려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지사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물론이고 국민의당과의 연대에도 문을 열어 둔 이유다. 그는 31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조기대선 구도를 '좌파 2명-얼치기좌파(국민의당) 1명-우파 1명'으로 전망하며 "유승민 후보와는 단일화한다기보다도 우리한테 들어오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보수의 당대당 통합을 강조한 홍 지사는 "국민의당과는 (단일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나중에 정치 협상의 기회가 오면 한번 보겠다"라고 여지를 남겨 두었다.

문제는 당내 친박 세력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친박 세력과 손을 잡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 후보는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친박 핵심들을 축출하면 단일화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걸었다. 유 후보 쪽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친박 청산의 기준으로 '삼성동 친박'의 제명 또는 총선 불출마를 제시했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박대출·이완영·김진태 의원 등이 대상이다. 안 의원도 "탄핵 반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연대는 반대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홍 지사로서는 여전히 당에서 주류인 친박 그룹을 버리고 갈 수 없다. 친박 핵심인 조원진 의원이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당 소속 의원 93명 가운데 82명이 서명했다. 친박의 건재함이 드러난 대목이다.

당 지지층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 여론도 만만찮다.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온 김진태 의원의 지지율 3~5%대로, 유승민 후보보다 높게 나온다. 단일화를 위해 친박과 손을 놓기에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외연 확장만큼 내부에서의 탄탄한 지지도 필요하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친박을 청산할 방법이 없다는 건 선수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친박들은 이미 당에서 2선으로 빠져서 정치적으로 탄핵당했으니 이제는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안철수] 보수와 손잡자니 호남 표심 무시 못 해

지난 30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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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로 올라서며 문재인 전 대표를 추격 중인 안철수 의원은 '자강론'을 고집 중이다. 최근 "국민에 의한 연대"를 강조하며 다소 가능성을 열어둔 듯하지만, 직접적으로 단일화를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안 의원의 지지율은 여전히 1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한계에 직면했다. 문 전 대표와 박빙 승부를 벌이려면 지지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호남 민심과 중도·보수의 표심을 둘 다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국민의당 내부에서 '영·호남 통합론' 등이 흘러나오는 배경에도 결국 지지층 확대를 둘러싼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가치연대도 시나리오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자강의 범위 내에서 연대하는 건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지지층이 다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자유한국당이 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문재인 캠프 쪽 관계자는 "(문재인·안철수) 1:1 대결이 되려면 보수가 안철수로 단일화해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국민의당의 '표밭'인 호남 민심이 '안철수-보수' 연대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국민의당의 지역구 의원 26명 중 23명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당원의 약 55%도 호남 지역에 몰려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지역 순회 경선에서도 호남권은 9만여 명, 영남권은 1만 여 명이 참여하는 등 지역 편중이 엿보인다.

다자구도로는 문 전 대표를 꺾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보수와 덜컥 손을 잡으면 호남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무시 못 한다. 만약 안 의원이 중도·보수 표심을 얻기 위해 안보에서 '우클릭'을 시도할 경우, 김대중 정부가 추구해왔던 '햇볕정책' 등과 충돌하게 돼 호남 민심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일단 호남 민심의 추이를 살펴보며 연대의 길을 열어두는 모양새다. 박지원 대표는 "후보 선출 후에는 국민이 자동으로 연합이나 연대, 연정의 길을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민] 원칙 지키자니 낮은 지지율이 걸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환호에 답하는 유승민 지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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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후보는 본선행 티켓을 따자마자 '조건부 중도·보수 단일화'를 내걸며 한국당과 국민의당 양쪽을 상대로 각각의 원칙을 제시했다. 한국당에는 '친박', 국민의당에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문제삼았다.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완주할 의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난제는 지지율이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에도 유 후보의 지지율은 1~3% 사이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상황이다. 원내 제5당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도 밀린다. 현재 성적이 처참하다보니 유 후보가 각을 세우고 있는 한국당에서도 "바른정당은 존재감이 없다", "대선에서 변수가 못 된다"라는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일화 국면에서 휩쓸리지 않기 위해 던진 견제구가 먹히질 않는 형국이다.

독자 완주도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거자금 때문이다. 대선에서 득표율이 10% 이내인 후보는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보조금이 약 63억 원 정도 나올 예정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479억 원, 문재인 후보는 485억 원을 지출했다. 유 의원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선거는 현실이라서 (선거비용을) 고려 안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지율 상승을 위해 '자강론'과 '원칙 있는 보수'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에서는 '배신자' 낙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 유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데도 불구하고 TK 지역에서의 지지율이 문재인·안희정·안철수 등 구야권 후보들보다도 낮다. 이를 두고 홍 지사는 "TK 정서는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라며 유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는 차원에서 오는 2일~3일 경북과 대구 지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유 후보 캠프의 주요 관계자는 "주어진 시간 안에 TV 토론 등 어떤 방법으로든 여론을 흔들어 판을 뒤집어야 한다"라며 "최종 단일화를 통해 누가 되든 '비박(비박근혜)'와 '반문(반문재인)' 세력의 연대가 이뤄지면 문 전 대표를 이길 가능성도 있다"라고 관측했다.


태그:#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단일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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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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