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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배우는 독일인들.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배우는 독일인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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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국가 경쟁력에 비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한국 중고등학생들의 성적은 세계 경시대회에서 상을 탈 만큼 굉장히 뛰어납니다. 반면 독일은 OECD 국가들 중 중하위 권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독일은 선행 학습을 시키지 않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특히 강남권에서 불고 있는 조기 교육과는 굉장히 대조되는 모습이죠. 한국에서 이렇게 키웠다면 아마 전쟁같은 대입 입시 경쟁 속에서 상당히 뒤처지고 말았을 겁니다. 이렇게 뒤처지면 취업난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여기 독일은 중고등학교 때 성적은 대학 입시, 더 나아가 사회에서의 경쟁력과는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럼 어떤 교육 체계를 가졌길래 오늘 날, 국가 경쟁력이 탄탄한 독일이 가능했을까요?

독일의 효율적인 교육 제도

아래 교육 체계도는 독일이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독일의 경우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른 교육 체계를 가지고 있어 세부적인 교육체계를 다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독일 이민 전 자녀의 교육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이민 대행 업체에 많이 문의를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답변을 듣기 힘드셨을 겁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이죠.

독일의 교육 시스템
 독일의 교육 시스템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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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본적인 독일의 교육체계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조금 복잡하니 위 그림을 보시면서 따라오시길 바래요!

1. 유치원 (kindergarten)

독일은 유치원 교육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라고 합니다.

만 6세가 되기 전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kindergarten)에 다닙니다. 취학 전 아이들의 75%는 유치원을 다닌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유치원 전에는 'KITA'라고 어린이집에 다니기도 하지요. 이런 모습은 한국과 비슷하죠?

하지만 독일 유치원과 한국 유치원 간에는 차이가 있답니다. 한국 유치원의 경우 산수, 영어, 글자, 태권도 등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굉장한 양의 수업을 하죠? 게다가 영어 유치원이 따로 있어 부모가 월 200만 원 이상을 지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 독일은 유치원에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독일 유치원은 단지 노는 곳입니다. 가끔은 "이 사람들이 정말 선생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치원 선생님들은 거의, 아무 수업도 안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면서 자율을 스스로 깨닫고 협동심이라는 것도 스스로 익힙니다. 항상 독일 아이들의 표정이 밝고 해맑은 이유는 이러한 교육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2. 초등학교 (Grundschule)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만 6세가 되면 초등학교(Grundschule)에 입학합니다. 한국은 6년인데 비해 여기 독일은 4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교육 방식도 한국과 굉장히 다릅니다. 독일의 교육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한국처럼 초등학교 때 모든 내용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수업 방식은 대부분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독일은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양방향 수업입니다.

어릴 때부터 독일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익힙니다. 한국 학생들은 질문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지만 토론 방식의 수업을 고집하는 독일에서는 수업시간마다 손 들고 질문하는 아이들이 넘쳐납니다.

이렇게 초등학교 (Grundschule)를 마치게 되면 진로를 어느정도 결정합니다. 참 빠르죠? 겨우 4년 배웠는데 말입니다. 상급학교로 진학 할 때는 학생의 능력과 적성, 선생님이 조언을 고려해 부모님과 상의 후 기본학교(Hauptschule), 실업학교(Realschule), 인문계 학교(Gymnasium), 종합학교(Gesamtschule) 중 한곳을 택해 진학합니다.

3. 하웁트슐레 (Hauptschule)

직업학교 축에 속하는 하웁트슐레(Hauptschule)는 5년제로 초등학교(Grundschule) 졸업생의 약 20%가 진학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직업 교육과 더불어 제2외국어 교육도 받을수 있습니다. 하웁트슐레(Hauptschule)를 졸업하면 직업을 배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가지며 여러 산업 분야에 취직할 수 있습니다.

4. 레알슐레 (Realschule)

실업학교 축에 속하는 레알슐레(realschule)는 6년제로 초등학교(Grundschule) 졸업생의 약 30%가 진학하는 곳입니다. 이곳을 졸업하면 대학 진학은 못하지만 사무직 직업 교육을 받은 후 업무 수행 능력을 인정받습니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김나지움 상급 코스로 진학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독일은 초기 교육에서부터 직업 교육, 즉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교육을 깊게 가르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제도 덕분에 인문계 진학율과 실업계 진학율이 비슷할 수 있으며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독일이 기술 강대국으로 인정 받는 이유엔 이러한 탄탄한 직업 기술 교육제도가 있었네요.

5. 김나지움 (Gymnasium)

인문계학교 축에 속하는 김나지움(Gymnasium)는 9년제로 초등학교(Grundschule) 졸업생의 약 50%가 진학하는 곳입니다. 이 곳에 오는 학생들은 주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는 한국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수학, 물리, 화학, 예체능, 역사 등을 배우며 이곳 과정을 수료하고 졸업시험에 통과하면 '아비투어'라는 증서를 받게됩니다. 이 증서를 받은 학생은 일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지요.

아비투어 시험은 필기와 문답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시험에 떨어지면 1년 뒤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6. 게잠트슐레 (Gesamtschule)

1970년대에 생긴 게잠트슐레(Gesamtschule)는 하웁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 이 세 학교 특징을 합쳐 놓은 종합학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5~6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초등학교 졸업 후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학교입니다.

물론 진로를 변경할 수 있는 기회도 많습니다. 레알슐레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경우 김나지움으로 옮길 수도 있고, 김나지움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은 레알슐레로 옮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급 학교 과정 후 후기 중등교육과정을 마치면 대학교, 전문 단과 대학으로 진학합니다.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대학교 순위가 크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SKY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의 열성도 대단한데요, 이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좋은 직장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한국 문화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일은 고등학교 때도 공부에 매진하지 않습니다. 동아리 등 클럽 활동에도 시간을 할애하는 편입니다. 대학 진학의 경우 본인이 원하는 전공이 유명한 대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편이며,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독일은 대학교마다 유명한 전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학생들은 자기가 공부 하고 싶은 전공을 대학교 가서 더 깊게 파고 드는 편이지요. 물론 이 덕분에 박사 진학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배우는 과정은 느리지만 차근차근 본인의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독일인들. 이러한 독일의 교육제도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태그:#독일 교육제도, #독일 직업학교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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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독일의 신기한 문화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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