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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선악의 저편>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모든 사람은 삶의 전쟁터에서 자신의 괴물과 싸운다. 하지만 괴물과 싸워 승리한 후의 삶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수십 년 동안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살았는데, 정작 복수를 하고 나니 삶의 이유를 잃고, 술로 세월을 보내는 한 무협영화 주인공의 이야기도 이와 같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괴물과 싸워온 청년이 있다. 성악가 최성봉. 그는 세 살 때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 후 20년 넘게 소외, 구타, 억압은 그를 괴물처럼 따라다녔다. 언어보다 욕을 먼저 배웠으며 생존을 위해 껌 파는 법을 배워야 했다.

2011년, 칠흑같이 어두웠던 그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내렸다. 그의 스승이었던 팝페라 가수 박정소의 권유로 그는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불렀다. 그의 이야기는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에 빠뜨렸다. 그는 세계를 무대로 희망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그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을까? 지난 2월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최씨를 만났다.

그는 코리아 갓텔런트에 출연해서 넬라판타지아를 불렀다
 그는 코리아 갓텔런트에 출연해서 넬라판타지아를 불렀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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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은 어떠했나.
"색깔로 치면 어린 시절은 온통 검붉은 색이다. 유흥가 화장실, 길바닥이 내 집이었다. 10년 넘게 어른들에게 껌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조폭, 양아치, 알코올 중독자들이다. 사람을 증오했고 내 인생을 저주하며 산 것이 유년 시절 기억의 전부다. 네온사인, 피, 물건 부서지는 소리. 이런 것들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 지금은 많이 행복해 보인다.
"표정을 밝게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어두운 마음을 내비치면 사람들이 거리를 두더라. 물론 어릴 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 하지만 유년시절 기억이 여전히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 때문에 가끔 힘들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최근에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작년 9월에 강남구청의 한 담당자가 나를 찾아왔다. 어떤 시민이 나를 국민추천포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하더라. 담당하시는 분께서 몇 번 왔다 갔다 하시면서 조사하고 가셨다. 그리고 몇 주 뒤에 국민추천포상 포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 어떤 상인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를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나 말고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받게 되어서 과분하게 생각한다."

조금 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 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최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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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후원도 하고, 때로는 직접 찾아가서 아이들과 이야기도 한다. 가끔 재단에 속하지 못한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직접 찾아가서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물질적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먼저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목표가 없는 친구들에게는 목표를 심어주고, 사람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사람을 소개해준다. 돈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일정 금액을 생활비로 주기도 한다."

- 아이들로부터 감사편지가 많이 올 것 같다.
"그런 것도 있지만, 오히려 내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주로 나에게 '어려움 가운데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걸어 왔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부모 밑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사랑받을 나이에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하고 생존에 대해 고민을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더 열심히 삶을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에게는 말보다 직접 삶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 아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물질적인 후원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관심인 것 같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은 닫힌 마음 문을 열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앞으로 계획은.
"사람들과 관계에 있어서 조금 더 유연해 지고 싶다.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성봉씨는 어릴 때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이겨냈기 때문에 삶의 중심을 잘 잡을 것 같아요.' 사실 그렇지 않다. 내 내면엔 여전히 실패에 대한 불안, 사랑에 대한 결핍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전부 사람에게서 오는 감정들이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우려면 내면적으로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3월호에 실렸습니다.



태그:#최성봉, #코리아갓텔런트, #감동,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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