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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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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설마'한 사람들도 있었다. 최근 여러 설문조사에서 특검 연장에 찬성하는 응답 비율이 70% 가까이 나온 데다 야권도 황 대행을 강하게 압박하는 분위기였던 만큼 그가 섣불리 특검 문을 닫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황 대행은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 편에 섰다.

처음부터 든든했던 '대통령의 사람'

처음부터 그랬다. 2013년 3월 13일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황교안 대행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대통령의 사람'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이 걸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그해 6월 11일, 윤석열 수사팀장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대검 공안부도 한 달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동의했는데 장관이 저렇게 틀어쥐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황교안 장관이 무리하게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관련 기사 : "장관이 저렇게 틀어쥐고 있으면 방법 없다").

끝내 수사팀은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후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윤석열 팀장은 상부 지시를 어겼다며 수사팀에서 배제 당했고, 박형철 부팀장은 연이은 좌천성 인사에 항의하다 2016년 검찰을 떠났다. 다른 검사들도 정기 인사 등을 이유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사이 항소심서 전부 유죄 판결이 나왔던 원 전 원장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법리상 오류가 있다며 파기환송, 서울고등법원에서 2년째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청구인 측 대리인이 2014년 11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 마지막 공개변론에서 최종변론을 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최종변론 자료 검토하는 황교안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청구인 측 대리인이 2014년 11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 마지막 공개변론에서 최종변론을 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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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황교안 장관은 승승장구했다. '미스터 국가보안법'의 취임 첫 해, 검찰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얽힌 '내란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곧바로 위헌정당·단체관련 대책전담팀을 구성한 법무부는 11월 5일 국무회의에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듬해 1월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첫 변론기일에 출석한 황 장관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만은 허용될 수 없다는 헌법의 선언이고, 국민 뜻"이라고 주장했다. 최종변론까지 직접 나설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노력'은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8명이 통합진보당 해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성과'로 이어졌다. 황 장관은 2015년 6월 이임사에서 이 일을 자신의 업적 1호로 꼽기도 했다(관련 기사 : '미스터 국보법', 이임사로 공안정국 예고?).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은 더욱 두터워졌다. 2015년 4월 성완종 게이트로 갑작스레 낙마한 이완구 총리의 후임자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한 달 뒤 황 장관을 신임 총리 후보로 지명한다.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대테러방지법 등 정부 결정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적극 방어에 나섰다. 또 박 대통령 측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야당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의혹 제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관련 기사 : "유언비어에 의법조치" 최순실 의혹 차단나선 황교안).

'특검 연장 거부'로 끝까지 박근혜 편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관 앞에서 '특검연장 거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당 "황교안을 규탄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관 앞에서 '특검연장 거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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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의 직무를 대신하는 현재에도 황교안 대행의 마음은 여전하다. 27일 그는 다음날이면 끝나는 수사기간을 연장해달라는 특검의 요청을 거부했다. 황 대행의 결정은 3월 13일 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할 경우 '피의자 박근혜'가 대치동 특검사무실 포토라인에 서는 일을 막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특검 활동의 한 축, 수사는 2월 28일로 종료하지만 또 다른 축인 재판은 앞으로 시작이다. 사법절차의 마무리가 법원의 판단인 만큼 특검의 남은 과제 중에 무엇보다 중대한 것은 공소 유지다.

하지만 이번에도 황교안 대행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혐의의 공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을 이어가려면 파견검사들이 잔류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법무부 협조가 필수다. 그런데 법무부는 황 대행의 영향력 아래 놓인 정부부처다. 최악의 경우 특검은 이규철 특검보 말대로 "특검보 혼자 법정에서 삼성 쪽 변호사 수십 명을 상대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황 대행은 과연 끝까지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태그:#황교안, #박근혜,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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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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