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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사적 이익 취득 혐의와 관련해 이날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를 소환했다. 현직 대사의 특검 소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은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이어 2번째다.
▲ 특검 소환된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사적 이익 취득 혐의와 관련해 이날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를 소환했다. 현직 대사의 특검 소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은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이어 2번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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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공적개발원조(아래 ODA) 자금으로 진행되는 '미얀마 K타운' 사업 추진과정에서 이권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760억 원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사업에 특정 기업의 참여를 약속한 대가로 지분을 받은 혐의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출범한 '코리아에이드(Korea Aid)' 사업에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르재단 등이 개입한 데 이어 또다시 ODA가 최씨의 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K타운 사태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한국 ODA의 씁쓸한 민낯을 마주하게 한다.

이번 K타운 사태로 한국 ODA가 원조를 받는 국가나 주민들의 혜택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 최순실씨가 K타운 사업을 추진했던 이유도 한국인 인아무개씨가 운영하는 M사가 사업 참여로 이득을 보면, M사의 지분을 가진 최씨가 덩달아 이권을 챙기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K타운 사업 기획단계부터 유독 한국 기업의 참여를 강조했고, 사업 내용도 컨벤션센터를 건립해 한류 관련 기업을 입점시키는 것이었다. 협력대상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ODA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애당초 미얀마의 발전은 뒷전이었고, 한국 기업의 진출과 한류 전파를 최우선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이권에 연루된 사업시행자가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ODA 사업에 참여할 위험도 크다. M사 한국지사는 수익성도 낮고 부채도 많아 불안정한 상태였음에도 최씨의 권력에 힘입어 K타운 사업에 참여하려 했다. 지난해 코리아에이드도 미르재단이 정부TF에 참석하고 사업에도 직접 개입해 논란이 일었다. 이렇게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없이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ODA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뿐더러 상대 국가의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이번 K타운 추진은 ODA 사업선정의 절차적 정당성도 의심하게 한다. ODA는 협력대상국의 요청을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되는데, K타운 사업은 지난해 7월 미얀마 측의 요청이 있기 전부터 청와대에서 이미 논의를 진행했다.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코이카 측이 미얀마 방문 당시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이후에도 청와대는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실행 전에 중단되었지만, 특정 개인이 개입해 ODA 사업발굴 절차 중 타당성 조사까지 진행됐다는 점에서 과연 사업이 정당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렇듯 미얀마 K타운 사태는 사익을 취하기 위해 국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울 때, ODA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류애적, 인도적 차원에서 전 지구적인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고자 하는 국제개발협력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지고, '한국'과 '개인'의 이익만이 남는다. 40여 개에 달하는 여러 기관의 사업들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예산을 비롯해 기획-실행-평가에 이르는 ODA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를 철저하게 감시하지 못한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고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나라를 뒤흔든 비선 실세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ODA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을지 모른다.
 
K타운 사업이 중단되어 다행스럽다고 하기에 ODA는 이미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한국 ODA는 누구의 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 발전대안 피다 블로그(http://pida.or.kr/220934292306)에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미얀마K타운, #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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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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