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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게 잘린 산, 파헤쳐진 땅, 꼭같은 모습으로 쌓아 올린 높은 집들의 잿빛 뼈대들…….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사라졌을까' 하는 물음과 함께 불안이 솟았다."
- 지난 기사 '23 15 30 시간, 중국 기차 여행의 묘미' 안에서

중국을 여행하는 내내 체기 같은 불안을 느꼈다. 느린 기차를 타고 또 걸으며 중국 대륙의 크기와 그 속의 변화를 실감할수록 불안은 커졌다. 그리고 상하이 '인민공원'에서, 우연히 내 불안을 고스란히 옮겨 형상화한 듯한 작품을 보고 놀랐다. 

불안의 정체
 불안의 정체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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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샤포웨이(Shapowei). 작고 아름다운 마을 가운데 저 홀로 우뚝 솟은 저것은 백화점 건물이다. 무자비한 침입자의 장검 같기도, 퍼큐(fuck you)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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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머문 샤먼. 기차역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이다. 미적 요소나 생명력이라곤 전혀 없는 고층 건물들이 이미 너무 많은. 그럼에도 가는 곳 거의 어디나 이렇게 공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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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행 기차 안에서 본 크게 잘린 산의 모습. 오래 전 텔레비전에서 얼굴이 반 밖에 없는 사람을 봤을 때처럼 기분이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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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15시간, 길게는 30시간 동안 기차 창 밖으로 이렇듯 파헤쳐진 땅들이 지겹도록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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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도착한 상하이. 낯선 도시의 얼굴은 뜻밖에도 식상했다. 기대하고 나간 소개팅에서 퇴짜 놨던 상대를 다시 본 기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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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의 타오화 탄쨘(TAOHUA TANZHAN)역. 갓 지은 티가 나는 지하철역과 인근 아파트 단지 옆에 또다른 아파트와 대규모 인공 정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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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버스를 타고 가다 내린 동네. 이곳에서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기 전 마을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고 단촐한 집들, 푸른 텃밭, 천진한 아이들의 노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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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서핑을 했던 상하이의 찌아띵 서쪽(West Jiading). 심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동네에서 느낀 건 죽음의 여운이었다. 원래 살던 사람과 자연은 모두 죽거나 떠나고, 새로 들어선 우주선처럼 거대한 빌딩 안팎은 지나치게 말끔하고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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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꼭같은 모양의 아파트들, 그것들이 뿜어낸 회색 먼지. 그 속을 불길한 마음으로 걷던 한날, '山水間(산수간)'이란 이름의 전시회를 보게 됐다. 그리고 내 불안의 정체가 '사라진, 또한 사라질 나와 같은 생명들'에 대한 슬픔이고 두려움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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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멀고 낯선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어딘가 멀고 낯선 곳을 여행할 땐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지난 2016년 11월 9일부터 세 달간의 대만-중국-베트남 여행 이야기입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



태그:#중국여행, #CHINA TRAVEL, #山水間 , #인민공원,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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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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