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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선언을 마치고 시청 기자실에 들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선언을 마치고 시청 기자실에 들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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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두 번을 그리 어렵지 않게 됐던 것 때문에 아마 정치라는 것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깜짝 불출마선언을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곧바로 시청 기자실에 들러 한 말이다.

갑작스런 사퇴 결단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묻는 말에는 "무엇보다도 국민 뜻이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저 개인의 준비도 많이 부족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국민들의 뜻이 정권교체에 있는 만큼 지지율 답보 상태인 자신이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또한 지난 두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한 데 도취해 정작 대선 준비에는 소홀했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읽히기도 한다.

박 시장, 어제 저녁 최종결정... 그러나 며칠 전부터 고민한 듯

"정말이야? 전혀 예상치 못했다."
"어제까지도 아무 눈치를 못 챘는데... 이게 웬일이냐."

26일 아침 일찍 언론보도를 보고 소식을 알게 된 서울시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박 시장의 출마 포기를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시장은 최근까지도 "아직 경선이 시작도 하지 않았다, 검증이 시작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지율 반등을 자신해왔다.

어제만 해도 청년정책을 발표하며 '대통령이 되면' 청년 기본소득 3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어제 저녁 일정을 마친 뒤 간부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지난 주말 이전부터 사퇴를 고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정무라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어제 저녁 최종적으로 결정하셨지만 실은 며칠 전부터 고민했다"며 "이번주 들어 언론 인터뷰가 하나도 안 나갔지 않냐"고 말했다. 지난 일요일 KBS 인터뷰도 포기할까 했는데 일정이 잡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것.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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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혁신보단 정권교체에 관심... 지금은 때 아닌듯"

서울시 간부들은 박 시장의 갑작스런 사퇴가 아쉽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하승창 정무부시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박 시장이) 그간 열심히 했지만 낮은 지지율도 그렇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즉, 특검이나 탄핵심판 등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정권교체로만 가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외치고 있는 '혁신' 구호가 제대로 먹혀들어갈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서울시장 5년을 통해 박 시장이 갈고닦은 자신의 컨텐츠는 엄청나다"며 "작년말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촛불정국과 조기대선으로 인해 이를 알릴 기회나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게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도 많다.

한 개방직 고위간부는 "시민 혁신가인 박 시장이 정치가로 변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며 "대선 출마를 무리하게 강행해 그저 그런 한 명의 정치인처럼 소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출마선언을 반겼다.

그는 최근 박 시장이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다가 역풍을 맞았던 것을 예로 들고, "오히려 불출마선언이 더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전격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잠재력이 많으신 분인데 굉장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설인사를 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전격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잠재력이 많으신 분인데 굉장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설인사를 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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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사업 완성에 시간 필요... 차라리 잘 됐다"

큰 바다로 나아가는 뱃머리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온 박 시장은 일단 시정에 전념하며 자신의 행보를 다시 설계한다는 생각이다.

홀가분한 표정의 박 시장은 이날 기자실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너무나 긴 여행을 했던 것 같다"며 "(이제) 확인한 민심도 되돌아보고 성찰도 하고 스스로 추스르면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시 간부들도 일단 말을 아끼면서도 "차라리 잘 된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국장급 간부는 "박 시장이 당초 국민의 뜻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시장이 시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또 다른 간부도 "마을공동체, 사회적기업 등 '박원순표 혁신'이 토대는 구축했지만, 하나의 사회적 대세나 가치를 완성하려면 아직 미진하다"며 "그런게 꽃을 피우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라리 잘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나 간부들 모두 3선 도전에 대한 입장에는 "아직 시간이 많다"며 판단을 미뤘다.


태그:#박원순, #불출마,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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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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