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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총장 취임식이 예정된 글로벌프라자 효석홀 입구에서 2일 오전 범대위 소속 학생과 교수들이 총장 취임식 연기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경북대 총장 취임식이 예정된 글로벌프라자 효석홀 입구에서 2일 오전 범대위 소속 학생과 교수들이 총장 취임식 연기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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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일 오후 5시 6분]

'2순위 총장'이라는 오명 속에, 제18대 김상동 경북대학교 총장 취임식이 당초 글로벌프라자 효석홀에서 본관 5층 중앙회의실로 옮겨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의 총장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일부 구성원들과의 마찰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관련기사 : 경북대 교수회, '2순위 총장' 임용 수용... 일부 반발).

경북대는 지난 2014년 12월 총장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를 통해 김사열 생명공학과 교수를 1순위, 김상동 수학과 교수를 2순위로 선정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총장임용제청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김사열 교수는 총장임용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교육부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총장 임용 후보자를 재추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경북대는 1순위와 2순위 후보를 총장 임용후보자로 재추천했다. 당시 교수회 의장인 윤재석 교수는 "교육부가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용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며 김사열 교수가 총장에 임명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0월 20일 김상동 교수를 총장에 임명하면서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정권에 비판적인 김사열 교수를 반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사열 교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수석이 나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교수들과 총학생회가 2순위 후보자의 총장 선임에 반대하면서 단식에 들어가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김상동 교수는 총장 취임식을 연기하고 교수회는 9명의 교수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임용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경북대 총학생회와 경북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경북대학교 민주적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는 2일 오전, 총장 취임식이 예정돼 있던 글로벌프라자 효석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장 취임식 연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효석홀 입구와 단상 위에 올라 "구성원 뜻 역행한 총장임용, 경북대는 거부한다",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왜 합니까? 부끄러운 척도 안 하는 사회",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총장취임식 거부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취임식 진행을 강하게 항의했다.

경북대범대위 "총장임용규정 위반, 취임식 미뤄야"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경북대 본관 앞에서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범대위는 "'경북대 임명총장 사태'는 청와대와 교육부가 불법적으로 '2순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한 국정농단의 결과물"이라며 "임명총장의 취임식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에 의해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박근혜정부에 굴종하는 행위이며 반시대적이고 반역사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국회와 특검에서 경북대를 비롯한 국립대총장 사태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임명총장의 취임식은 적어도 그 결과가 나온 이후로 연기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경북대 총장 취임식이 예정된 글로벌프라자 효석홀 단상에 올라간 범대위 관계자들이 취임식 연기를 요구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북대 총장 취임식이 예정된 글로벌프라자 효석홀 단상에 올라간 범대위 관계자들이 취임식 연기를 요구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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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김상동 경북대 총장 취임식이 열린 가운데 취임식 연기를 주장하던 학생들이 취임식 장소를 봉쇄하자 눈물을 흘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2일 오전 김상동 경북대 총장 취임식이 열린 가운데 취임식 연기를 주장하던 학생들이 취임식 장소를 봉쇄하자 눈물을 흘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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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경북대교수회가 총장사태 의혹을 밝히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장 임명까지의 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며 "경북대가 2016년 8월 총장 재추천이 아닌 실질적으로 총장후보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해 총장후보 선출이 2014년의 행위가 아닌 2016년의 행위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2014년 총장 후보인 1순위 김사열 교수와 2순위 김상동 교수를 추천해 김상동 교수가 총장으로 임명됐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부정하는 것으로 '경북대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손광락(영문과) 교수는 "경북대교수평의회와 총장추천위는 2014년 총장선정의 결과를 추인하는 재추천 결정을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속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새로이 총장선정이 이루어진 것처럼 모든 서류를 꾸며서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는 교육부와 청와대의 지속적인 재선정 강요에 굴복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경북대범대위와 교수회가 구성한 특별위원회에서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후 총장 취임식을 해도 늦지 않는데 왜 이렇게 성급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총장 취임식은 부끄럽지 않게 우리가 환영하는 취임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소 옮겨 취임식 강행, 학생들은 울부짖기도

경북대는 2일 오전 본관 5층 출입구를 막고 총장 취임식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범대위 관계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경북대는 2일 오전 본관 5층 출입구를 막고 총장 취임식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범대위 관계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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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학내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2일 오전 총장 취임식을 진행했다. 김 총장이 참석자들과 함께 교가를 부르고 있다.
 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학내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2일 오전 총장 취임식을 진행했다. 김 총장이 참석자들과 함께 교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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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효석홀 단상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자 참가자들 사이에 일부 입씨름이 있었으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학본부는 결국 본부 5층 중앙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취임식을 강행했다. 학교측은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계단을 막고 범대위 관계자들의 행사장 출입을 봉쇄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취임식장에 들어가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측이 출입을 봉쇄하자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 일부는 눈물을 보이며 "이게 경북대의 모습입니까? 이게 민주주의입니까"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취임식을 마치고 나온 김상동 총장은 "책임감이 무겁고 경북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와 교육부에 대학자율권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의 정상화는 교육 내실화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교육을 받고 자기의 철학과 꿈을 펼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2일 오전 취임식을 마치고 반발하는 일부 구성원들을 뒤로 한 채 계단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
 김상동 경북대 총장이 2일 오전 취임식을 마치고 반발하는 일부 구성원들을 뒤로 한 채 계단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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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총장 임명에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지난 2년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했을 뿐 정치활동을 하거나 로비를 한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장 선출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했고 김사열 교수도 동의했다"며 "김 교수에 대해 할 말은 없다. 교수회의 특위가 구성돼 있고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장 추천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나 정치적 의도에 의한 총장 임명이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총장에서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범대위가 총장 취임식 강행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김 총장은 빠른 취임식을 통해 경북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태그:#경북대, #총장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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