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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결국 쪼개지긴 쪼개질 모양이다. 21일 오전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1명이 27일까지 탈당계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비주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 4명도 탈당 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만약 예정대로 탈당이 이뤄지고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넘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3지대론(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주류인 친박계와 친문계에 대항하는 중도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을 주도할 수도 있다. 정치권이 비박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일각에서는 '정말 새누리당이 쪼개질까'라는 의구심이 표출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위기의 순간 다시 결집하는 새누리당의 복원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너 죽고 너 살자'식의 극심한 계파 갈등과 반목에도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봉합에 성공해왔다.

'도로 친박당'... 이것이 새누리당의 민낯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경선 개표 진행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웃음 터진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경선 개표 진행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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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친박계와 친이계의 피 터지는 골육상쟁에도 당을 깨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2008년 총선 당시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학살, 와신상담했던 친박계의 2012년 총선에서의 복수혈전, 2016년 총선 당시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 파동과 그로 인한 총선 패배의 후유증에도 다시 의기투합했던 그들이었다. 이처럼 그들은 갈라설 듯하면서도 다시 합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왔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새누리당의 봉합술은 그들의 태생적 정치 환경에서 기인한다. 새누리당은 패권적 지역주의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정당이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는 한 지역 기반이 탄탄한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지려야 질 수가 없는 정당이다. 그런 까닭에 공천 비리, 성추문, 각종 불법비리, 목불인견의 패권 싸움에도 새누리당은 다수당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되는 법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연전연승, 승승장구해온 새누리당은 '쇄신과 개혁', '당내 민주화' 같은 시대적 담론과는 완전히 담을 쌓게 된다. 그리고 이는 새누리당이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정치 결사체가 아닌 권력과 기득권 수호를 위한 이익집단으로 변질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친박계야말로 새누리당의 민낯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근한 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은 이를 방조한 새누리당, 그중에서도 친박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추궁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었던 그들을 향해 '새누리당의 해체'와 친박 지도부의 '정계 은퇴'를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보수언론들 역시 친박계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최소한 지도부의 조건없는 2선 후퇴와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을 주문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쇄신과 혁신, 자성과 환골탈태를 원하는 민심과는 유리된 채 '도로 친박당'이 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친박 정우택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이 그 명백한 증거다. 국민은 '새누리당 해체'를 포함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친박계는 '박근혜의 아바타'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 자신들이 출범시킨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마저 당권을 거머쥐자 주저 없이 해체해 버리는 그들이다. 시쳇말로 '답이 없는' 정치집단이다.

'개헌' 카드로 꼼수 부리는 비박계, 그들도 똑같다

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박계 긴급회동에서 탈당을 선언한 뒤 어깨동무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유승민 김무성 황영철 권성동 의원.
▲ 어깨동무한 김무성-유승민 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박계 긴급회동에서 탈당을 선언한 뒤 어깨동무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유승민 김무성 황영철 권성동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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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당을 선언한 비박계 역시 친박계와 큰 차이는 없다. 그들은 다만 친박계와 달리 정치적 형세판단에 능했을 뿐이다. 촛불에 담겨있는 민의를 재빨리 간파해 그 흐름에 편승했을 뿐, 그들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인 새누리당의 또 다른 한 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냉정히 말해 비박계의 반란은 자발적 의지였다기보다는 촛불민심에 등 떠밀린 결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의 권위적 국정운영이 이어지며 민주주의와 시민권이 후퇴하고 있을 때, 새누리당이 구태와 낡은 관성을 답습하며 대한민국 정치의 저렴화를 부추기고 있을 때, 비박계는 침묵하거나 동조하면서 그 수혜를 입고 있었다. 국정원 사건으로 이 나라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뿌리째 뜯겨 나간 것도, 세월호 참사로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가치가 무참히 짓밟힌 것도 비박계의 방조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졸지에 친박계의 대항마가 되어버린 비박계의 '혁신과 '개혁' 외침이 공허해 보이는 이유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우택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개헌 정국을 이끌어서 내년에 좌파정권, 진보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막아내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찔하다. 그는 개헌을 집권을 위한 하나의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다. 이것이 집권당 원내대표의 무시무시한 인식이다. 그런데 좌파에게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비단 정우택 원내대표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당권을 놓고 다퉜던 비박계 원내대표 후보 나경원 의원도 같은 입장이다. 비박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 역시 진보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의 한사람이다.

진보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친박계 정우택 원내대표와 비박계를 이끄는 김무성 의원, 그리고 좌파에게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비박계 나경원 의원의 인식은 이처럼 큰 차이가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친박과 비박은 궤를 같이한다. 이 모습은 집권을 위해서, 권력과 기득권을 위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손을 잡았던 새누리당의 과거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당의 궁극적 목적이 집권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은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비전과 가치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집권이 절대 목적이 되는 순간 그 과정에 정당치 못한 방법들이 동원되는 것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오직 집권만이 목적인 정당이 어떤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게 되는지, 그로 인해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새누리당이다. 구태정치의 상징이 되어버린 친박계나 탈당을 통해 그 꼬리표를 벗어보려 애쓰는 비박계나 '그 나물에 그 밥'이요, '도긴개긴'이다.


태그:#김무성 유승민 탈당, #비박계 집단 탈당, #새누리 분당, #정우택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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