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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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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부정, 책임 회피, 엇갈린 증언…. 정부의 주요 사업 9개 중 8개를 가져가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떵떵거렸던 이화여대의 수뇌부가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민낯이다.

이화여대 관련 세 증인(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은 15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 참석해, 정유라씨 특혜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이들은 교육부의 감사 내용도 부인하며 "도의적 책임"만을 거론했고, 심지어 서로 다른 증언을 하며 위증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세 증인의 태도에, 급기야 감사를 진행했던 교육부 관계자가 청문회 참석을 자청해 진술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유라 지원", 들은 사람 있는데 말한 사람 없어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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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문회에서 남궁 전 처장은 "2014년 9월 15일(이대 원서 마감)과 9월 22일 오전(최 전 총장에 정유라 보고) 사이 김 전 학장을 만났다"라며 "(김 전 학장은) 승마, 유망주, 아시안게임, 정윤회씨 딸 등을 이야기하며 우리 학교에 지원한 것 같다고 넌지시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궁 전 처장은 "이후 입학처장실로 가서 인터넷을 검색해 정윤회씨 딸 이름이 정유연(정유라씨 개명 전 이름)이란 걸 알았고, 9월 22일 최 전 총장에게 특이사항으로 보고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에 최 전 총장은 "(보고 내용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정윤회씨 딸인 누군가 입학했다고 (들었다)"라며 "그때 정윤회씨가 누군지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위는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 물 마시는 김경숙 전 이대 체육대학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위는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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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전 학장은 남궁 전 처장과 엇갈린 진술을 내놨다. 자신은 남궁 전 처장에게 정유라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학장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궁 전 처장의 말이 맞나"라고 묻자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답변했다.

김 전 학장은 안민석 의원이 "그러면 남궁 전 처장의 말이 위증인가"라고 추궁하자, "저희가 12개 종목이 추가됐는데 몇 개 종목을 나열하면서 (승마를 이야기한 정도다)"라며 "정유라씨는 그 당시 누군지도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남궁 전 처장은 "당시 저와 김 전 학장이 보직을 같이 시작했다"라며 (그래서 김 전 학장은) 잘 모르는 분이었는데, 갑자기 저한테 승마 이야기를 꺼낸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라고 재차 떠올렸다.

당시 총장 "정유라 보고 받았지만 특혜 없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앞줄 오른쪽)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 전 총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최원자 이화여대 교수.
▲ 청문회 출석한 이화여대 관계자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앞줄 오른쪽)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 전 총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최원자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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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총장까지 정유라씨와 관련된 보고가 들어갔음에도, 세 증인은 모두 자신을 둘러싼 특혜 제공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남궁 전 처장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최 전 총장이 정유라씨를 뽑으라고 지시했나"라고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 의원이 "그럼 누군가에게 지시받은 적은 없나"라고 재차 묻자, 남궁 전 처장은 "없다"라고 답했다.

최 전 총장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라씨를 뽑으라고 지시했나"라고 질의하자 "전혀 그런 일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앞서 진술했듯, 김 전 학장은 남궁 전 처장의 말마저 부인하며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세 증인의 진술은 지난 11월 진행된 교육부 감사와는 다른 내용이다. 세 증인의 연이은 부인에, 급기야 이화여대 감사를 진행했던 교육부가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자진 출석했다.

먼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남궁 전 처장을 향해 "면접관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면접 오리엔테이션을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남궁 전 처장은 "면접 오리엔테이션은 했고, 결과적으로 정유라씨에게 유리하게 작동됐는지 모르겠지만, 정유라씨 혼자만 특정해 발언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남궁 전 처장의 답변에, 교육부 감사단장을 맡았던 김태현 감사관은 "본인은 그렇기 주장하지만 면접관 5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태경 의원은 "(김 전 학장이) 정유라씨의 학점과 출석과 관련된 지시를 한 것을 확인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 감사관은 "김 전 학장은 부인했지만, 나머지 담당 교수는 그렇게 (학점과 출석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라고 증언했다.

또 하 의원은 "함아무개 교수가 2014년 (정유라씨가) 학사경고가 나올 수 있다고 하자, 최순실씨가 학교에 와 그 교수에게 폭언을 하며 '우리 학장이 내려가니까 잘해라, 교수 같지도 않고, 이런 뭐 같은 게 있냐'라고 말했다고 한다"라며 "여기서 '우리' 학장이란 사람이 여기에 있는 사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청현 감사관은 "구체적 증언은 없었지만, 아마 김 전 학장을 지칭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감사 전 과정에서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모두 (특혜 문제를) 전면 부인했는데, 저희가 감사 결과를 (문제가 있다고) 내린 것은 나머지 교수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린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 부인하면, 정유라는 누가 입학시켰다는 건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최경희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에게 정유라 부정입학에 대한 질책을 하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최경희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에게 정유라 부정입학에 대한 질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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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은 최순실씨와 인연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특혜 의혹은 부정했다.

최 전 총장은 하태경 의원이 "최순실씨를 만난 적 있나"라고 묻자 "2015년 가을 쯤 저희 학교를 잠시 방문했다. 그때 잠시 들러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한 정도다"라고 답했다. 이어 최 전 총장은 "올해 4월, 그때 정유라씨와 (최순실씨가) 같이 와서 그때도 거의 선 채로 잠시 인사를 나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전 총장은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왜 최순실을 만나줬나"라고 묻자 "만나준 것은 아니고, (저는) 젊은 총장이었다. 지난 2년 간 참 많은 분들을 만났다"라고 특혜 의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황영철 의원은 김 전 학장과 최순실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주 제2차관의 관계를 추궁하며 "김 전 학장이 정유라 부정입학의 중심이라고 확신한다. 최순실씨가 김 전 차관을 임명하고, 김 전 차관은 은덕을 갚기 위해 딸인 정유라씨를 이대에 입학시킬 계획으로 김경숙에게 부탁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학장은 "그런 부탁은 없었다. 절대 그렇지 않다"라며 "맹세코 정유라씨 이름 조차도 생소하다"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세 증인의 태도에 청문위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증인들, 특히 정유라씨 입학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황영철·장제원 의원은 "도대체 누가 입학시켰다는 건가", "아무도 안했다면 정유라가 어떻게 입학했다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세 증인을 향해 "이화여대를 떠나라"라며 "그것이 이대를 살리고, 대한민국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화여대를 떠나라"는 말을 세 증인에게 직접 물었다.

이에 최 전 청장은 "의원님 말씀을 심각히 고민해보겠다", 김 전 학장은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 남궁 전 처장은 "전국 수험생과 학부모님을 만나는 입학처장으로서 너무 큰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 아래는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 아래는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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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해온 김혜숙 교수도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세 증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좌절감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의 농성과 그들이 대학의 가치를 지켜려는 순수한 의도를 보면서 동시에 희망을 느꼈다"라며 "이화여대가 엉망이라고 비춰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의 실패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소수의 의도를 가진 분들 때문이라고 짐작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런 점을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계속 의혹을 제기해왔고, 여기 계신 의원님들과 같은 의혹과 의아함을 갖고 잡근해왔다"라며 "앞으로 검찰조사 등을 통해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문제가) 일어났는지 밝혀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장제원 의원은 "김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 이화여대는 건실한 대학인데, 몇몇 권력에 부역한 사람들이 치명적 상처를 줬다"라며 "최 전 총장은 우리 젊은이와 학부모, 이대 동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이화여대,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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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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