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의 한장면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의 한장면 ⓒ 씨네룩스


토마(로망 뒤리스 분)는 불법 입주자들을 강제 퇴거하는 부동산 브로커로 일하는 스물여덟 청년이다. 하루하루 '한탕'만 찾아다니며 뒤 온갖 구린 일을 도맡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옛 에이전시 대표 폭스를 만난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쳤던 토마는 폭스로부터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제안을 받고, 덕분에 잊고 있었던 피아니스트의 꿈을 다시 찾게 된다. 그는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다시 조금씩 피아노 연습을 시작하고, 매일 짬을 내 중국에서 유학 온 음대생 먀오린(린당 팜 분)의 레슨까지 받으며 오디션을 준비한다.

영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모순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귀를 쿵쿵 울리는 일렉트로닉 록 음악과 아름다운 선율의 클래식 음악이 교차되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사정없이 '패던' 주인공이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돌연 평화로운 표정을 짓는다. 누아르의 내음을 물씬 풍기던 영화가 코미디가 되고 로맨스가 되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다분히 '귀여운' 성장 영화로까지 변모한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의 한장면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의 한장면 ⓒ 씨네룩스


이렇게 다중적이고도 복합적인 플롯을 한 줄기로 모아낸 영화의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주인공 토마 캐릭터다. 망나니 갱스터와 순진한 소년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가진 듯한 그의 얼굴은 소년과 어른 사이 어딘가에서 묘한 매력을 풍긴다.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우고 욕지거리를 해대다가도 아버지를 챙기고 먀오린 앞에서 고분고분해지는 그의 모습들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내내 흔들리는 핸드헬드 쇼트(Hand-held shot)로 토마를 곁에서 응시하는 카메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속내를 좀처럼 알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이리저리 부딪치는 토마의 혼란을 다방면으로 그리던 영화는 그의 '꿈'과 더불어 '복수'를 미션으로 내걸며 급물살을 탄다. 이는 토마가 비즈니스와 예술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등장하는 갱스터 보스 민스코프의 존재 때문이다. 아버지의 돈을 가로챈 민스코프는 토마에게 싸워야 할 적이 되고, 베일에 싸인 그가 아버지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복수의 대상으로 규정된다. 영화 후반부, 피아노 콘서트장을 향하던 중 민스코프와 맞닥뜨린 토미의 선택은 특히 의미심장하게 남는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의 한장면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의 한장면 ⓒ 씨네룩스


여성을 대하는 토마의 태도가 피아노를 대한 그것과도 닮아 있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피아노를 향해 남몰래 꿈을 키워가는 것과 다르지 않게 토마는 마초적 남성으로서 여성을 동경한다. 그는 아버지의 새 여자친구를 '창녀'라고 매도하고 아내 몰래 외도를 일삼는 동료를 위해 기꺼이 알리바이를 제공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모성애에 대한 갈망'으로 읽힌다. 친구의 아내, 민스코프의 연인, 그리고 먀오린까지 아우르는 토미의 여성 편력에서 일찍이 엄마를 잃은 그의 고독이 엿보이는 이유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할리우드 영화 <핑거스>(1978)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속 폭력적인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겪는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는 어머니를 떠나 보낸 부자(父子) 서사로 압축됐다. 폭력 세계 속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과 겪는 갈등과 농밀한 관계는 원작과는 또 다른 유럽 누아르 특유의 진득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를 두고 '리메이크 영화의 좋은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다.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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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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