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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년층은 각종 농기구와 옛날 화폐, 옹기그릇, 놋그릇, 나팔관 축음기(유성기), 진공관 라디오 등 생활용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군산 내항 인근에 들어선 ‘해망로 196’ 전경(문화복합단지)
 군산 내항 인근에 들어선 ‘해망로 196’ 전경(문화복합단지)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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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200만 시대 개막을 앞둔 군산에 색다른 볼거리가 등장했다. 지난 8월 24일 내항 부근에 오픈한 '해망로 196'(대표 김성수)이다. '해망로 196'은 3층 건물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등 문화시설을 두루 갖췄다. 이곳은 전국의 갤러리들이 경매에 참여하는 군산 옥션(1층). 골동품, 생활용품 등 선조들이 실제 사용했던 민속품 3만여 점이 전시된 갤러리(1·2층),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형 카페(3층) 등으로 구성된 문화 복합단지다.

지난 26일(토) 오전 '해망로 196'을 찾았다. 1·2층 갤러리(전시실) 관람은 무료. 구매도 가능하단다. 2층에 별도로 들어선 '학당'은 도시락, 난로, 책걸상 등을 갖춘 60~70년대 교실을 재현,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추억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만화방'은 70~80년대 만화책을 무료로 볼 수 있고 당시 학생들이 가지고 놀았던 추억의 장난감도 만날 수 있어 찐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층 앞마당에서는 경매 준비가 한창이다. 경매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70~80년대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담배 진열장.
 70~80년대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담배 진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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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근대에 사용하던 담배 진열장입니다. 상태가 진짜 좋네! 자 출발가 1만부터 가볼게요. 저기 2만, 3만 여러분 감사허고. 4만에서 5만으로 올라갑니다. 5만 여러분에 7만 원. 7만 안 계십니까? 이 정도 물건이 나오믄 일단 10만 원은 가야되는 거인디···· 아! 저어기 7만 있네요. 그라믄 8만 없습니까, 없으면 7만 주최로."

김성수(49) 대표는 "경매사의 '5만 여러분'은 5만 원에 사겠다는 갤러리가 여러 명이라는 뜻이고, '7만 주최로'는 오늘 매장을 주최하는 저에게 7만 원에 낙찰된 것을 의미한다"고 귀띔한다. 물품의 희소가치에 따라 유찰이 되기도 하지만, 제법 오르기도 한다. 교재용 현미경이 1만 원, 70~80년대 LP 레코드판 20여 장이 2만 원에 낙찰될 때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김 대표는 "시민은 물론 관광객도 소장가치가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매매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경력 25년의 황재홍(49) 골동품 경매사는 "조상의 얼이 담긴 민속품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일 때 보람을 느끼고, 조상들의 슬기와 정성이 담긴 물건임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나타내지 않을 때 속상하다"며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보다 옹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백성 모두가 사용했던 물건이어서 선조들의 혼과 정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 옛날 풀빵 맛 '땜빵'도 빠질 수 없는 메뉴

군산 해망로 196에서만 맛볼 수 있는 땜빵,
 군산 해망로 196에서만 맛볼 수 있는 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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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과 팥소 맛이 그 옛날 즐겨 먹었던 풀빵(국화빵)처럼 고소하고 달달한 추억의 '땜빵'도 빠질 수 없는 메뉴다. 땜빵을 처음 개발한 주인공은 김성수 대표의 아내 오혜수씨. 귀엽고 깜찍한 못난이 형제 캐릭터까지 직접 그려서 특허출원 등록을 마쳤다는 오혜수씨 이야기를 들어본다.

"대중가수가 방송이나 공연을 펑크 냈을 때 투입되는 가수를 '땜빵가수'라고 하는 등 '땜빵'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개 되죠. 제가 어렸을 때 급우들이 친구 머리에 난 상처를 땜빵이라고 놀려대던 것에서 착안해 이름을 '땜빵'이라고 지었습니다. 재미가 있기에 특허출원을 신청해서 지난 9월 통과됐죠. 그래서 땜빵은 이곳 '해망로 196'밖에 없습니다. 맛은 특별하지 않지만, 팥소가 들어간 추억의 빵이니 맛이나 보세요.(웃음)"

오씨의 땜빵 자랑은 기계에서 금방 꺼낸 풀빵을 급하게 먹다가 입천장이 벗겨지기도 했던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게 한다. 풀빵의 제철은 아무래도 추운 겨울. 허기가 느껴질 때 뜨거운 풀빵을 호호 불면서 먹는 그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풀빵 굽는 아주머니 옆에 쭈그리고 앉아 기계 사이로 흐른 반죽이 누렇게 되기를 기다렸다가 쪼가리를 떼어먹던 기억도 시나브로 떠오른다. 

2017년 봄, 근현대사 박물관 오픈 예정

‘해망로 196’에 관해 설명하는 김성수 대표
 ‘해망로 196’에 관해 설명하는 김성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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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 근현대사 박물관이 들어설 일본식 창고(이용구 호남제분 회장 소유였음)
 내년 봄 근현대사 박물관이 들어설 일본식 창고(이용구 호남제분 회장 소유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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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설명에 따르면 색 바랜 창고 건물에는 내년 봄 근현대사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물관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농경시대를 거쳐 20세기가 끝나는 1990년대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도록 꾸며진단다. 군산의 다양한 이야기와 진귀한 생활용품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외형상 특징은 1930년대 지어진 창고를 원형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 이 창고는 군산, 부산, 인천 등에만 형태를 보존하면서 남아있는 일본식 건물로 전해진다.

"처음엔 일제강점기 건물이고 낡아서 헐어내고 그 자리에 호텔 신축을 계획했었죠. 군산을 찾는 관광객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미루어 최소한 적자는 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창고의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적절히 활용할 것을 권하더군요. 일제 식민지 아픔도 우리 역사이고, 일본식 건물도 자산이라며 역정 내는 지인도 있었습니다. 결국, 지인들 의견을 존중해 근현대사 박물관을 조성하기로 했죠."

김 대표는 "군산이 관광도시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더 많은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관광객들이 군산의 근대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즐기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정거장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시민들에게는 진한 향수를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제공하는 '해망로 196'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인다. 아래는 김 대표와 인터뷰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테마형 문화 복합단지로 만들고 싶어"

입구에서 본 1층 갤러리. 빼곡한 LP 레코드판과 풍금이 옛날 향수를 자극한다.
 입구에서 본 1층 갤러리. 빼곡한 LP 레코드판과 풍금이 옛날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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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갤러리에 전시된 농기구와 각종 생활용품들
 1층 갤러리에 전시된 농기구와 각종 생활용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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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1층은 옥션, 2층은 갤러리, 3층은 테라스형 카페다. 내년 봄에는 박물관도 오픈할 예정이다. 이 같은 문화복합단지는 군산에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사업 구상 계기는?
"본업은 스크랩 사업과 철거사업을 병행하는 고철사업이다. 믿음과 신뢰를 신조로 20년째 해오고 있는데, 건물을 철거하면서 잔해를 막 버리면 안 되겠다 싶어 하나둘 수거하다보니 취미가 붙었다. 처음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모았는데 선조들이 사용하던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애착으로 변했다. 하나일 때는 잘 몰랐는데 여러 개 모이니까 아름답고, 고풍스럽게 보였다. 3~4년 전부터는 훗날 후손에게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일까지 벌이게 됐다."

-상호가 '해망로 196'이다. 이곳 주소를 상호로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오픈을 앞두고 상호를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직원들과 상의했다. 직원이 열대여섯 명 되는데, 젊은 친구들이어서 알파벳이 들어간 상호도 내놓고 신조어가 들어간 상호도 나오는 등 착상이 기발했다. 하지만 정작 마음에 와 닿는 상호는 없었다. 하루는 문득 이곳 주소(군산시 해망로 196)가 떠오르면서 '이거다!' 소리가 튀어나왔다. '해망로'도 정겹지만, '196' 번지는 1960년대, 즉 구상 중인 박물관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숫자여서 상호로 정했다." 

- 내년 봄 개관 예정인 근현대사 박물관은 어떻게 꾸며지나?
"욕심 같아서는 군산의 근현대사를 100% 재현하고 싶다. 박물관이니 당연히 옛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하지만, 40~50년대, 60~70년대, 80~90년대 단독주택 내부 모습과 군산 시민의 생활상, 사회상 등이 느껴지는 공간을 최대한 재현해서 3세대(할아버지, 아들, 손자)가 서로 공감하고 느끼면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테마형 문화 복합단지를 만들고자 한다."

"2층 '학당'과 '만화방'은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공간"

황재홍 경매사가 ‘전주방송국 익산송신소’가 적힌 동판을 경매하고 있다.
 황재홍 경매사가 ‘전주방송국 익산송신소’가 적힌 동판을 경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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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경매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시작한다. 트럭에 싣고 온 생활용품과 골동품들, 그리고 마당에 널려있는 석물들이 오늘 경매될 물건들이다. 보셨다시피 전국의 갤러리들이 그동안 모았던 유물을 사고팔고 한다. 경매가 밤까지 이어지는 날도 있다. 그렇다고 꼭 갤러리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 시민과 관광객도 매매할 수 있다. 소장품의 가치가 궁금하거나 싫증나서 바꾸고 싶을 때 이용해보실 것을 권한다."

- 민속품과 골동품, 생활용품 중 손님이 선호하는 진열품은?
"오픈한 지 3개월쯤 돼서 방문객이 많지는 않지만, 세대와 직업, 취향에 따라 다양하다. 부엉이, 인형, 도자기, 크리스털 세트 등은 거실 장식용으로, 식당이나 커피숍을 운영하는 분들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선호한다. 집에 텃밭이나 정원이 있는 분들은 조경용 수석과 석조물, 맷돌, 돌절구 등을 좋아한다. 특히 장년층은 각종 농기구와 옛날 화폐, 옹기그릇, 놋그릇, 나팔관 축음기(유성기), 진공관 라디오 등 생활용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1960년대 초등학교 교실을 재현한 2층 갤러리 ‘학당’
 1960년대 초등학교 교실을 재현한 2층 갤러리 ‘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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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생들의 근현대사 체험공간으로도 이용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1층에도 풍금, 칠판, 옛날 교과서 등이 전시되고 있지만, 2층의 학당과 만화방은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체험공간이다. 이곳을 찾은 학생들이 자신의 부모가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문방구 진열장, 체육기구, 놀이기구, 학습기구, 독서신문 등 당시 사회상이 엿보이는 소품으로 채워졌다. 역사문화탐방 지도사도 호평하면서 학생들을 인솔해서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 앞으로 계획은?
"군산의 관광명소이자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은데 행정기관과 엇박자인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군산시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더욱 연구하고 노력해서 다양한 세대, 다양한 계층의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문화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대표이지만 때가 되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

3층 테라스형 카페에서 내려다본 군산 내항(진포해양테마공원)
 3층 테라스형 카페에서 내려다본 군산 내항(진포해양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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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와 매거진군산 1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 해망로 196, #근현대사 박물관, #문화복합단지, #김성수, #골동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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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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