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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의 '북쿠오카 북 페스티벌'에 가다 ①] 처마 밑 헌책방 구경하러 5천여 명이 온다고?에서 이어집니다. -기자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정말 독특하네요. 일본 사람들 이렇지 않아요. 진짜."

통역을 맡았던 권정애 박사님이 생소하다는 듯 감탄하며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나 또한 일본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고 들어왔던 터라 의외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하물며 책과 관련된 '재미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린데 말이다. 그 모든 선입견을 뒤엎고 잘 웃고, 활기차고, 유쾌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 중개상을 하는 사람, 앞으로 서점 창업을 앞둔 사람, 글 쓰는 사람 그리고 특별히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저 책이 좋고 이런 자리가 궁금해 왔다는 사람들이 활발히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며 '서점원의 밤'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1편에서 잠깐 소개했던 것처럼 이 '서점원의 밤' 행사는 지난 20일 끝이 난 2016 북쿠오카 페스티벌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로 매년 서점인, 출판인 등이 중심이 되어 열리는 교류회이다. 올해는 약 70여 명의 서점원, 출판관계자, 중개인들이 후쿠오카의 한 주점에서 모였다. 서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 명의 젊은 서점인을 초대해 개업하기까지의 에피소드나 개업 후의 즐거움과 고생담 등을 함께 나누는 좌담 후 자유로운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히토야스미 서점의 시로시타 야스아키 씨, MINOU BOOKS & CAFE의 이시이 이사무 씨, 카모시카 서점의 이와오 신사쿠 씨, 사회를 맡은 북스큐브릭 대표 오이 미노루 씨
▲ <서점원의 밤> 좌담회 (왼쪽부터) 히토야스미 서점의 시로시타 야스아키 씨, MINOU BOOKS & CAFE의 이시이 이사무 씨, 카모시카 서점의 이와오 신사쿠 씨, 사회를 맡은 북스큐브릭 대표 오이 미노루 씨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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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큐브릭 대표 오이 미노루씨가 좌담회의 사회를 맡았고 세 명의 젊은 서점인 히토야스미 서점의 시로시타 야스아키씨(아래 A), MINOU BOOKS & CAFE의 이시이 이사무씨(아래 B), 카모시카 서점의 이와오 신사쿠씨(아래 C)가 게스트로 참여했다. 우선 좌담에서 나누었던 내용을 전한다(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라 편의상 대화의 차례나 표현에 정리한 부분이 있음을 미리 이야기해둔다).

- 서점은 돈을 못 번다는 걸 알면서 어떻게 서점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각자의 서점을 소개해달라. 
A: "히토야스미 서점은 8평 정도의 크기이고 개점하는데 1억 원 정도 들었다. 2천만 원 정도는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약 4개월 정도 걸렸다. 이전에 진보초에서 일했지만 막상 서점의 거래 방법은 잘 몰랐다. 원래 나가사키 출신인데 처음에 나가사키 전화번호부에 오른 서점은 다 돌아보았고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헌책방으로 시작했지만 좋은 책을 갖추고 싶어서 신간 서점으로 변화했다. 중개상을 알아보니 닛판(일본출판계의 유통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도매회사)은 보증금 약 500만 원을 요구했다. 현재는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거의 직거래로 거래한다. 토한, 닛판이 무섭다.(웃음) 잡지는 갖춰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가게가 좁아서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커피는 싱글오리진을 쓴다. 좋은 책을 갖춰놓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B: "MINOU BOOKS & CAFE를 운영하고 있다. 개점하고 일 년 정도 지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책은 싫은데 책방은 좋다.(웃음) 시작하기 전 일본의 책방을 모두 탐방했다. 약 3개월간 미국 책방 투어도 했다. 책방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후쿠오카의 우키하 출신인데 고향에서 책방을 하자, 라는 생각에 일 년간 장소를 물색했다. 빈집은 많았는데 막상 빌리는 것은 어려웠다.

잡지를 하고 싶어서 중개업자를 물색하는 중인데 토한이나 닛판은 싫다. 사회를 보고 계시는 오이씨에게 상담하고 싶다(이 말에 오이씨가 "서점을 하지 마라"고 답해 좌중 웃음). 토한과 상담해봤는데 보증금이 많게는 2천만 원, 적게는 500만 원에 보증인 3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우케하마와 거래하는데 보증금 500만 원에 초기 재고금이라고 2천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이건 적은 편이다. 자기자본은 2천만 원 정도였고, 5천만 원 정도는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작은 비교적 쉬웠으나 역시 운영이 어렵다."

C: "오이타에서 고서점 카모시카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보고 있는 오이씨에게 속아서 서점을 시작했다.(웃음) '독립적인 인생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서 중개업자가 없어도 독립된 사업이 가능한 지가 중요하다. 반품 안 될 책을 구비해야 한다. 예전에 준쿠도 서점에 있었는데 중개상은 오사카야와 거래했다. 토한, 닛판의 보증금이 천만 원 정도였는데 오사카야는 500만 원이었다. 고서점이 재미있다. 돈도 벌 수 있으니 추천한다."

B: "외국에서는 신간과 헌책을 같이 파는 것이 충격이었다. 후쿠오카에선 헌책 매입이 그런대로 쉽다. 도쿄도 가끔 가는데 도쿄는 헌책방이 붐이다. 연간 2천만 원 정도 예산으로 매입한다." 

- 사회 보험이나... 도서 구입이나 구성은 어렵지 않나. 작은 서점을 하는 데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A: "내 책장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책을 매입한다. 혹시 팔리지 않고 남아도 괜찮다 싶은 책, 길게 오래 읽힐 책을 선택하려고 한다. 신간도 2주 후쯤 들이는데 순전히 나의 선택과 취향에 따른다. 신간 정보도 안 와서 직접 기노쿠니야(대형 서점)에 가서 확인한다. 기노쿠니야에서 사서 팔기도 했는데 이제 기노쿠니야 점장과 알게 되어서 앞으로는 힘들 것 같다.(웃음)"

B: "생활에 필요한 책 2천 권으로 시작했다. 예술, 생활, 농업, 식문화 등등 지역민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작년 9월에 오픈을 했는데 외부인이 많이 온다. SNS를 보고 대만이나 한국에서도 오는데 오히려 서점 인근의 사람들은 별로 안 온다. 팔릴 책을 고르는 것이 힘들다. 나만의 감각으로 일하려고 한다. 공급률을 70% 정도로 교섭 중이다."

C: "직거래 등등으로 신간도 취급한다. 직거래하는 출판사는 14, 15개 정도 된다. 공급률은 75~80% 정도. 전부 직거래로 거래하는 출판사도 있다. 준쿠도 서점이 75% 정도면 우리 가게는 78% 정도이다." 

- 사무나 경리 등의 운영 관리는 어떻게 하나? 중개상을 통하면 쉽겠지만 직접 하면 어려울 텐데?
B: "결산은 회계 은행 업무시스템인 '후리'를 사용한다. 사용료는 한 달에 천 엔 정도."

A: "나는 아날로그 식이다. 영수증 펼쳐놓고 친구와 결산한다."

C: "엑셀을 사용한다. 영수증에 계산대의 판매직원 도장을 찍어야 세금 문제가 해결되니 다른 분들도 참고해라." 

D: 서점에 카페를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 또 책 홍보는 어떻게 하나?
A: "카페나 잡화를 함께 두는 것은 친밀감을 위해서다. 책과 커피는 잘 어울리기도 하고 나도 커피를 좋아한다. 우리 서점에서는 술도 판다.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다 8시로 운영시간을 변경했더니 카페 매상이 떨어졌다. 술은 매력적이지만 좀 어렵다. 책을 좋아하지만 실제로 소개를 하는 것은 어렵다. POP 추천을 했는데 요즘은 줄었다."

B: "추천 문구 만드는 게 어려워서 잘 안 한다. 카페는 서점만으로는 어려워서 시작하기도 했지만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것도 있다. 마을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되어서 좋다. 이벤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데 직접 주최하는 이벤트가 아니면 우리 서점의 취향이나 의도와 맞지 않는 내용일까 봐 꺼려진다. 어쨌건 카페가 있어 친근한 느낌으로 사람들이 찾는 것 같다. 나는 독신이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아서 서점 운영이 가능한 것 같다. 만약 결혼했으면 힘들 것 같다."

C: "지금은 책과 카페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숙박이나 옷가게도 함께 하고 싶다. 머무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
매년 북쿠오카 행사 중 열리는 서점원의 밤. 올해는 서점인, 출판인, 중개인 등 여러 분야에서 약 70여 명이 모였다.
▲ <서점원의 밤> 매년 북쿠오카 행사 중 열리는 서점원의 밤. 올해는 서점인, 출판인, 중개인 등 여러 분야에서 약 70여 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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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을 훌쩍 넘겨버려 좌담은 간단한 마무리 인사와 함께 종료되었고 이후는 자유롭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해외 참가자로서는 처음이라 특별히 펄북스 출판사와 소소책방이 소개되어 인사를 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의 출판사와 헌책방을 궁금해하며 인사를 해왔다.

도쿄의 출판사 영업부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타카노리씨는 11년 동안 한 해를 제외하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매년 도쿄에서 온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서점 관계자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는 것도,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활발한 의견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모두 흔치 않은 일이라며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노쿠니야 서점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카무라 카타씨는 20대의 생기발랄함으로 앞으로도 계속 서점일을 좋아하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해 옆사람들에게까지 유쾌한 에너지를 전했다. 기노쿠니야는 어떤 방식으로 책을 선택해 매입하느냐는 우리의 질문에 보통의 큰 서점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데 기노쿠니야는 서점원들이 직접 책을 선택해 들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대형 서점임에도 기노쿠니야는 점포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주체가 되는 업무 방식과 그로 인한 자부심이 자기 일에서 보다 큰 재미와 보람을 얻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았다.

'처마 밑 헌책방'이나 '서점원의 밤'에 참여한 서점원, 출판사관계자, 언론사 기자 등의 말을 들어보면 서점의 사이즈가 작든 크든 책을 입고하는 기준이 명확한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그 서점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출판사에도 해당되는 경쟁력의 기준이 아닐까 싶다.

올해도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에 일반인들이 참여해 약 80여 개의 일일 참여 서점을 열었고 또 '서점원의 밤'에는 서점인과 출판인들이 모두 함께 모여 고민을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나눈 이야기 중 "아무리 관광객이 많이 모여도 그 지역의 사람들이 찾지 않는 서점은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점이나 출판사 사람들도, 그 행사를 찾은 사람들도 결국 '사람 간의 교류'가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SNS나 여러 매체를 통해 듣는 우리나라의 서점 소식은 책과 서점에 관한 관심이 이보다 넘쳤던 때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뜨겁다. 실제로 맥주 한 잔과 책을 함께 즐기는 서점, 책이 있는 집에서의 하룻밤 민박이라는 콘셉트의 북스테이, 책을 주제로 한 좋은 강연이나 공연 등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서점들이 많이 생겨났고 대중의 호응도 좋다. 출판이나 서점 관련 일을 생업으로 해왔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수 요조 씨나 개그맨 노홍철씨,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최인아씨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까지 서점을 열어 화제가 되었다.

나름의 독창적인 개성을 내세운 소규모 서점이 관심을 얻고 동네 책방 문화는 갈수록 풍부해져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서점만 보기 위해 걸음 하는 서점 여행도 인기다. 그러한 관심이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서점이 그 지역에 어떻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바로 그 지속가능성을 위해 말이다.

"(중략) 그 핵심이 되는 서점은 지역 자본이든 대형 체인 서점이든 상관없다. 단, 그 땅에서 서점이라는 장사를 계속해 나간다는 각오를 한 서점이 맡아야 한다. 그럴 각오를 하고 지역과 마주해 뿌리를 내리는 서점이 '동네 서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중에서

일본 곳곳에서 모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밤이 깊어갔다. 일본 사람들 같지 않다는 첫인상처럼 왁자하고 스스럼없는 대화가 끊일 줄 모르더니 오후 11시가 되어서야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소를 옮기자며. 짧은 여행의 일정으로 차마 이후의 시간까지 참석하지는 못하고 내년을 기약했다.


태그:#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2016북쿠오카, #후쿠오카북페스티벌, #서점원의 밤,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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