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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쓰시마 북쪽의 '조선통신사의 길, 사스나(佐須奈) 코스' 트레킹을 마친 우리들은 다시 차를 타고는 20분 정도를 달려 삼나무 투성이인 쓰시마에서 가장 단풍이 유명하다는 '슈시(丹志)강변'에 위치한 '모미지가도[紅葉(もみじ)街道]'로 갔다.

단풍
▲ 일본 단풍 단풍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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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7km 정도 되는 이 단풍 길은 이곳에서는 무척 유명하다고 한다. 원체 단풍나무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 주민들에게는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솔직히 별로다. 그러나 이왕 온 김에 서울보다는 일주일 정도 늦은 이곳 단풍 길을 1km 정도 걸었다.

단풍
▲ 쓰시마는 단풍이 귀하다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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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상순경에 단풍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나는 그냥 개울가를 걷는 것이 좋아서 잠시 물길을 오가면서 걸었다. 눈이 즐거운 산책이었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는 30분 정도 달려서 섬의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센뵤마키산(千俵蒔山)'으로 갔다.

센뵤마키산 정상 인근에는 날씨가 좋은 날은 부산까지 보인다는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異國の見える丘展望臺)'가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산 정상의 풍력발전기와 '바람의 언덕'을 둘러보기 위해 길을 올랐다.

일본
▲ 삼나무 숲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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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길을 다시 걸어서 올랐다. 소형버스는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오늘처럼 대형버스는 정상부에서 차를 회전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올라갈 수 없다고 하여 무작정 다시 걸었다. 대략 40분 정도는 임도를 따라 삼나무 숲을 거닐어 본다. 그리고 나머지 20분은 억새밭을 가로지르는 임도이다. 그 정상에 전화회사의 통신기지와 풍력발전기가 높게 서 있다.

풍력발전기
▲ 센뵤마키산 풍력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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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의 선자령 억새밭을 연상하게 하는 이곳은 온통 억새 투성이다. 바람이 많은 바닷가의 고지에는 삼나무가 자라지 않는가 보다. 해발 287m의 센뵤마키산 정상부는 바람이 무척 심하고 바닷가라서 온통 억새뿐이다.

여름에 이곳에 오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정상부의 억새도 좋지만, 이웃한 봉우리인 바람의 언덕은 정말 시원한 바닷바람이 최고다. 부산까지 막힘이 없어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한국 휴대전화가 로밍(roaming)을 하지 않아도 간혹 터진다고 한다. 정말 같이 갔던 사람들은 그 사이 한국과 짧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센뵤마키산
▲ 바람의 언덕 센뵤마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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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에서 시원한 바람을 왕창 맞고 기념촬영도 했다. 하루 종일 걸어서 그런지 아직도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지만, 곧 식을 것 같다. 이제 다시 한 시간 정도 하산 길에 나선다. 생각보다 엄청 많이 걸은 하루다.

맛이 좋다
▲ 나베요리 맛이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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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에 올라 한 시간 반을 달려 이즈하라에 있는 일본식 '냄비(なべ, 鍋)요리 집'으로 갔다. 인근에 대형 식당이 거의 없는 관계로 무리하게 멀리 가서 저녁을 먹는 것이다.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역시나 한국 사람이 왕창 있는 식당에서 급하게 식사를 했다.

그리고 자유시간이 30분 넘게 주어져서, 나는 이곳 쓰시마에 하나 뿐인 것 같은 '대서(大西)서점'에 잠시 갔다. 요즘 번역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일본 한방관련 서적을 한두 권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서점은 상상만큼 작고 초라했다.  

대서서점 주인 할머니
▲ 쓰시마 대서서점 주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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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게 "이곳 자가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인 할머니는 "요즘은 사실 복권과 담배를 파는 것이 주 수입이고, 책은 잡지와 소설책 정도만 팔린다"고 했다. 내가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한방서적이 있으면 한 권 달라"고 했더니, "최근에 내부 정리를 하면서 책을 옮기고 반납하여 한방 책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혼자서 잠시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찾는 책은 없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 온 김에 재일동포로 동경대(東京大) 명예교수인 강상중 선생의 <마음(こころ, 心)>을 한 권 샀다. '한방 책은 다음 기회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도록 하자'라고 생각을 하고는 슈퍼마켓으로 갔다. 무엇을 살까 고민을 하다 보니, 별로 살 것이 없기는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도라 빵(どら焼)'을 12개 정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600엔에 샀다.

개당 50엔
▲ 도라야끼방 개당 5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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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한국에 비하면 40% 정도 싼 가격이다. 한국에서는 개당 1000원 정도 하는 빵을 나는 개당 50엔 정도에 구매한 것이다. 며칠은 두고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아내도 아들도 같이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이제 다시 숙소가 있는 남섬 북쪽 끝에 있는 다케시키로 다시 갔다. 잠시 인터넷을 확인하고는 한국에 연락을 했다. 오늘은 좀 피곤하다. 씻고 일찍 자야겠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16일(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운동과 산책을 조금 했다. 정말 공기가 너무 깨끗하고 바람도 좋은 곳이다.

공장도 하나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섬이라 쓰시마는 서울과도 부산과도 전혀 다른 싱그러운 공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다. 기분 좋게 아침운동을 하기에도 최상이다. 아침식사는 어제와 같았지만, 저녁에 미리 아침에 먹기 위해 사온 일본인들이 즐겨먹은 발효 콩 식품인 '낫토(納豆, なっとう)'와 떠먹는 요구르트 2개로 부족한 식사를 보충했다.

오늘도 많이 걸어야하기에 약간의 간식도 준비했다. 과일과 사탕 조금. 이제 다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는 섬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다테라산(龍良山, 559m) 원시림' 인근에 있는 '쓰쓰세(豆酘瀬)'로 갔다.

도래인의 무덤이다
▲ 미녀총 도래인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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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묘비석 앞에 서서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의 후손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기에 왕궁의 궁녀가 될 수 없어 자살한 처녀 쓰루오고젠"의 이야기를 가이드에게 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 마을에 미인이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고 전한다. '비조즈카(美人塚)'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 만든 묘비석이다. 
임도의 시작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임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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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들이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하기 위해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로 갔다. 임도 초입인 출발지에서 은어맞이(鮎もどし) 자연공원 캠핑장까지는 대략 6km 정도로 1시간 30분이면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국가천연기념물인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은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마치 밀림을 연상케 한다. 북쪽 측면 해발 120m 지점에서 정상까지 분포하고 있는 거대한 원시림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도 진귀한 상록 활엽수 원시림이라고 한다.

원시림 주위를 걷다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원시림 주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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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테라산은 인근 주민들에게 신령한 산으로 추앙받고 있다. 해발 350m 부근을 경계로 하단은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상단에는 북가시나무가 분포하고 있다. 맨 아래쪽 임도를 따라서는 주로 삼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하단의 구실잣밤나무 숲은 나무의 높이가 20m, 밑둥은 최대 1m에 달한다. 상단의 숲은 습기가 많은 산림으로 북가시나무를 비롯하여 야생 동백나무, 황칠나무, 광나무 등이 생육하고 있다.

하단부의 삼나무 숲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하단부의 삼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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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산기슭을 따라 삼나무 숲을 지나는 임도를 따라 걸었다. 쓰시마 최대의 산림지대 중에 하나라서 그런지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우리들이 걸은 임도는 산의 하단부였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공기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맑고 상쾌한 산소를 마시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걷기 좋은 길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걷기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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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 정도 걸어가니 중간에 작은 신사가 나온다. 정말 작은 신사였지만, 아기자기하게 멋스럽다. 신령스러운 산이라 나도 조심조심 신사를 살펴보고 내려왔다. 일본신사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과 두려움이 생기는 곳이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튀어나올 것 같은 묘한 분위기다.

신사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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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시 길을 잡아 30분 정도 더 가니 바로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은어맞이(鮎もどし) 자연공원 캠핑장이 보인다. 여름이라면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싶었지만, 그냥 바위 위에 앉아서 잠시 명상을 하기도 하고 복식호흡을 한 다음, 바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았다. 파란하늘이 무척 좋은 날씨다.

은어맞이 공원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은어맞이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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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맞이 공원, 캠핑장과 계곡이 좋다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은어맞이 공원, 캠핑장과 계곡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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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누워있으니, 정말 이곳이 섬이 아니라 그냥 산골짜기에 깊이 숨어 있는 계곡 같은 분위기다. 다시 생각해봐도 쓰시마는 큰 섬이고, 산이 많고 농지가 부족한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은어맞이 공원, 큰 바위에 누워 잠시 하늘을 보다
▲ 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맞이 길 은어맞이 공원, 큰 바위에 누워 잠시 하늘을 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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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다테라산(龍良山) 원시림을 품고 도는 은어, #쓰시마,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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