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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시민들의 행진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경복궁 인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경찰차벽에 막혀있다.
▲ 분노의 촛불 막은 차벽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시민들의 행진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경복궁 인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경찰차벽에 막혀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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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이 써졌습니다. 무려 100만 명이 모였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된 마음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호주머니 돈을 써가며 제주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충청도에서 서울로, 서울로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집회과정 내내 보여준 놀라운 질서의식과 평화적인 단결은 전 세계적 모범이 되었습니다. 100만 명이 운집한 집회 현장이었지만 100만명이 떠난 장소는 모이기 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말끔하게 청소된 거리를 보며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숙한 민주주의를 확인하는 기쁨 이면에서 또 다른 비극을 느꼈습니다.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하야 촉구집회가 열리게 된 배경 때문입니다.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하는' 현 시국이 개탄스러운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1시간, 1분도 지금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즉각 하야해야 합니다. 이것이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지막 예의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 꼭 묻고 싶은 세 가지 진실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 국민이 지난 4년간의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묻고 싶은 진실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발표도 그렇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 역시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당사자 동의도 없이 돈 10억엔에 굴욕 합의한 일도 그렇고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하여 아베 권력과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도 정말 궁금한 대목입니다.

이러한 의혹과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다른 궁금함은 일단 접겠습니다. 오직 박근혜 대통령만 알 수밖에 없는 '비밀스러운' 세 가지 진실에 대해서만 묻고 싶습니다.

2012년 부정선거에 대한 사전 인지 의혹

제 18대 대통령 선거 3차 토론회에서 문재인후보와 박근혜 후보
 제 18대 대통령 선거 3차 토론회에서 문재인후보와 박근혜 후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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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2012년 12월 16일에 있었던 제18대 대통령 선거 관련 3차 토론회 당일의 일입니다.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댓글 공작을 하다가 당시 상대편 후보 진영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들통난 사건입니다. 이는 명백한 부정선거입니다.

그런데 이날 박근혜는 이에 대한 사과는커녕 전 국민을 상대로 진실을 호도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다 들통난 사람의 인권을 들먹이며 국민을 속이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날 행한 발언은 오늘 다시 돌아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날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는 스스로 인권변호사라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인권 침해에 대해 한마디 말씀도 없으시고 사과도 안 하셨다"며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어진 다음 발언은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냐? 어떤 증거가 '없다고 나왔지만' 그것은 뒤로 넘겨놓는다 하더라도, 집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성폭행범이나 하는 수법으로 차를 (들이)받았다."

바로 이 발언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부정선거 댓글 공작 의혹에 대해 '어떤 증거가 없다고 나왔지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이 발언을 하기 전까지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댓글 공작이 있었는지 아닌지 공식적인 발표를 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 후보는 당시 단정하여 '어떤 증거가 없다고 나왔지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토론이 끝나고 난 직후 경찰의 기습적인 발표가 이어집니다.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결과 발표였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는 모두 명백한 거짓말로 확인되었습니다. 국정원의 부정선거 댓글 공작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고 이 말을 받아 경찰도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거짓말로 남은 결과는 너무도 참혹합니다. 박근혜 후보와 경찰의 거짓말 때문에 국민은 부정선거 댓글 공작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를 했습니다.

덕분인가요? 3일 뒤에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후보는 과반이 넘는 51.6%를 얻었다며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정말 기가 막힌 거짓 공화국의 출범 아닙니까? 그렇게 지금 이 나라는 '샤머니즘이 지배하는' 권력비리 공화국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2012년 12월 16일 3차 토론회가 있었던 그날,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 발언에 대한 진실입니다. 경찰이 발표도 하지 않은 그때, '댓글 공작이 없었다며' 발언한 경위가 무엇입니까? 도대체 박근혜 후보가 알고 있는 이 부정선거의 진실은 무엇입니까?

세월호 참사 7시간의 진실, 어디에서 무얼했나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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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세월호 참사 당일에 있었던 7시간의 비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단순한 진실을 가지고 국민과 '스무고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304명의 국민이 죽어간 대 참사입니다. 이로인해 전 국민이 울며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단 한사람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구해주지 못한 그들을 위해 미안하고 괴로워하는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다른 문제로 괴로워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바로 자신의 '7시간 행적을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로 인해 괴로워한 것입니다. 이를 밝혀 달라며 국민들이 끊임없이 물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떠 오른 한 마디가 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2년 12월 16일 있었던 대통령선거 마지막 3차 토론회 당시 박근혜 후보가 행한 마지막 발언입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돌봐야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오직 국민 여러분이 가족입니다. 열 자식 굶기지 않는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도대체 지금 누가 행복합니까? 최순실과 정유라만 행복한 대한민국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답해야 합니다. 304명의 국민이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던 그때, 전 국민이 눈물을 흘리던 그때 당신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언, 사실입니까?

1975년 6월 21일 서울 배재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구국십자군 창군식에 박근혜 당시 영부인 대행과 최태민(왼쪽)씨가 참석해 있다. 2016.10.29 [연합뉴스 자료사진]
 1975년 6월 21일 서울 배재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구국십자군 창군식에 박근혜 당시 영부인 대행과 최태민(왼쪽)씨가 참석해 있다. 2016.10.29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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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은 이것입니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과 최순실로 이어진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몇 달에 걸쳐 최순실 의혹이 불거졌지만 결정적 증거인 '태블릿 PC'를 입수한 JTBC가 아니었다면 이 문제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의혹은 이제 일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언컨대, 이 자리에 나가서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지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과거 최태민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이를 문제 제기한 김재규 전 중정부장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도 모두 부인했습니다.

'사실이 아니며 왜곡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변명했고 그러면서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나는 모르는 일이며 나와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그들의 비리'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역시 최순실 비리에 대해 진실을 호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11월에 제가 쓴 책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을 통해 당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박근혜 후보에게 물었던 그 사건입니다.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을 조사할 당시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습니다. 그때 김정렴 실장이 저에게 들려준 바에 의하면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날 자신에게 쪽지를 줬다고 했습니다.

살펴보니 그 쪽지에는 3개의 기업체 이름이 써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뭐냐고 하니 "최태민의 구국선교단에 기부금을 낸 업체인데 현안 민원을 해결해 주라"는 부당한 지시였다고 했습니다(관련 기사 : "영애 박근혜, 기부금 낸 기업 민원해결 요청").

이러한 김정렴의 증언을 책에 담아 발간하자 2012년 11월 30일 문재인 후보 선대위 진성준 대변인이 저를 대신하여 박근혜 후보에게 공식적으로 물었습니다. "이 당시 청탁 업체는 어디인지, 청탁 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청탁 결과 어떻게 조치됐는지 밝혀야 한다"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자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 선대위 측 안형환 대변인은 밤 늦게야 이에 대한 답변을 내 놨습니다. 그런데 그 답변이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박 후보가) 이 건에 대해 확인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게 부정한 도움이나 특혜를 준 적이 없다"는 전면적 부인이 다 였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답해야 합니다. 아버지 박정희 시절에 9년 3개월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하지만 나는 모른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저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고요? 김정렴씨가 증언한 그때, 최태민이 기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낸 수법과 이번에 최순실이 벌인 수법이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구국선교단이 '미르 재단과 K스포츠'라는 이름으로만 달라졌을 뿐, 그리고 그 수혜자가 최태민에서 그 딸인 최순실로 바뀌었을 뿐 이 과정에서 매개 역할을 해 준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바로 최태민 때는 퍼스트레이트 역할을 했고 지금은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박근혜'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모릅니다. 여전히 박근혜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한 행위를 한게 드러난 것이 있냐며 옹호하는 사람도 일부 있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저는 여전히 알고 싶습니다. 말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1시간, 1분도 더 이상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만 하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것이 지난 12일, 5천만 명의 국민을 대신하여 100만 명이 함께 하야를 외친 이유입니다.


태그:#하야, #박근혜 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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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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