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거제시장이 '성과퇴출제 폐지'와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를 알리는 펼침막을 들고 1인시위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지부장한테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상황은 11일 오전 8시 10분경, 거제시청 앞에서 벌어졌다. 배병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거제지부장(경남본부장 겸임)이 손팻말을 들고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에 따르면, 당시 권민호 시장이 출근하다 1인시위하는 배 지부장과 마주쳤다. 권 시장은 배 지부장이 들고 있는 손팻말에 적힌 글자 가운데 '민중'이란 단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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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거제지부장은 11일 아침 거제시청 앞에서 '성과퇴출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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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는 권 시장이 "국가가 이렇게 힘들 때, 공무원이 어떻게 좌파들이 쓰는 용어를 쓰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배 지부장은 "민중이란 단어는 사전에도 나와 있고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면서 배 지부장은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이 사안에 있어 우리 공무원들은 당사자다"고 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때 "권 시장이 '이 XX가 죽을려고!', '패죽여버린다', '이 XX, 너 이제 9시부터 6시(오후)까지 꼼짝도 못하게 노조 일 못하게 해버릴 것이다'고 말했다"고 했다.

권민호 시장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는 권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자체장이 직원들의 대표자인 노동조합 지부장에 대해 욕설과 고성으로 위협을 가했던 사실은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거제시 공무원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으며, 공무원으로서 가졌던 자긍심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가가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헌법유린 국정운영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대한민국 국가가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인 것"이라 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권민호 시장의 말대로, 국가가 어수선하지만, 시민들과 국민의 편안을 위해 우리의 자리를 지키며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그런 하위 공무원노동자들 덕분에 정권의 혼란 속에서도 국가의 행정서비스는 탈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권민호 시장에 대해,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는 "직접선거로 당선된 거제시 하위직 공무원의 대표자인 배병철 지부장에 대한 욕설과 위협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한 것이며, 나아가 거제시민의 대표인 시장이 거제시민의 자존심에도 심한 상처를 입힌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는 "오늘 이 상황과 관련하여, 권민호 거제시장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사과를 표현할 것을 요구하며, 만약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포함하여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배병철 지부장은 전화통화에서 "권 시장이 했던 폭언을 그대로 적어 보도자료를 냈다. 권 시장이 하지 않은 말을 적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권 시장은 저한테 '이 XX'와 '야이 임마'라 했고, '패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이날 오후 전화통화에서 "배 지부장한테 폭언한 사실이 없다. '이 XX'라 하지 않았다"며 "'민중'이란 용어를 쓸 수 있느냐고 하니까 배 지부장이 따지듯이 말했고, 그래서 '야이 임마, 시장한테 따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들어오는데 배 지부장이 흥분해서 뒤에서 고함을 지르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저는 공무원을 이끄는 감독자이고 공직자다. 배 지부장한테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면 안된다는 말을 했다"며 "공무원노조 지부장이기 이전에 공무원이다.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자제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