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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수만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박근혜 퇴진하라" 수만명 분노의 촛불행진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수만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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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저녁, 광화문 집회에 가려고 시청역 4번 출구로 나왔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인도로 올라와보니, 이미 집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닭꼬치와 여러 먹거리들이 대로에 펼쳐져 있는게 아닌가. 초를 파는 상인들,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커플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기들. 이게 집회에 가는 풍경이 맞나 의심될 정도로 사람들의 발걸음은 저녁 나들이를 가는 듯했다. 시야도 탁 트였다. 차가 없는 광활한 8차선 도로. 역시 집회는 '대로를 걷는 맛'아닌가.

탁 트인 8차선 도로, 역시 집회는 '대로를 걷는 맛!'

최근의 집회 현장은 그야말로 시민들의 끼가 펼쳐지는 무대였다. 국정농단의 책임자들에게 '역살'을 날린 대학생들의 시'굿'선언, 가면을 쓰고 실을 달아 연출한 최순실-박근혜 마리오네트(marionette), 선녀와 말 코스프레 등 집회는 일종의 문화적 행위가 되었다. '밧데리도 5%면 갈아야 한다', 'I.Sunsil.U', '박근혜 퇴근혜' 등 재치있는 피켓을 보는 재미까지.

<I.Sunsil.U> 집회에서 쓸 피켓을 만들어 보았다
 <I.Sunsil.U> 집회에서 쓸 피켓을 만들어 보았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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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회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공감'의 장소이자,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치유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펼치는 거리의 축제는 늘 무장한 경찰의 차가운 방패와 차벽 앞에 막혀있는 것을 보게 된다. 돌이켜 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야간집회는 불법이었고(왜?), 현재 누구나 할 수 있는 청와대 분수대 앞 1인 시위가 과거에는 '연행사유'가 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집회·시위(집시)의 자유는 사실 헌법이 보장한 범위보다 상당히 축소되어 있지만, 이 정도의 수준의 자유를 누리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헤아릴 수 없는 시민들의 투쟁이 기여를 해왔던 부분 그리고 내가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의 작은 성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연행된 청와대 앞 1인 시위

그땐 이게 불법이었다. 요즘 이렇게 입으면 경복궁 무료 입장!
▲ 청와대앞 1인시위 그땐 이게 불법이었다. 요즘 이렇게 입으면 경복궁 무료 입장!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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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그러니까 호랑이가 피던 담배에 엄청난 세금이 붙기 전 참여연대는 청와대 앞에서 국무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공개하라는 1인 시위를 했다. 정부가 국민들 '몰래' 회의하고, '몰래' 일을 처리하는 밀실 행정을 없애고, 투명한 행정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조선시대에도 국왕의 모든 언행을 기록 했었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무회의 내용을 기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일이 아니었겠는가.

문제는 9명의 경호대원이 1인 시위를 한 활동가를 승합차에 실어 강제연행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조선시대 관복(?)을 입은 참여연대 활동가의 1인 시위를 경찰은 '불법'이라 규정했던 것. 이 사건 이후 참여연대는 국가를 상대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남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부의 500만원 배상판결' 뙇!!(아..잠시 눈물 좀 닦고..) 법원은 경찰의 연행이 신체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참여연대가 제기했던 이 소송은 단순히 피해보상의 문제를 넘어, 청와대 앞 1인 시위의 르네상스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더 이상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대해 경찰이나 경호원이 함부로 제지할 수 없게 된 것.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청와대 앞에서는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침묵으로 피켓팅을 하거나 조용한 분위기의 '시낭송회' 조차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2009년까지 집회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주요한 기준 중 하나는 바로 '하늘에 해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참고 :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 집시법10조)

태양 "나 빼고 집회하면 다 불법인거 알지?"
 태양 "나 빼고 집회하면 다 불법인거 알지?"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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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가 활발했던 2008년, 경찰은 '저녁' 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당시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을 '집시법 10조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에 참여연대는 오히려 집시법 10조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집시법 10조가 위헌인지 아닌지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함으로 경찰의 기소에 맞서기도 했다.(이를 위헌법률심판제청라고 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위헌법률심판제청 1년 뒤, 헌법재판소의 9인의 재판관 중 5명은 야간집회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2명은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7:2로 집시법 10조가 위헌이 되어버린 것. (아..또 눈물이..) 이 판결은 우리나라에서의 야간집회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그것은 합법 차벽봉쇄가 아니라 그냥 대규모 불법 주차였다

경찰의 차벽봉쇄, 그냥 대규모 불법주차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경찰의 차벽봉쇄, 그냥 대규모 불법주차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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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경찰은 대규모 불법시위가 예상된다는 '예지력'(?) 만으로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에워쌌다. 이에 참여연대는 경찰의 과도한 공원력 행사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로부터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방지조치는 최소한의 범위로 행해져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 낸다. 과도한 차벽봉쇄 또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말이었다.

권력이 그어놓은 '어항 속의 자유'를 넘기 위해

어항 속에 갇힌 집시의 자유를 넘어서야
 어항 속에 갇힌 집시의 자유를 넘어서야
ⓒ Ka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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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를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가치질서'라고 이야기했고,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불만 표출이 오히려 '사회적 통합과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명시했다.

1987년 이전까지 독재정권을 겪었던 우리나라가 오늘 만큼의 자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부당한 권력의 탄압에도 자기 목소리를 당당히 외쳤던 앞 세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집시의 자유는 어쩌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범위 그 자체라고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와글 와글' 더욱 신나고 명랑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흥겨웠던 지난 11월 5일. 사실 경찰은 집회가 있기 하루 전, 시민들의 행진을 금지한다고 통고했다. 물론 참여연대의 발 빠른 대처로 법원이 경찰의 행진 금지를 중단하도록 했으나, 시민들의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경찰의 태도는 과거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리가 여기에서 멈추어도 될까. 지난해 11월, 쌀값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던 고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강압적인 물대포 살수에 생명을 잃고 말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외국인들은 관광차를 타고 청와대 내부를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은 청와대로 가는 인도를 걸어가기만 해도 경찰들로부터 '어디로 무엇을 하려고 가는지' 등 심문 같은 질문을 받아야 한다.

지난 11월 9일 참여연대는 청와대 부근을 비롯한, 주요도로에서 자유로운 집회 보장을 위한 집시법 개정을 국회에 청원했다. 집회금지구역이 되는 기관의 범위를 줄이고, 금지구역도 경계지점에서 30미터 이내로 하자는 것. 그리고 '교통소통'을 근거로 집회를 불허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집회 중 교통통행은 경찰과 집회 개최자가 협의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앞으로 물대포도 금지시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 외치고, 춤추며 노래할 수 있는 자유로운 대한민국. 이를 위해 참여연대가 작은 노력을 이어가려고 한다. 집시법 개정활동을 위한 <'같이가치' 기념일모금함>이 개설되어있고, <함께 만드는 박근혜 퇴진 지도 만들기> 온라인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오는 12일 더욱 신명나는 집회를 기대한다. 

'함께만드는' 박근혜OUT지도 온라인 캠페인. 전세계가 우주의 기운을 모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함께만드는' 박근혜OUT지도 온라인 캠페인. 전세계가 우주의 기운을 모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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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집회, #박근혜, #최순실, #하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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