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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를 책의 도시로'라는 슬로건 아래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북쿠오카(Bookuoka) 북 페스티벌은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는 행사이다.

올해는 11월 1일부터 20일간 열렸는데, 그중 느티나무 거리에서 열리는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 행사와 '서점원의 밤' 행사가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다. 두 행사 모두 지난 11월 5일에 열렸다.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은 서점이나 카페 등 지역의 가게들이 헌책을 팔 수 있도록 처마 아래 한 자리를 내어주는 행사로 올해는 약 80군데에서 참여했다. 서점뿐만 아니라 여러 가게에서 자리를 내주고 있었고 참가자들은 1000엔의 참가비를 내고 자신들이 골라서 가져온 한 상자 분량의 책을 파는 서점 주인이 된다. 즉, 일일 사장이 되는 셈.

후쿠오카에서 이 행사를 시작하는 첫 단계부터 참여한 서일본신문사 출판국의 스에자키 씨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지만 이름이 없는 아주 작은 서점에서는 일반인처럼 참가하기도 한다고 슬쩍 귀띔해주었다.
2016 북쿠오카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이 열리고 있는 거리의 풍경 ⓒ 김은경
5일 오전 9시 40분 느티나무 거리의 서점 '북스큐브릭'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집결해 행사진행요원들의 설명을 들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팔리는 책의 권수와 금액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 영업이 종료된 후 판매권수와 판매금액, 데커레이션, 이 세 분야의 시상이 이뤄진다고.

책은 물론이고 직접 만든 수제 책갈피와 액세서리, 중고음반을 함께 파는 곳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가장 흥미진진한 것이 데커레이션이었다. 들고 나온 책과 자신의 한 상자 헌책방을 홍보하기 위해 다채로운 책 소개 POP와 알록달록 그림과 글씨로 꾸며진 홍보물들, 상자와 장식품을 이용해 개성을 뽐낸다.

원래 이 '처마 아래 한 상자 헌책방' 콘셉트는 도쿄 북 페스티벌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것이 훨씬 반응도 좋고 유명해져 이제는 약 5천명의 사람들이 행사 기간에 이곳을 방문할 정도라고.

우리 일행도 약 한 달 전에 미리 신청했다. 참가비 천 엔(약 만 원)을 미리 내야 하지만 해외에서 온다고 특별히 현장에서 납부하도록 주최 측이 배려해주었다.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 꽃과 소개 문구 등을 활용해 저마다 개성있는 색깔로 자기만의 책방을 연출한다. ⓒ 김은경
저마다 개성있는 색깔로 자기만의 책방을 연출한다. ⓒ 조경국
행사 주최 측의 설명을 듣고 배정받은 북스큐브릭 서점의 처마 아래 한 칸에 자리를 잡았다. 외국인으로는 첫 참가라며 특별히 가장 중심 장소라고 배정해준 자리였다. 우선 오늘 자리 한쪽을 내어준 서점에 들어가 보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팬이라는 서점 주인은 책을 구비하는 조건에 대해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매장은 베스트셀러보다 커피, 와인, 책 등 그의 관심 분야가 느껴지게 눈에 쏙쏙 들어오는 특정 분야의 책들이 많이 갖춰져 있다. 규모가 작으므로 큰 중개상을 끼지 않고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한국에서 출간된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의 원서가 눈에 띄어 한국어판 책을 보여주니 서점원이 무척 신기해 하며 말했다.

"출판업계 사람들이 주로 찾는 책인데, 어떻게 한국에까지 소개되었네요?"
한국에도 소개되었어요 북스큐브릭의 서점원이 진열된 책의 한국어판 책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 김은경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 단단함이 곳곳에 스며있어서인지 매장은 이방인의 어설픈 눈에도 전체적으로 아주 편안하고 알차게 보였다. 책을 소개하는 문구도 다양한 모양과 방법으로 곳곳에서 다채롭게 뽐내고 있었다. 물론 화려하지 않고 아주 담백한 모습으로.

오픈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함께 온 진주 소소책방의 주인장이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한쪽에 펄북스 출판사의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2권과 <중독자> 시집 1권을 함께 꺼내놓았다.

사실 데커레이션 부분이 그토록 주목받는 것인지 모르고 준비가 많이 미흡했다. 겨우 "한국에서 왔어요"라는 조그마한 표시 하나와 'KEEP CALM AND READ ON' 포스터로 얼렁뚱땅 준비를 마쳤다. 판매 금액은 9400엔.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한 권이 포함된 판매 금액이다.
2016북쿠오카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 한 상자 헌책방 행사에 참여한 소소문고 코너 ⓒ 김은경
워낙 짧고 빠듯하게 잡은 일정이라 안타깝지만 시상식을 보지 못하고 다음 스케줄을 위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중간에 짧은 일정을 하나 더 소화하고 오후 7시부터 또 다른 이벤트 중 하나인 '서점원의 밤'에 참여한다. 서점인, 출판인, 중개인,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성격의 자리다.

작년 2015년이 북쿠오카 페스티벌 10주년이었는데 그때 서점과 출판사, 중개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책과 서점의 미래에 관해 11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끝장 토론이라고 할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원칙은 문제점 토로가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그 토론의 기록은 <서점이 없어진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本屋がなくなったら、困るじゃないか>라는 책으로 올해 출간되었는데, 한국어판은 2017년 출간 예정이다.

* '서점원의 밤' 행사 소식은 다음 편에 이어서 전하겠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도서출판 펄북스 편집장입니다.

태그:#BOOKUOKA2016, #2016북쿠오카, #처마 밑 한 상자 헌책방, #일본북페스티벌 , #후쿠오카북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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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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