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 작년에도 올라가봤다~~~"
"그래? 어때?"
"조금 힘은 드는데, 재밌어."

지금은 서운산 원정대 아이들과 교사들이 서운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 가을속으로 지금은 서운산 원정대 아이들과 교사들이 서운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이것은 기자(서운산 원정대 산행도우미)의 버스 뒷좌석에서 이루어지는 두 아이의 대화다. 산행을 앞둔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입을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댄다. 요즘 학교 소풍도 이정도 재잘거림이 넘쳐날까 싶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동창회 친구들 같다. 그래서 이 산행은 버스 안에서부터 시작 된다.

가을로 올라가는 아이들과 어른들

'버스 속 재잘거림'의 끝에서 만난 서운산 입구는 '가을 입구'다. 서운산 입구 주차장에 내리자, 아이들도 교사들도 도우미들도 모두 '이구동성'이다.

"아! 가을이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8일) 새벽까지만 해도 비가 왔었다. 산행을 앞둔 교사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날씨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서운산 가을 아침은 언제 그랬냐고 묻고 있다. 요즘아이들 말로 '개맑음'이다.

한 남자 아이가 도마뱀을 보고 소리치자 모든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권호숙 교사와 함께 있다.
▲ 도마뱀 한 남자 아이가 도마뱀을 보고 소리치자 모든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권호숙 교사와 함께 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모둠은 모두 3모둠. 그 중에서 기자는 '서운산 원정대' 선봉에 선 '야광 조팝' 모둠에 따라 붙었다. 아이들의 배낭이 제법 묵직하다. 거기엔 점심도시락, 과자, 자리, 물, 옷, 세면도구 등이 있을 게다.

"교사보다 앞서가면 안 된다"는 규칙은, 몇 발자국도 못가 깨진다.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서운산 정상에 가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서운산 정상에서 까먹는 도시락에 가 있다. 몇 년에 걸쳐 이 학교에 오는 선배아이들이 벌써 그 느낌을 전달했을까. 아니면, 아이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설렘일까.

서운산 초입에서 만난 천년사찰 석남사. 아이들은 천년사찰의 '의미'보다 '실용성'이 더 고맙다. "화장실 갈 사람은 여기서 갔다 와라. 산에 올라가면 볼일 보기 힘드니까"라는 교사의 말이 그걸 뒷받침 해준다. '야외에서 소변보기'에 자신 없는 아이들과 볼일이 급한 아이들은 화장실을 다녀온다.

'가을 산'속 모든 것들이 '교육자료'

길가에 늘어서서 '서운산 원정대'를 환호해주는 무리들이 있다. 바로 물봉선들이다. 불그스름한 피켓을 들고, 환영퍼레이드를 한다. 이것을 교사와 아이들이 놓칠 리 없다. 교사가 물봉선 이파리를 따서 아이들 손톱에 갖다 댄다. "선생님 저도요, 저도요"라고 아이들이 아우성이다. 먹이를 가져온 '어미 새' 앞 '아기 새'들처럼.

"야! 저기 도마뱀이다!"

한 아이가 외친다. "어디? 어디?"란 답가와 함께, 일제히 모든 시선이 거기로 모인다. 동물백과에서만 보았던, 아니면 시골 외할머니 댁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도마뱀이다. 아이들은 마치 '주라기 공원 속 공룡을 보듯' 도마뱀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 도마뱀을 잡으려는 한 남자아이의 열심을 말린 건 교사다. "명색이 자연학굔데....."라는 말과 함께.

지금은 강정옥교사가 아이들에게 마법의약(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약을 먹고 기자도 힘이 났다.
▲ 마법의 약 지금은 강정옥교사가 아이들에게 마법의약(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약을 먹고 기자도 힘이 났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선생님! 이건 뭐에요? 저건 왜 저렇게 생겼어요?"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의 이어지는 물음에, 신이 난건 교사다. 이 모습이 바로 이 원정대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교사가 "지금부터 자연수업 시작입니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산을 오르다가 만나는 모든 게 수업이고, 교육 자료다. 교사가 미리 준비한 교육 자료는 없다. 다만, 자연이 미리 준비해준 자료만 있을 뿐이다.

'마법의 약'을 먹고 힘을 내다.

올해는 유달리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지원해, 서운산 원정이 힘들까봐 도우미를 많이 불렀다지만, 교사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저학년 아이들이 고학년 아이들보다 훨씬 말없이 잘 올라간다. 오히려 경험이 있는 고학년 아이들이 투덜대니 우스운 꼴이다.

"힘든 아이들을 위해 '마법의 약'을 줄까?"
"네. 선생님"

'마법의 약'이라니? 교사가 꺼내든 건 사탕이다. 교사가 사탕을 꺼내드니, 아이들은 손을 서로 벌린다. "줄을 서시오"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사탕은 동이 난다. 평소 집에선 그 사탕을 쳐다보지도 않았을 수 있지만, 산에선 다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들다고 찌푸리던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얼굴은 펴있고, 발걸음은 가볍다. 아, 이래서 '마법의 약'이라고 했구나. 사실 기자도 아이들과 같이 '마법의 약발'을 좀 받았다. 하하하하.

지금은 아이들이 들꽃을 만지고 있다. 미리 준비된 교육자료는 없다. 서운산의 모든 것들이 수업자료가 된다.
▲ 들꽃을 만지다 지금은 아이들이 들꽃을 만지고 있다. 미리 준비된 교육자료는 없다. 서운산의 모든 것들이 수업자료가 된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서운산 정상(해발 547.4m)에 오른다. 산에 도착하니 먼저 온 어른 등산객들이 배낭 멘 아이들, 특히 1~2학년 꼬맹이들을 보며 신기해한다. "너희들이 직접 올라 온 거 맞느냐?"는 그들의 물음에, '그럼 아이들이 헬리콥터 타고 올라왔겠어요.'라고 속으로 대답하며, 교사들도 아이들도 그냥 웃는다.

이로서 서운산 정상 원정은 마무리 되는 듯하지만,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상 인근 넓은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는다. 집에서 싸온 김밥, 유부초밥 등이 아이들의 가방으로부터 탈출한다. 나눠먹고, 돌려먹고, 웃으며 먹고, 재잘거리며 먹는, 바로 그 맛이다.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아이들에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시간만 같아라'일 수밖에.

서운산 정상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드디어 놀이마당 한판이 벌어진다. 먼저 '신발 멀리 던지기'다. 각자의 신발을 발로 벗어 찬 후, 누가 멀리 가는가를 견주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신발을 사정없이 벗어 차며,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이어지는 추억의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30명이 넘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산위에서 그걸 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박진감 넘치고 재밌는지, 해본 사람만 안다. 사로잡힌 아이들의 줄을 끊고 출발점으로 돌아갈 때면, 영화장면(괴물을 피해 도망가는 인파를 담은)이 따로 없다.

"안내면 술래, 가위바위보"

2학년 쌍둥이 남매 (아로양과 이로군)가 씩씩하게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고 있다.
▲ 꼬맹이들의 약진 2학년 쌍둥이 남매 (아로양과 이로군)가 씩씩하게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고 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상대방을 자신의 꼬리에 붙인다. 이긴 사람은 계속해서 꼬리를 붙여 나간다. 최후에 두 줄이 결정되면, '가위바위보'는 멈춘다. "자, 지금부터 선두주자는 상대팀 꼬리를 잡으세요"라는 교사의 신호가 떨어지면, 산위 잔디밭은 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신나는 게임을 끝내고, 한숨 돌릴 사이도 없이 산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천년사찰 석남사에서 출발해서, 서운산 반대편인 천년사찰 청룡사 쪽으로 가는 코스다. 사실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는 걸, 산을 타본 사람들은 안다.

교사들과 아이들은 산을 내려가며, 수다가 더 많아진다. 급기야 '끝말잇기와 수수께끼'등이 난무한다. 힘이 남아도는 아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주하듯 내려간다. 그 아이들은 "위험하다"는 교사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도 있다.

올라간 만큼의 시간이 걸려 산을 내려간다. 청룡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서운산 원정'은 끝이 난다. 아이들은 쌩쌩한데, 오히려 교사들이 죽을 맛이다.

"아이고! 다리야, 허리야, 무릎아......."

이렇게 '2016년 서운산 원정대'의 원정이 끝나고, 서운면 인처골 마을숙소로 향한다. 그 마을에 가면 좀 더 다양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에도 미션을 수행하는, 그런 즐거움 속으로 그들은 가고 있다.

16년간 이어져온 안성아줌마들의 열정이 만든다

이 학교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이 2000년부터 안성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해오는 프로그램이다. 이 학교 교사들은 평소 주부로 살다가, 몇 차례의 예비모임과 1박2일간의 자연학교캠프에 전적으로 봉사한다. 그녀들도 꾸려야할 가정이 있음에도, 그것을 잠시 내려놓고 거의 '올인'한다. 그녀''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진즉에 이 학교는 문을 닫았으리라.

서운산 정상에서 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재미의 무게가 남다르다. 사진은 신발 멀리 차기 하는 중이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서운산 정상에서 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재미의 무게가 남다르다. 사진은 신발 멀리 차기 하는 중이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강정옥, 권혜옥, 민온기, 권호숙, 허혜정, 박찬숙 그리고 김선희'등 7명이 2016년의 주역들이다. 그녀들은 열정만 있는 게 아니라 실력과 노하우도 대단하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의 회원이기도 한 그녀들은, 평소 환경공부를 할뿐만 아니라, 서운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서운산을 익힌다. 환경학자보다 지식이 조금 떨어질 순 있지만, 적어도 서운산에 관한한은 그녀들이 더 전문가다.

이런 그녀들이 변함없이 안성지역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인도해주니, 그저 고맙고 고맙다. 2017년 서운산 자연학교가 또 기대되는 이유다. 


태그:#서운산, #서운산 자연학교,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자연캠프,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