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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중인 서일본 철도노조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의 모습
 인터뷰중인 서일본 철도노조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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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여수에서 가진 한국·일본 노동자들의 '5.18평화연수회'가 눈길을 끌었다.

매연 지하철 노조와 JR서일본 노조는 3박4일 일정으로 양국을 오가며 교류가 진행 중이다. 오사카, 교토, 나고야를 철도를 담당하는 JR서노(西勞)와 한국의 철조노조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는 오래전이다. 1996년 12월 김영삼 정부의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한국 노동계가 총파업 당시 이를 배우고자 일본 노동단체가 한국을 찾은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매년 5.18정신을 배우려고 광주를 찾는다.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에는 5.18 정신을 계승하는 들불열사기념사업회원들이 일본을 다녀왔다. 이번엔 5.18재단이 JR서노를 초청했다.

이들은 해마다 현대사의 질곡의 아픔을 안고 있는 제주와 광주를 방문한다. 올해는 광주를 거쳐 여순사건의 유적지를 둘러봤다.

김상호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상임이사(54세)는 "6년 전 지하철노조와의 인연으로 JR서노가 5.18정신을 배우려고 연락해와 매년 30~40명씩 광주 5.18정신을 배우고 그 현장을 체험중이다"라고 말했다.

6년째 이어온 한일 노동자 '5.18평화연수회'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 무렵 일본에서도 대형 사고가 났다. 사고는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 곡선구간에서의 무리한 과속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열차가 아파트를 들이받아 아파트 주민과 승객 107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교류를 통해 두 단체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행한 조귀재(52세)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 사무국장은 "철도노조는 올해 성과연봉제 저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성과를 못 내면 해고를 시키겠다는 건데 철도와 지하철이 성과를 낸다는 것을 안전문제와 직결된다"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처럼 철도가 시간을 맞추려면 과속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공공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공성은 성과보다는 국민의 안전을 우선해야 함을 강조했다.

5.18 항쟁 들불열사기념사업회원과 일본서노 간부와 그리고 지하철 노조 간부들이 여순항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만성리 형제묘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5.18 항쟁 들불열사기념사업회원과 일본서노 간부와 그리고 지하철 노조 간부들이 여순항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만성리 형제묘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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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광주에서 보냈다. 이후 여수로 내려와 여순항쟁 유적지를 둘러봤다. 일과복지연대의 초청으로 일제 강점기 여수 신월동에 위치한 수상비행장과 신월동 14연대 주둔지, 인민대회가 열렸던 중앙동 진남관 앞, 마래동굴, 만성리 형제묘 등 역사적 현장을 방문했다.

여수일과복지연대 주종섭 소장은 "올해 여수를 찾는 첫발이다"면서 "국제노동자연대나 민중연대 차원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유적지를 둘러보고 연대를 통해 국제적 평화를 이뤄내는게 중요하다"고 초청이유를 밝혔다.

JR서노 니시므라 부위원장은 제주4.3, 광주5.18, 여순항쟁은 민중들이 투쟁의 역사가 축척되면서 한국 민주화의 역사가 달성된 같다며 일본과 한국노동자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JR서노 니시므라 부위원장은 제주4.3, 광주5.18, 여순항쟁은 민중들이 투쟁의 역사가 축척되면서 한국 민주화의 역사가 달성된 같다며 일본과 한국노동자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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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JR서노 니시므라 부위원장은 "여순항쟁은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건이었다"면서 "동포를 진압하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군대에서 파병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어 감동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제주4.3, 광주5.18, 여순항쟁을 통해 민중들의 투쟁의 역사가 축척되면서 한국의 민주화의 역사가 달성된 같다"면서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사회에서도 민주화를 공격하려는 것들이 지속되고 있으니 일본과 한국노동자들의 연대가 대단히 중요하다, 함께 투쟁하자"라고 외쳤다.

백남기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일"

살인정권 규탄,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이라 쓰인 백남기 농민 근조 리본을 단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은 백남기 농민 사태를 대하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박근혜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보수화,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아베정권의 잘못을 묻는 질문에 "자위대를 군대로 만들려고 하고 이를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평화헌법구조를 바꾸려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며 "이를 저지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이런 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베와 박근혜정권이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지만 이에 반발해 여수를 비롯 전국적으로 소녀상을 세우는 한국의 시민운동에 대해 "십분 동의 한다"면서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사죄하고 연대를 약속한다, 소녀상 만들기에 충분한 지지를 보낸다"라고 지지를 표명했다.

아래는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56세)과 가진 인터뷰다. 통역은 최미선씨가 담당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소장이 JR서노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에게 선물을 하고 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소장이 JR서노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에게 선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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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번제 방문이 이뤄졌다.
"한국에 대해 광주5.18을 듣게 되어 민중항쟁에 대해 보고, 듣고, 알자는 것에서 방문을 시작했다."

- 6년째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특이한 인상이 있기보다는 광주 5.18민중항쟁은 배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확대발전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방문을 이어왔다. 5.18축제에 참가해 그 안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을 일본에 가져가 일본 동지들과 나누자는 차원이다."

- 추모제는 참석해 봤나?
"매년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참석했다."

- 광주 5.18항쟁을 본받아 일본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 보나?
"한국에 박근혜 정부가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아베정권이 있다. 지금 아베가 '전쟁할 수 있는 국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이에 저항하기 위한 운동을 만드는 데 민중의 저항의식을 확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 JR서노(西勞)는 어떤 단체인가?
"서일본 철도 회사의 노동조합이다. 전체사원은 3만 명 가운데 750명의 민주파 노조다. 한국에서는 복수노조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일본에서는 복수노조가 오랜 기간 동안 도입됐다. 작업장에 친정부, 친사측노조가 제법 많아 상대적으로 민주파 노조의 입지가 좁은 것이 사실이다."

- 아베 정권이 갈수록 보수·우경화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더 보수화되고 우경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 아베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 이에 반발해 여수를 비롯 전국적으로 소녀상을 세우고 있다. 
"저는 이런 한국의 시민운동에 십분 동의한다. 저희 JR서노를 포함해 일본의 많은 시민단체들이 한국에 직접 와서 위안부 문제인 나눔의집 할머니를 만나면서 당시 몰랐던 일본군이 어떤 짓을 했는지 듣고 배웠다. 그에 대해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사죄하고 연대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의 소녀상 만들기에 충분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JR 철도노조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은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일본군이 저지른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한국의 소녀상 만들기에 충분한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JR 철도노조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은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일본군이 저지른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한국의 소녀상 만들기에 충분한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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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정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뭔가?
"제가 꼽을 수 있는 건 자위대를 군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는데 이를 위해 그의 커다란 족쇄였던 헌법개헌, 즉 평화헌법구조를 바꾸려고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노조를 포함해 시민사회 단체는 이를 저지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이런 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

- 아베개헌 반대에 일본 국민들은 얼마나 지지하나?
"안타깝게도 아직은 일본사회에서 언론이나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격으로 개헌의 진실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커다란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할 거라 생각해 운동을 진행 중이다."

- 과거 한일 관계의 불행했던 식민지 역사가 있다. 바람직한 한일관계의 정립은 무엇인가?
"한일 노동자와 시민들이 서로 왕래하고 서로가 몰랐던 부분에 대해 배우고 역사적 진실에 대해 다가가며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관계라 생각한다."

-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돌아가셨다. 한국정부의 잘못이 무엇인가?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정부가 사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여수를 방문해 여순사건을 둘러봤다. 역사의 현장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여순항쟁'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저희는 제주 4.3과도 연대를 하고 있어 여순사건도 그와 관계된 사건이었다는 것을 여수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군사기지가 있었던 문제도 그렇고 여순항쟁을 알게 돼 일본에 가서 동지들과 이 사실에 대해 토론하고 진실을 전하고 싶다."

- 여수의 인상 깊었던 점과 여수를 다시 방문할 의향은 있나
"여수와 순천이 여수 땅에서 제주와 마찬가지로 1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국가폭력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일제의 가해 역사를 추적하면서 한국의 5.18항쟁, 제주4.3항쟁, 여순항쟁을 알게 됐다. 한국민중의 투쟁의 역사를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 기회만 허락한다면 여수를 다시 찾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JS서노, #스가와 타게오 집행위원장, #5.18평화연수회 , #일과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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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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