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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317일만에 사망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왼쪽)와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오른쪽), 백남기 대책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오는 29일 비상시국선언과 다음달 1일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317일만에 사망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왼쪽)와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오른쪽), 백남기 대책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오는 29일 비상시국선언과 다음달 1일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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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를 믿어야죠, 믿고 있는데…."

정현찬 백남기대책위 공동대표(가톨릭농민회장)의 목소리에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28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정 대표는 "판사의 양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원이 (백남기 농민 부검을 위해 재청구된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라면서도 "마음이 답답한 게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검경은 백남기 농민이 숨진 25일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청구했으나, 다음날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검경은 27일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의 추가 소명 요청에 이날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 법원이 이날 영장의 발부·기각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례식장은 또 다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정 대표는 "백남기 농민을 지키는 것은 농민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인권을 지키는 일"이라며 "오늘 저녁 부검 영장이 발부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많은 분들께 비상임을 알렸다. 많은 국민 분들도 동참해주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대표는 "오늘 천주교 성직자 분들이 많이 오셨다"라며 "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은 아무런 생각 없이 난폭하게 밀어붙일 우려가 있다. 성직자가 있으면 그런 무례함을 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성직자 분들이 찾아와줬다"라고 말했다.

"영장 발부되면 정치권 나서줘야"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과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조문 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과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조문 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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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 사건을 거론하며 정치권의 도움도 호소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이한열의 영정을 들고 가는 모습을 전국민이 다 봤다"라며 "만약 경찰이 시신을 가져가려고 한다면, 1987년 그때 심정으로 정치권이 강하게 결합해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당시 법원은 이한열 열사가 숨진 직후 검경이 청구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곧장 시신이 있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당시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던 학생들에게 막혀 시신을 가져가지 못했고, 이후 가족·교수·학생 대표가 입회한 가운데 부검이 진행돼 최루탄 파편에 따른 뇌손상으로 사망 원인이 밝혀진 바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과 보내고 있는 정 대표는 "유가족들이 너무 어렵게 지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원래대로라면 장례 걱정을 해야 할 사람들인데, 지금은 울 겨를도 없이 검경의 행태를 보며 분노하고 있다"라며 "(검경은) 그들의 남편과 아버지를 두 번 죽이려고 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대표는 "물대포로 인한 사망이 너무도 명확한데 부검이 무슨 말인가"라며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백남기, #정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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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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