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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종주가 벌써 아홉 번째를 맞았다. 참 많이 걸어 내려왔다. 9회 동안 갑천은 참 많은 것을 주었다. 이번에는 갑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월평공원 갑천 구간을 걸었다.

대전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으뜸인 곳이 바로 월평공원 갑천구간이다. 그 때문에 종주에 대한 기대도 많았다. 12일 오전 9시 갑천생태해설가 선생님들과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 8명이 대전의 정수원에 모였다(관련기사 : 100년만에 만날 수 있단 고구마꽃을 보았다).

박천영 생태해설가 회장님은 수질을 체크하셨다. 간이 수질측정키드이지만 수질이 상류에 비해 나쁘다고 말씀하셨다. 도시가 시작되는 구간 갑천은 벌써 느끼기 시작한 듯하다. 커다란 태봉보로 물길이 막혀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해 본다. 간이측정결과 약 4~5급 수 수준으로 나타났다.

태봉보에서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 약 4~5급수로 나타났다.
▲ 수질측정중인 모습 태봉보에서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 약 4~5급수로 나타났다.
ⓒ 월평공원갑천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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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보다는 고인물을 좋아하는 마름이 태봉보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마름꽃을 본 적은 없었다. 참 꽃은 예쁘다. 마름의 모양을 보고 마름모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어찌 되었던 물이 고인 공간을 잘 활용해 자리 잡은 마름은 물을 정수해주는 식물이다.

참 예쁜 꽃이 핀다.
▲ 마름꽃 참 예쁜 꽃이 핀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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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기는 한 모양이다. 꽃이 지고 이제 씨들이 맺혀간다. 사그라들지 않을 듯했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물가에 긴 입을 뻣어 여름철 내내 하천을 녹색으로 만들었던 줄풀의 암술과 수술이 씨를 준비하고 있다. 흰색의 암술과 갈색의 수술은 이제 곧 씨가 되어 내년을 준비할 것이다.

오디를 한참 따 먹었던 6월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가을이라 훨씬 더 먹을 게 풍부해지는 하천에서 우연치 않게 까마중을 만났다. 서산 시골에서는 땅꼴이라고 부르며 어릴적에 참 많이 먹었다.

집 뒤뜰에서도 쉽게 만났던 까마중을 대전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반가운 마음에 까마중 맛을 너무 많이 보게 되었다. 까만 입이 될 때까지 맛을 보고는 정신을 차려 다시 걷는다. 선생님 중에는 처음 먹어보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다고 하신다. 이것도 경험치에 따라 다른가보다.

까맣게 익은 열매를 먹으면 달고 맛있다.
▲ 까마중 까맣게 익은 열매를 먹으면 달고 맛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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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이렇게 가는 발거름을 느리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이제 대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태섬 월평공원 갑천 유역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대전에서 유일하게 자연하천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사행하는 하천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이런 예술품을 옆에 두고  대전시가 농경지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친수구역 특별법을 이용하여 대전 호수공원과 5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올 예정지이다.

갑천지구
▲ 건너편 버드나무 뒷편으로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갑천지구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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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은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온다는 말에 한숨을 쉬며, 개발정책의 부당함을 언제쯤 깨닫게 될지 걱정하신다. 개발시대를 살아오셨던 선생님들 마저 이 곳만은 지켜야 한다며 대전시를 비판하신다. 보호지역 지정이 먼저이며, 이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꼭 남겨 주어야 할 곳마저 개발하는 상황을 보기 힘들다고 한마디씩 거드신다.

월평공원 갑천의 모습입니다.
▲ 월평공원 갑천의 전경 월평공원 갑천의 모습입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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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공원 중간에 왔을 때 흉물 하나를 만났다. 바로 월평공원 관통도로이다. 참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회색시설물이다. 차들은 쌩쌩 달려 자연의 느림과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는 그런 도로이다. 많은 생명을 빼앗아가기도 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공사로 희귀식물인 이삭귀개와 땅귀개는 월평공원에서 사라졌다. 수백마리가 밤을 밝히던 늦반딧불이도 이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는 반딧불이가 없다.
▲ 반딧불이 서식지 푯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는 반딧불이가 없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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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지구까지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월평공원 갑천지구는 고립된 섬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이 월평공원 갑천 지역이다. 정수원에서 만년교까지 약 4km에 이르는 구간 옆으로 위치한 월평공원은 갑천과 이미 한몸으로 육상생태계와 수상생태계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이곳을 우리는 월평공원 갑천이라 부른다. 이곳에는 800여종의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평공원 본 구간을 통과하며 가장 아름다운 비경을 눈에 담다보니 벌써 만년교에 도달했다. 평소 보기 힘든 산림청 희귀식물 쥐방울덩쿨을 갑천에서는 늘 만날 수 있다. 생태해설가 선생님들과 대전환경운동연합만 아는 비밀 스런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곳을 지키는 일에 함께 하겠다는 선생님들의 다짐을 받으며 종주를 마무리 한다.


태그:#갑천종주, #월평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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