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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50여km 떨어진 에르덴의 하늘마을 주변.
▲ 몽골 에르덴 사막화 지역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50여km 떨어진 에르덴의 하늘마을 주변.
ⓒ 조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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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이래 최고의 무더위를 기록했던 올여름. 우리나라보다 한참 북쪽에 위치한(북위 47도) 몽골 투브아이막 에르덴에서도 무더위는 기승을 부렸다.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50여km 떨어진 에르덴의 '하늘마을'. 이곳은 한낮에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졌고 새벽엔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져 전형적인 사막날씨를 보였다. 사막화의 한가운데 있는 하늘마을 '카스희망의 숲' 나무들은 어떻게 여름나기를 하고 있을까?

지난달 18~23일 오비맥주 대학생자원봉사단과 함께 방문한 에르덴 '카스희망의 숲'은 나무들 사이에 풀들이 무성했다. 사막과 같은 메마른 땅에 나무들이 겨우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곳에서 일하는 주민 원들은 "예년에 비해 봄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메뚜기와 여치 등 풀벌레들이 여기저기서 날아올랐다.

에르덴에 조성된 카스희망의 숲 조림장에서 푸른아시아 활동가가 대학생들에게 조림장 물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웃돌았고 대학생 봉사단은 하루종일 나무에 물을 줬다.
▲ 몽골 에르덴 사막화 지역 에르덴에 조성된 카스희망의 숲 조림장에서 푸른아시아 활동가가 대학생들에게 조림장 물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웃돌았고 대학생 봉사단은 하루종일 나무에 물을 줬다.
ⓒ 조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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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림장 나무에 물주기 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봉사단.
▲ 몽골 에르덴 사막화 지역 조림장 나무에 물주기 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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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림장의 가에 줄지어 선 포플러는 5~6m 키에 푸른 잎이 무성했다. 조림장 안쪽에 자리 잡은 일명 '비타민나무' 차차르간은 1~2m로 작았지만, 무성한 가지에 노랗게 익은 열매들을 구슬처럼 달고 있다. 사람들이 일일이 양동이로 물을 길어 한 그루 한 그루 물을 준 덕분이다.

물주기 자원봉사에 참여한 10명의 대학생은 그냥 양동이의 물을 붓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생에게 간식을 주듯 나무를 토닥거리며 정성스레 물을 줬다. 나무들은 물과 함께 이들의 정을 듬뿍 받아 더욱 푸르른 것 같다. 조림장 안쪽은 부분적이지만 생태계가 완연히 복원된 모습이다.

하지만 조림장 바깥은 초원이 마치 피부병을 앓듯 여기저기 맨땅을 드러내고 있었다. 원형탈모처럼 군데군데 맨땅이 아니라, 길고 도 점점 더 넓어지는 형태다. 조림장 건너편 종머드 쪽에는 아예 사막처럼 모래더미가 쌓여 기계로 모래를 퍼내고 있다.

한쪽에선 땀방울을 흘리며 나무를 심고 키우고 그 바깥쪽은 버림받은 땅처럼 황폐해져 모래더미가 쌓여가는 풍경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숲을 가꾸며 공동체를 만든 마을
점점 사막화되면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에르덴의 종머드 숲.
▲ 몽골 에르덴 사막화 지역 점점 사막화되면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에르덴의 종머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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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에르덴 지역.
▲ 몽골 에르덴 사막화 지역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에르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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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덴은 이와 같이 사막화와 조림현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환경으로 푸른아시아 에코투어의 단골 탐방장소다. 사막화와 조림현장 사이에 위치한 하늘마을은 예전엔 없던 마을이다. 푸른아시아가 조림장을 조성하면서 만든 인공의 '에코빌리지'다. 한겨울의 강추위 등 기후변화로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이 자립을 꿈꾸며 모여 만든 공동체다.

이곳 주민직원들은 카스희망의 숲을 관리하고 차차르간 열매를 수확해 판매한 수익금을 주민공제회 기금으로 적립한다. 주민직원들은 스스로 할 일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조림장 옆 비닐하우스 2개 동에서 무, 토마토, 호박 등을 키우고 있다. 유목민이었던 주민직원들이 조림을 하고 영농도 배워 수익원을 다양화하며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있다. 대단한 변화다.

에르덴 하늘마을엔 은행이 없다. 대신 주민공제회에서 기금을 운용한다. 집안에 경조사가 있을 때, 혹은 가족이 아파 병원비가 필요할 때 주민공제회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지원을 받는다. 마을이 말 그대로 하나의 공동체로 뿌리내리고 있다.

주민직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 데에는 푸른아시아의 주민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조림장의 주인으로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주민들을 변화시키는 데에도 단기간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7년째 접어들면서 생각도 성숙해져 자연스레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 

조림장을 관리하는 몽골 주민직원(좌)과 푸른아시아 활동가.
▲ 몽골 에르덴 사막화 지역 조림장을 관리하는 몽골 주민직원(좌)과 푸른아시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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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림장 물주기를 끝낸 뒤 기념촬영하는 대학생 봉사단원들.
▲ 몽골 에르덴 사막화 지역 조림장 물주기를 끝낸 뒤 기념촬영하는 대학생 봉사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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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희망의 숲은 오비맥주와 몽골 투브아이막 에르덴솜, 푸른아시아가 100ha 면적에 나무 10만 그루의 숲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2010년부터 시작했다. 10년 장기 프로젝트다. 올해로 7년째다.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라 1~2년 투자하는 것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출발부터 장기 프로젝트로 계획했다. 그 결과 나무들은 햇수를 거듭하며 점점 성장했고 주민직원들도 함께 성숙해졌다.

이곳 주민직원들은 나무를 가꾸는 일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고 자부심도 대단했다. 하늘마을 설립 때부터 일한 주민총괄팀장 바잉바타르 씨는 "외지인들이 우리가 조성한 숲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을 보면 '내가 이 일을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훗날 내 아이들도 이곳 숲을 바라보며 아빠가 이룬 숲이라고 자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월급을 준대서 왔지만 이제는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게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몽골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전 국토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단법인 푸른아시아는 국토의 80%가 사막으로 변한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 NGO다. 

조림장에서 물을 주고 있는 대학생 봉사단원들.
▲ 조림장에서 물을 주고 있는 대학생 봉사단원들. 조림장에서 물을 주고 있는 대학생 봉사단원들.
ⓒ 조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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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우미디어(www.bowmedia.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몽골, #사막화방지, #푸른아시아, #황사, #카스희망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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