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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태자묘실 입구
 장회태자묘실 입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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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태자 이현은 고종과 측천무후의 둘째 아들이다. 이현은 형인 효경태자 이홍이 어머니 측천무후가 먹인 짐주(鴆酒) 때문에 사망한 후 태자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 측천무후가 친정을 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 이를 보다 못한 태자 이현은 측천무후를 비판하다 사천성 파주(巴州)로 유배되었다. 결국 이현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측천무후의 셋째 아들인 중종(中宗)은 684년 고종에 이어 황제가 되었고, 706년 형인 옹왕의 관작을 회복해주고 건릉 옆에 배장했다. 그리고 711년 5대왕 예종(睿宗: 측천무후 넷째 아들)은 이현에게 황태자의 지위를 추증하고 장회태자라는 시호를 내렸다. 그때부터 장회태자묘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장회태자의 삶과 죽음... 묘도의 그림들

장회태자묘 입구의 석양
 장회태자묘 입구의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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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태자는 비운의 왕자이고 태자다. 그것은 어머니와 대립하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생에 의해 관작이 회복되고, 부모 옆에 배장묘로 조성되어 부모와 화해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장회태자묘는 건릉 동남쪽 3㎞ 지점에 있다. 장회태자묘에는 장회태자만 묻힌 것이 아니라 그의 부인 방씨까지 합장되어 있다. 1971년 발굴을 통해 6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할 수 있었다.

장회태자묘는 봉분이 사다리꼴 형태로 둥글게 만들어져 있다. 입구에 석양(石羊) 한 쌍이 문을 지키고 있다. 석양은 문지기 역할뿐 아니라 제물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발굴 후 만들어진 입구 건축물을 통해 묘도로 내려간다. 장회태자묘는 길이 20m의 묘도, 18m의 3개 천정(天井)과 4개 과동(過洞), 14m의 용도(甬道), 5m의 전실, 9m의 용도, 5m의 후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무덤 안쪽의 통로 길이가 71m쯤 된다.

장회태자 내빈도
 장회태자 내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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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도는 아래로 경사져 있다. 폭이 3m, 높이가 4.5m쯤 된다. 묘도의 양쪽 벽에는 4쌍씩 모두 8개의 그림이 있다. 동쪽 벽에 수렵출행도, 객사도(客使圖), 의장도, 청룡도, 서쪽 벽에 마구도(馬球圖), 객사도, 의장도, 백호도 그려져 있다. 수렵출행도는 수렵을 하기 위해 말을 타고 사냥터로 나가는 모습이다. 그림 속에 나무와 산 그리고 바위가 잘 표현되어 있다.

객사도는 장회태자 내빈도라고도 불리는 중요한 그림이다. 장회태자가 당나라 관리의 안내로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모습이다. 여기 등장하는 외국 사신이 셋이다. 가장 앞에 동로마제국의 사신이 있다. 두 번째로 고리(高麗: Korea) 사신이 있다. 여기서 고리는 고구려를 말한다. 그가 고리인(高麗人)인 것은 머리에 쓴 조우관(鳥羽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가 돌궐 사신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600년대 중반 고리라는 나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마구도
 마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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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도는 태자가 문관과 무관으로부터 의장의 예를 받는 장면이다. 마구도는 말을 타고 공을 치는 격구(擊毬)라는 운동을 하는 모습이다. 격구는 당시 황실과 귀족 사이에 유행하던 운동이다. 그리고 동서 양 방향에서 묘를 지키도록 동쪽 벽에는 청룡을, 서쪽 벽에는 백호를 그려 넣었다.  

묘도 뒤쪽의 명기들

당삼채 마용
 당삼채 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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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도를 더 내려가면 이번에는 벽 안쪽으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당삼채 명기들을 배치해 놓았다. 쇠창살 안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처연하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성당시기 생활과 문화 그리고 예술을 알 수가 있다. 기마용, 낙타용, 문관용, 무사용, 시녀용, 우용(牛俑)이 보인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마용이다.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말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말을 끌거나(牽馬) 위에 탄(騎馬)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떨어져 나간 상태다. 일부 관리와 시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관모와 의복 색깔까지 분명하다. 말 가운데 소도 한 마리 있는데, 눈코입과 뿔의 표현이 너무 생동감 있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당삼채 우용(牛俑)
 당삼채 우용(牛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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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무덤을 지키는 짐승 진묘수(鎭墓獸)도 있다고 하는데 보이질 않는다. 이들 당삼채는 황색과 녹색 그리고 파란색과 갈색이 어우러져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도자기, 거울 등 생활용품이 있어 당대의 풍습을 짐작케 한다. 화려한 용품들은 박물관으로 옮겨져선지 이곳의 것은 예술성이 조금 떨어진다. 좀 더 멋진 작품들은 나중에 건릉박물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과동과 천정을 지나 용도로 들어간다. 용도 입구에는 남녀 시종도가 그려져 있다. 장회태자 부부를 시중 두는 시종들의 모습이다. 꽃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자 시종은 달덩이 같은 얼굴에 트레머리를 하고 있다. 옷도 사리 타입으로 만든 치렁치렁한 옷을 입었다. 남자 시종은 목 부분이 둥근 옷을 입었고, 허리를 묶었다. 

묘실과 석곽 이야기

장회태자묘의 관조포선도
 장회태자묘의 관조포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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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릉박물관에 재현된 관조포선도
 건릉박물관에 재현된 관조포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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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전실로 들어간다. 전실에도 사방에 그림이 있다. 시녀들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동벽에 그려진 관조포선도(觀鳥捕蟬圖)다. 새가 매미를 잡아먹는 모습을 궁녀들이 바라보는 그림이다. 나무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 두명의 궁녀가 오른쪽에 한 명의 궁녀가 서 있다. 나무 왼쪽에서 새가 매미를 잡아 입에 문채 날고 있다. 가장 왼쪽에 있는 궁녀가 유심히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북벽에는 시녀도(侍女圖)가 동벽에는 사녀도(仕女圖)가 있다. 사녀도는 궁중 여인들의 사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사녀도는 궁녀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므로 시녀도보다는 사녀도가 당시의 풍습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전실을 지나 후실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두 개의 묘지석이 있다. 하나는 옹왕(雍王) 지석이고, 다른 하나는 장회태자 지석이다. 옹왕은 죽었을 때 동생인 중종으로부터 받은 시호고, 장회태자는 나중에 동생 예종으로부터 받은 시호다.

장회태자묘 석관
 장회태자묘 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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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회태자의 석곽이 들어있는 묘실로 들어간다. 묘실은 가로 세로가 5m인 정방형이며 높이가 6.5m나 된다. 그 안에 길이가 4m, 폭이 3m, 높이가 2m인 석곽이 놓여 있다. 석곽 안에 목관이 놓이고, 그 주위에 부장품이 놓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발굴시 내부가 훼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두개골 일부만 확인했을 뿐 부장품은 이미 도굴된 상태였다.

묘실 사방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역시 시녀도와 사녀도가 보인다. 여기서는 이들보다 천장에 그려진 그림이 눈에 띈다. 천장 가운데 일월성신도(日月星辰圖)가 있다. 그리고 동쪽 벽에는 해가, 서쪽 벽에는 달이, 남쪽 벽에는 주작(朱雀)이, 북쪽 벽에는 거북이 같은 것이 보인다.

삼족오로 표현된 주작
 삼족오로 표현된 주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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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주작을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색 바탕에 검은 윤곽으로 그려진 삼족오(三足烏)다. 중국 사람들은 이 새를 금조 또는 태양신조(太陽神鳥:《山海經》)라 부른다. 그것은 동쪽에서 날아올라 서쪽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도 거북이가 아니라 두꺼비(蟾蜍)다. 두꺼비는 달에 사는 동물로, 전설에 의하면 금 두꺼비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무덤을 만들 때 사신(四神)의 개념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청룡, 백호, 주작, 현무라는 상징적 동물을 그려 넣었다. 그러한 전통은 우리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평양 서쪽에 있는 강서대묘다. 강서대묘는 장회태자묘보다 앞선 600년경에 만들어졌다.

무덤을 나오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석곽, 벽화, 지석, 당삼채, 명기 등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벽화가 많이 훼손되고, 조명이 흐려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남의 무덤엘 들어갈 일이 없다. 그러나 한 시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을 알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기꺼이 옛 무덤엘 들어갔다 나온다.

장회태자묘 개념도
 장회태자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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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회태자묘, #장회태자 내빈도, #당삼채, #관조포선도, #삼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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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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