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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낙동강 펄에서 발견한 실지렁이
 8월 31일, 낙동강 펄에서 발견한 실지렁이
ⓒ 계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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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보다 얇아서 찾는데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지난 8월 26일, <오마이뉴스> 4대강 탐사보도를 통해 낙동강에서도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를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실지렁이는 머리카락보다 얇고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이하로 짧습니다. 금세 둥글게 몸을 말아서 펄 속에서 찾기도 힘들뿐더러 맨눈으로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금강에서는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발견된 적이 있지만, 낙동강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낙동강은 1300만 시도민의 식수원이기에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펄에서 실지렁이를 찾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
 펄에서 실지렁이를 찾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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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바닥은 과거의 고운 모래가 아닙니다. 흐르지 않는 강이 되었기에 각종 부유물과 조류 사체 등이 퇴적되고 썩어서 바닥은 시커멓게 펄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순 진행된 4대강 조사위원회의 현장조사 결과, 적게는 10~40cm, 많게는 1~2m에 육박할 정도로 두터운 오니토(펄)가 강바닥 전역에 코팅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번에 그 악취가 풍기는 펄 속에서 실지렁이까지 발견된 겁니다.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기존에 실지렁이를 찾았던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아래 지점 외에도 달성보 아래 낙동강 펄층에서도 실지렁이를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환경기준(제2조 관련) 별표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환경기준(제2조 관련) 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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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환경기준(제2조 관련) 별표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환경기준(제2조 관련) 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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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번에 낙동강에서 발견된 실지렁이는 어떤 생물일까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환경기준(제2조 관련) 별표를 보면 실지렁이가 분포하는 수질 등급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상당량의 오염물질로 인하여 용존산소가 소모되는 생태계로 농업용수로 사용하거나 여과, 침전, 활성탄 투입, 살균 등 고도의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음.(약간 나쁨)"

"다량의 오염물질로 인하여 용존산소가 소모되는 생태계로 산책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쾌감을 주지 않으며, 활성탄 투입,역삼투압 공법 등 특수한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음.(나쁨)"

"용존산소가 거의 없는 오염된 물로 물고기가 살기 어려움.(매우 나쁨)"

8월 31일, 4대강 보 수문 개방 촉구 기자회견 현장
 8월 31일, 4대강 보 수문 개방 촉구 기자회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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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8월 31일, 영남자연생태보존회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대교구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생태분과 회원들은 사문진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4대강 보 수문 상시 개방 및 해체', '낙동강 전역에 걸친 실지렁이 전수조사'를 촉구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인터뷰를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실지렁이는 시궁창, 예전에 수채에 사는 종입니다. 굉장히 수질이 안 좋은 곳에 사는 지표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환경부에서도 4급수 지표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수원 낙동강 수질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8월 2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녹조 때문에 스프링쿨러와 수차를 돌리고 있는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8월 2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녹조 때문에 스프링쿨러와 수차를 돌리고 있는 경남 창원 본포취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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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녹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맹독성 남조류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녹조라떼를 넘어 잔디 구장에 비유되기까지 합니다. 원수 자체가 오염이 된 상태이니 정수 처리 과정에서 다량의 약품을 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늘어나는 소독 부산물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궁창에서 사는 실지렁이까지 발견되니 낙동강 식수원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8월 26일, 낙동강 펄에서 발견한 실지렁이
 8월 26일, 낙동강 펄에서 발견한 실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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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낙동강 펄에서 발견한 실지렁이
 8월 31일, 낙동강 펄에서 발견한 실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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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는 더이상 죽을 물고기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습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큰빗이끼벌레와 같은 정체수역 지표종이 관찰되었습니다. 강이 호수화 되면서 윗물과 아랫물이 섞이지 못하는 성층현상이 고착화 되고 강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최악의 수질에서나 볼 수 있는 실지렁이까지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관계 당국은 녹조에 대해서 폭염 탓만 하고, 강물을 고도정수처리 했으니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이 바로 국가가 할 일입니다.


태그:#4대강, #낙동강, #실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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