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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갤러시 노트7을 소개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갤러시 노트7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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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미국 언론도 올해 최고의 '패블릿'(대화면 스마트폰),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 가장 아름다운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맡은 고동진 사장은 11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처럼 득의양양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선보인 '갤럭시 노트7(세븐)'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는 19일 출시를 앞두고 있어 조심스럽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9월 출시 애플 '아이폰7' 출시에 앞서 기선 제압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스마트폰 최초 '홍채 인식'을 활용한 '삼성 패스' 기능에, 한층 섬세한 S펜과 양면 엣지 화면 디자인까지. 거의 흠잡을 데 없어 보였던 갤럭시 노트7이 국내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바로 '정부 3.0 앱 선탑재' 논란이다.

'정부3.0 앱' 선탑재 논란에 "앱 설치 여부 선택 가능"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 서초사옥에서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갤럭시 노트7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었다. 제품이 공개된 지 열흘이 지난 데다 이미 전국 체험존에서 만날 수 있어 그렇게 새로울 건 없었다. 대신 '정부 3.0' 앱과 '삼성 패스' 등 국내 특화 서비스에 관심이 쏠렸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6월 갤럭시 노트 차기작에 '정부3.0'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선탑재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정부 3.0'은 정부가 가진 정보와 데이터를 국민과 공유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서비스지만, 정부 홍보 기능도 담겨 있어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삼성전자도 최근 갤럭시 노트7에 '정부3.0' 앱 설치 기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고동진 사장은 이날 "소비자가 단말기를 개통할 때 (정부3.0 앱을) 다운로드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초기 설정 과정에서 마지막 화면에서 앱을 소개하는 것일 뿐 '선탑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가 단말기에 자사 앱을 미리 설치해 두고 사용자가 삭제조차 할 수 없게 만든 좁은 의미의 '선탑재'는 아니지만, 스마트폰 초기 설정 과정에서 설치를 요구하면 사용자들이 필수 앱으로 착각해 무의식적으로 동의할 수도 있다. 그만큼 정부3.0 앱 확산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불필요한 선탑재 앱을 최소화하도록 한 미래창조과학부 방침에도 어긋난다.

고동진 사장도 "사용자용 앱도 원래 선탑재했지만 사용성, 메모리 공간을 차지하는 문제로 경쟁사에 비해 불편하다는 민원을 듣고 지난 2년 동안 사업자들을 상대로 앱을 이용자들이 직접 다운로드하고 삭제할 수 있게 바꾸자고 설득해 최근 많이 개선했다"면서 "국내에서도 선탑재 앱을 통제하고 있는데, '정부 3.0' 앱은 사용성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삼성 갤럭시 노트7에 '정부3.0' 앱 탑재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행정자치부에서 만든 '대한민국정부포털' 앱.
 정부가 삼성 갤럭시 노트7에 '정부3.0' 앱 탑재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행정자치부에서 만든 '대한민국정부포털' 앱.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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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 인식' 삼성 패스, 모바일 뱅킹 허용에 화답?

정작 정부는 출시를 앞둔 LG 'V20'이나 애플 아이폰7 등에는 이 같은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정부 3.0 앱이 '공공성'이 있어 받아들였다고 밝혔지만, 홍채 인식 기능을 활용한 '삼성 패스' 국내 도입 계획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는 19일부터 모바일 보안 솔루션인 '삼성 패스'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에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 페이'는 지문 인식을 활용한 신용카드 결제 수준이었지만, '삼성 패스'는 홍채 인식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 로그인과 계좌 조회, 이체 거래까지 가능하다.

홍채 인식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보안카드 입력 단계는 물론 공인인증서 자체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맞춰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 5월 홍채 인식 등 스마트폰 바이오 정보 인증으로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다. 모바일 뱅킹에 홍채, 지문 등 바이오 정보 인증을 허용해 달라는 핀테크(ICT 접목한 금융) 업계 요구도 있었지만, 정부와 삼성전자 사이에 유기적 협력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삼성은 이날 시티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유에스뱅크 등 외국 금융회사와도 '삼성 패스'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국외 서비스 계획은 밝히지 않아 당분간 국내 서비스에만 머물 전망이다. 앞서 삼성 페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삼성 패스의 '테스트베드(시험대)'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9일부터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에서 갤럭시노트7의 홍채 인식 기능을 이용한 모바일 보안 솔루션 '삼성 패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9일부터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에서 갤럭시노트7의 홍채 인식 기능을 이용한 모바일 보안 솔루션 '삼성 패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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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만 128GB 모델 만들면 한국 실망"... 소비자 요구엔 '신중 모드'

정부 요구에 '정부 3.0' 앱 탑재를 전격 결정한 삼성전자지만, 정작 128GB 모델 추가나 새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같은 소비자 요구에는 신중했다.

갤럭시 노트7은 현재 내장 메모리 64GB(기가바이트) 단일 모델인데, 현재 아이폰이나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128GB 모델 추가도 검토하고 있다.

고동진 사장인 이날 "중국 로컬 제품들이 고용량 내장메모리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해 128GB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노트7에 외장 메모리가 있는 데다 중국만 나가고 한국은 안 나가면 한국 소비자를 실망시킬 수 있고 모델이 너무 다양해지면 재고 관리 등 문제도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안드로이드 새 운영체제인 '누가'(7.0버전)도 두세 달 안에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고 사장은 "운영체제는 사전에 베타 테스트를 충분히 해 안정시키고 업그레이드하는 걸 원칙으로 정했다"면서 "얼리어댑터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빨리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안정되고 문제점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국내 이동통신3사를 통해 출시되는 갤럭시 노트7(64GB) 출고가는 100만 원에 조금 못 미친 98만8900원이다. 블루, 골드, 실버 3가지 색깔이며 블랙 모델은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따로 나올 예정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 노트5에서 블랙이 10%가 안 돼 젊은이들 반응이 좋은 블루를 먼저 내세운 것"이라면서 "전년도 데이터와 새로운 색깔에 대한 내외부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그:#갤럭시노트7, #홍채인식, #삼성전자, #정부3.0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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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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