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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당의 시도당 또는 부문위원장 선거는 사실 '그들만의 리그'였다. 상당한 권한을 가진 위치지만, 중앙정치에 영향력이 크지 않아 국민적 관심이 미치는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지도부 구성을 전국 최고위원에서 권역별 최고위원으로 개편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제는 시도당·부문 위원장이 당 최고위원을 겸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3일부터 팽팽한 양자 구도를 이루고 있는 서울시당·경기도당, 여성위원장 후보들의 연쇄인터뷰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유은혜 의원은 "호남 출신 인사에게 자리를 배려해준다고 호남 민심이 복원되는 게 아니다"며 "여성위원장으로서 여성위의 토대를 튼튼히 마련해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남소연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이 계기가 된 학생운동 참여와 투옥, 공장 위장취업, '재야 변혁운동의 대부'였던 김근태와의 만남, 국회의원 첫 당선까지 9년간 이어진 당직자 생활.

더불어민주당의 여성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유은혜 의원(재선, 경기 고양병)은 제1야당에서 성장해온 여성 의원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여성부문 최고위원을 겸하게 되는 전국여성위원장 선거는 그에게도 일생일대의 도전이다. 상대는 '문재인 영입인사'를 상징하는 양향자 삼성전자 전 상무. 유 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여성 공천을 30% 이상 해야한다는 당헌당규가 안 지켜지고 있다. 경쟁력 있는 여성 인재들을 발굴·교육해 경쟁력 있는 후보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특히 유 의원은 "호남 출신 인사에게 자리를 배려해준다고 호남 민심이 복원되는 게 아니다"며 "여성위원장으로서 여성위의 토대를 튼튼히 마련해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새 지도부의 노선과 관련해 "선명성을 분명히 띄는 것과 대안을 갖고 신중히 움직이는 것, 양쪽을 고민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사드 문제만큼은 국회에서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그냥 놔둘 수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여성위원장 선거는 27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청년위원장 선거 등과 함께 실시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출마의 변.
"당연히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내 역할을 하겠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1.6% 높았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전에 비해) 13.5% 높아졌다. 여성의 정치참여와 투표가 선거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의미로 자리 잡았다. 전국여성위원장이란 자리는 우리 당의 253개 지역위원회의 여성위원회와 여성 기초·광역·국회의원을 총괄하고 아우르는 자리다. 동시에 당의 각급 조직과 여성위원회를 촘촘히 연결해 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을 극대화하도록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내가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경기도당위원장에 도전하려다가 여성위원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 1962년 서울 출생
- 1985년 성균관대 동양철학 학사
- 2002년 고 김근태 의원 보좌관
- 2004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 2007년 이화여대 공공정책학 석사
- 2015~2016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경기도는 이번 총선에서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대선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조직역량을 갖춘 곳이다. 그래서 경기도당위원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권유가 많았고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역할의 경중이나 선호도를 따진 게 아니고, 어떤 걸 더 잘할 수 있는지 고려해서 여성위원장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여성위원장은 당 활동에 대한 훈련과 검증된 실력 없이, 당을 잘 모르는 분이 와서 바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번에 제도가 바뀌어 여성위원장이 최고위원을 겸직하기 때문에, 일부에선 '여성 최고위원 자리를 영입인사 배려 몫으로 내줄 수 있지 않나'라고 이야기하는데, 예전 지명직 여성 최고위원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니다."

"영입인사 배려 몫으로 여성 최고위원 뽑는 선거 아냐"

- 밖에서 보면 여성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고, 양향자 위원장(광주 서을 지역위원장)이 총선 때 영입돼 열심히 뛴 사람이라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양 위원장은) 개인 삶의 스토리가 있고, 영입한 분이니 당에서 정치적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 개인적으로 (양 위원장을) 영입할 당시에도 굉장히 반겼고, 언제든 돕겠다고 말해왔다.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이 계기가 된 학생운동 참여와 투옥, 공장 위장취업, '재야 변혁운동의 대부'였던 김근태와의 만남, 국회의원 첫 당선까지 9년간 이어진 당직자 생활. 더불어민주당의 여성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유은혜 의원(재선, 경기 고양병)은 제1야당에서 성장해온 여성 의원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 남소연
그러나 여성위원장이 단순히 최고위원을 겸직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영입인사에게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영입인사들이 어떻게 당을 믿고 들어오겠냐' 식의 이야기나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영입인사와) 함께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여성위원장이 그런 자리는 아니다."

- 양 위원장이 영입됐을 때 이렇게 당내 선거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했나?
"전혀 예상 못했다(웃음). 서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제가 마치 영입인사 자리를 뺏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시면 안 된다."

- 2일 업로드된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이번 선거의 성격을 여성위원장이 아니라 영입인사 배려 몫의 여성 최고위원을 뽑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 여성위원장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는 원내이고 누구는 원외다, 이런 걸 논할 자리가 아니다."

-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손혜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유 의원 지지를 표명한 후 설왕설래가 있었다.
"손 의원은 제가 김근태 전 의원의 후원회 사무국장을 할 때 만났으니, 벌써 20년 인연이다. 그런 내가 재선 의원이 된 것에 대한 뿌듯함, 기대감에서 하신 말 같다. 다만, 문 전 대표의 외연확대를 이야기했는데... 제가 여성위원장이 돼서 253개 지역 여성위 등 기초조직부터 탄탄히 만들겠다. 그런 것 없는 외연확대는 말뿐인 외연확대일 수 있다. 직접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손 의원은) 오랜 경험을 갖고있는 사람이 당내 단합과 단결, 기본 조직의 체계화 등을 진행해야 문 전 대표와 대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대변인 발언이 문재인에 부담 줄 수 있어 절제했다"

- 지난해 '문 전 대표를 흔드는 사람들에게 맞서 싸운 의원이 별로 없는데, 유은혜는 뭘 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에서 마치 우리 당이 계파 패권주의로 내부 분열이 계속 일어나는 것처럼 구도를 잡았고, 많은 국민들은 맨날 집안 싸움한다고 실망했다. 그래서 실제로 분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 아닌가? 당이 내년 대선에서 이기려면 집안싸움의 모습을 더 이상 보여드리면 안 된다.

유은혜 의원(재선, 경기 고양병)은 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여성 공천을 30% 이상 해야한다는 당헌당규가 안 지켜지고 있다. 경쟁력 있는 여성 인재들을 발굴·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 남소연
나는 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을 지키기 위해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했다. 대변인의 공식 발언이 문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을 줄 수도 있어서 굉장히 절제된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자유롭게 입장을 얘기하는) 최고위원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누구 편이니, 누가 밀어주니 하는 식으로 계파싸움 구도를 다시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도 20대 국회 들어서는 그런 당내 분위기가 비교적 줄어들었다. 적어도 막무가내로 자기주장만 펼치고, 다른 주장을 적대시하는 문화는 없어진 것 같다."

- 양 위원장의 경우 호남 출신의 '성공한 여성' 이미지, 문재인 영입인사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많은 더민주 의원들이 호남민심 복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권교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드려야 한다. 그 동안 더민주가 분열·갈등하면서 '어떻게 대선에서 이기겠나'라는 불안감이 쌓인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20대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준 것도 야당이 좀 더 힘을 갖고 정권교체에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 아닌가 저는 생각한다. 호남 민심의 복원은 호남 출신의 개인에게 자리를 배려해주는 게 아니다. 정권교체의 신뢰와 확신을 주는 당의 모습은 지도부 활동을 통해 검증받고 인정받는 것이다. 저는 여성위원장으로서의 일상적인 공조직 사업과 교육으로 정권교체의 튼튼한 토대를 만들겠다. 호남 민심을 지역의 일로 제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호남 연정론, 대선에서 '호남 몫'을 찾겠다는 구상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총선의 최대 화두가 경제였다. 지역구 골목골목에서 영세 자영업자, 아르바이트 청년들을 만날 때 너무 가슴이 아프고 미안했다. 호남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소외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특정지역 인물로 내각이 편중돼선 안 되겠지만, 그 동안 소외된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필요는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낸 뒤 논의할 사안이다."

"온라인 당원들의 불만·갈증... 디지털소통본부 재개해야"

- 공천 30%, 국정 30%, 당직 30% 여성참여의 '3·3·3 정치'를 공약했다.
"당헌당규에 여성 공천을 30% 이상 해야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번 총선에선 10% 조금 넘었다. 마땅한 여성 인재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공천 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해도 여성이 지역구 출마하면 떨어진다며 남성 후보들에게 밀리는 경우도 많다. 여성 인재들을 발굴·교육해서 경쟁력 있는 후보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겠다. 풀뿌리인 지역위원회부터 중앙당까지 '교육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교육·훈련·인턴십 과정까지 당에서 담보해 줘야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 기회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 연말부터 온라인 당원 10만 명이나 들어왔는데, 당은 이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전당대회 투표 자격 있는 권리당원이 3,4만 명 정도 남았다고 한다.
"지난 대선때처럼 국정원 댓글부대 같은 것이 여론을 혼탁하게 할 때 잘못된 사실 바로잡고 싸울 수 있는 소중한 분들이다. 19대 홍종학 의원이 디지털소통본부 만들고 의욕적으로 활동했는데, 자리에서 물러나시면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 온라인 당원들 사이에서 불만, 갈증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다.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디지털소통본부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민평련 소속 의원들의 '사드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새 지도부가 김종인 지도부보다는 노선이 선명해질까?
"선명성을 분명히 띄는 것과 대안을 갖고 신중히 움직이는 것, 양쪽을 늘 고민해야 한다. 선명성 경쟁을 하면 말만 무성해지고, 대안을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수권정당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인 민주주의, 경제민주화와 민생회복,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입장은 당헌, 당규, 강령에 정해진 대로 원칙적이고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일거에 싹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 사드 논란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당 지도부를 이해한다는 뜻인가?
"사드 문제만을 갖고 이야기하면 입장이 좀 다르다. 나는 이미 반대 입장을 밝혔고,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소속 상임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만 보더라도 문화콘텐츠, 관광 분야에서 당장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은 지금도 단호한데, 적어도 결정 전에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사드가 국익과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절차를 밟아야 했다. 지도부가 갖고 있는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그냥 놔둘 수는 없다."
태그:#유은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여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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