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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남교육감
 김지철 충남교육감
ⓒ 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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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남교육감이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자유학기제를 빼고는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중을 개, 돼지로 규정한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는 "공직자라 할 수 없고,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도교육감 취임 2주년을 맞아 11일 오전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도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우선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대선 후보 시절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고교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키는 것이 없다"고 혹평했다.

이어 "국정교과서 추진은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언급할 가치조차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그는 "누리과정(만3~5살 아이들의 어린이집, 유치원 보육비) 예산 떠넘기기는 교육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공직자라 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며 "공직에서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 교육감 취임 2년 동안 없어진 단어를 묻자 '비리', '부패'라고 답했다. 앞서 충남도교육감은 임기 중간에 각종 비리혐의 등으로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청렴 교육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벌인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도 1등급 기관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김지철 표 충남교육'의 핵심 브랜드로는 '학교 혁신'을 꼽았다. 그는 "충남형 혁신학교 모델인 '행복나눔학교'로 공부가 즐거운 학교, 배움이 신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올해는 학교혁신 확산기로 충남의 모든 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교육력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만의 특색 있는 교육정책과 관련해서는 ▲ 새로운 방식의 인성교육(농어촌체험학습 및 학교별 텃논과 텃밭 가꾸기, 오전 놀이교육 , 예술문화교육) ▲ 으랏차차 아이 사랑 프로그램 ▲ 50시간 이상 한글 교육(교육부 27시간) 등을 꼽았다.

다음은 이날 김 교육감과 나눈 주요 인터뷰 요지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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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20년 뒤 생각한 결정일까 되묻는다... 잠이 안 온다"


- 취임 2주년, 도 교육행정에서 '없어진 단어'와 '되살아난 단어'를 찾는다면?

"없어진 단어는 '비리' '부패'다. 충남교육청은 오랫동안 비리교육청이란 오명으로 인해 교육가족들의 상처가 깊었다. 지난 2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청렴 교육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충남 교육청이 1등급 기관에 선정됐다.

되살아난 단어는 '공정'과 '안전'이다. 전문직 선발과 일반직 승진에 평판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반직 전보 시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오는 2018년 말에는 충청남도 학생안전체험관을 건립한다. 이를 통해 체험 중심의 안전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

- 도의회 교육의원으로 도 교육행정을 챙겨오다 직접 수장을 맡았다. 교육의원으로서 본 교육행정, 도 교육감으로서 본 교육행정 중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교육의원은 집행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자리이지만 교육감은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자리이다. 교육감은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예산이 얼마나 부족한지 새삼 깨닫는다. 특히 누리과정으로 인한 심각한 예산 상황을 절감하고 있다.

교육감은 참교육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실천을 더 힘있게 추진할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정책들이 10년, 20년 뒤에도 현실적이고 합리적 결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되묻고 있다. 잠이 안 온다."

- 교육감 후보 시절 충남교육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김지철 표 충남교육'을 제안한 바 있다. '김지철 표 충남교육'은 현재 어떤 단계에 있고, 남은 단계는 무엇인가?

"김지철 표 충남교육의 핵심은 '학교혁신'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때에, 학교혁신은 시대적 소명이다. 풀어 보여드리면 학교혁신의 모델학교인 '행복나눔학교'다. 공부가 즐거운 학교, 배움이 신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학교가 늘어날 때마다 교육감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행복나눔학교는 지난해 21교를 시작으로 현재 39교가 운영 중이다. 이후 2018년까지 초, 중등 전체 학교의 10% 수준(73교 내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는 학교혁신의 확산기이다. 지난해 준비기에 이어 충남의 모든 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교육력을 결집하고 있다. 행복나눔학교는 학교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일반 학교로 학교 혁신의 바람이 확산할 것이다"

"초등 1학년, 50시간 이상 한글 교육"

-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충남교육청만의 자랑거리를 꼽는다면?

"새로운 방식의 인성교육이다. 현재 충남교육청은 농어촌체험학습 및 학교별 텃논과 텃밭 정원 가꾸기 사업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더불어 텃밭, 텃논을 가꾸면서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배우고 동료애를 실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국 최초로 농어민 명예교사(179개 교 92명)도 위촉했다. 놀이교육을 통한 인성교육도 진행 중이다. 1, 2교실에 땀에 젖도록 논 학생들이 이후 시간 집중도도 높고 다투지도 않는다. 주로 오전 체육 활동과 전통놀이를 통해 상상력과 협동심을 키우고 있다. 연극, 드라마, 뮤지컬 교육도 인성교육의 한 방식이다. 실제 연극을 통한 교육은 학교폭력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

'으랏차차 아이 사랑 프로그램'도 충남도교육청만의 시책이다. 중·고등학교 교사 270명의 자발적 모임(으라차차 지원단)으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 지지를 통해 용기를 주는 코치 역할을 한다. 휴일 또는 방학을 이용해 짜장면도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등반, 캠핑 등을 하는 '마음나눔' 캠프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체계적인 한글 교육 지도를 위해 50시간 이상 한글 교육(교육부 27시간)을 시간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충남도교육청 사례를 보고 내년부터 한글 교육을 기존 27시간에서 50시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자유학기제를 빼고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대선 후보 시절에 약속했던 교육공약을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고교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 어느 하나 제대로 지키는 것이 없다. 국정교과서 문제는 언급할 가치조차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누리과정이다. 누리과정 사업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다. 중앙 정부에서 감당해야 할 몫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누리과정으로 인해 교육청의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교육환경 개선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는 교육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다.

다만 자유학기제 시행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자유학기제 운영을 진로체험학습 중심으로 사고하다 보니, 여건이 미비한 학교 현장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업과 평가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자유학기제의 정신만은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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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교육감, 별도 정기 모임"


- 13개 진보교육감의 정책 공조 정도는 어느 수준인가?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따로 모이는 경우는 없다, 교육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책이라면 17명의 교육감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기적으로 시, 도 교육감협의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실무협의회도 하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할 경우 시, 도 교육감협의회 사무국에서 17개 지역의 교육감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충청권의 경우 4명의 교육감(충남, 대전,세종,충북)이 별도의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있다. 주로 학교 혁신을 주제로 포럼과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10월에는 학교 혁신을 주제로 국제포럼을 충청권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개, 돼지 발언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상상할 수도 없는 것으로 자격이 의심스럽다.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상식을 가진 시민이면 가질 수 없는 생각이다. 인도에서도 카스트제도가 법률적으로 폐지된 데 이어 실생활에서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공직자라 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공직에서) 떠나야 한다."


태그:#김지철 , #충남도교육감, #누리과정, #박근혜 정부,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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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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