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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경상북도 칠곡으로 거론되자, 지난 9일 오후 칠곡군 왜관역 광장에 군민들이 모여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경상북도 칠곡으로 거론되자, 지난 9일 오후 칠곡군 왜관역 광장에 군민들이 모여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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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대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오산, 강원도 원주, 충북 음성, 경북 칠곡·성주 등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대정부 시위가 민과 관이 함께 벌이는 합동시위라는 점이다. 지역 주민들과 군수, 군의회 의장과 의원 등이 함께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민관이 동시에 대정부 시위에 나서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이하게도 이 대열에는 박근혜 정부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경북과 경남지역도 포함되어 있다. 영남지역은 박근혜 정부를 떠받드는 실질적인 중심이다. 이들이 대정부 시위에 나섰다는 것은 중앙 정부가 무언가 단단히 잘못했다는 의미다.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정부의 사드 추진

그들은 무슨 이유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대정부 시위에 나서고 있을까. 지난 8일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전격 발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한미 양국은 8일 "북한의 핵·대량파괴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 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 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주변국들에게 미칠 외교적 파장, 비용 문제, 부지 선정, 안정성과 성능 문제 등으로 끊임없는 효용성 논란에 휩싸여 왔다. 정부와 국방부가 사드 배치 문제로 미국과 밀실 협상을 벌여온 것도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지극히 꺼린 탓이다. 한민구 국방부장관 역시 발표 이틀 전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철저히 함구했을 정도였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사드(THAAD)관련 현안보고를 한 후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사드 배치' 질문받는 한민구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사드(THAAD)관련 현안보고를 한 후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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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2월 한미 간 공식 협의가 착수되면서 사드 배치는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관건은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부지 선정 등의 효용성 논란을 정부가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공식 천명한 이후 정부는 그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과 대책이 전혀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주변국들과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위해 내세우는 전략은 진심을 '믿어달라'는 읍소 전략이 유일하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사드의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일 뿐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제3국을 지향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박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부지 선정 문제와 관련해 "사드 배치 부지의 선정도 군사적 효율성 보장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이 전자파의 영향을 포함한 문제로부터 안전과 건강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최적의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거듭된 읍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정부를 연일 거세게 비판하고 있고, 사드 배치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특히 부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결사적 반대 투쟁 시위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앞이 캄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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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한 바와 같이 그동안 사드의 효용성 문제는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비용과 성능의 문제, 부지선정과 안전 문제 등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마찰과 분쟁, 남북관계 파탄과 신냉전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분출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효용성 논란을 여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드 배치 결정을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부지 선정과 관련해 갖은 혼선을 일으키는 등 정부가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국내외 정세가 혼란과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의 당위를 주변국들과 국민들에게 전혀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국민들을 수도 없이 기만해왔던 박 대통령과 정부가 '믿어달라'고 읍소하고 있으니 시쳇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특히 자국 국민들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주변국들의 이해를 구하는 장면은 난센스에 가깝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열강의 각축장으로 만드는 동시에 동북아 안보질서의 혼란과 격변을 예고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국내적으로도 외교 안보와 경제, 국민의 안전이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논쟁적인 화두다. 마땅히 범국가적 차원의 면밀한 검토와 국민적 동의를 거쳐 추진되어야 할 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처럼 중요한 국가정책을 국회와 국민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결정해 버렸다. 그 결과가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며 사드 배치 과정에서 불거지는 극심한 국민적 갈등과 혼란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작금의 형국은 대한민국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임기 말로 향하는 박근혜 정부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태그:#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 사드 X밴드, #사드 칠곡 유력, #사드 배치 결정, #사드 전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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