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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 동안 세월호가 인양되면 거치되기로 한 '목포신항'에서부터 '팽목항'까지 대학생, 20대 청년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도보순례를 하기로 했다. '세월호 대학생 도보순례' 라는 이름으로 도보순례를 계획하게 된 과정과 3박 4일 동안의 도보순례 진행 과정을 싣고자 한다. - 기자 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유가족과 시민들의 싸움은 느리지만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두 차례의 청문회를 통해 세월호와 국정원은 특수한 관계라는 것, 정부가 제시한 항적도와 실제 항적도는 다르다는 것, 세월호 인양은 정부에 의해 지연되었다는 것 등 여러 가지 사실들이 밝혀졌고 의혹 또한 생겨났다. 하나가 밝혀지면 두세 개의 의혹이 따라 생겨났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속도는 너무나도 느렸다.

416대학생연대가 만들어지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요한 사건,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대학생 그리고 청년들이 앞장서고 있었다. 또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국가 안전 시스템의 문제, 공직자들의 안일함에서 비롯되었고, 2년 동안 정부의 대응을 보며 이 참사 안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져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을 자식같이 바라보는 유가족들이 있었다. 참사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대학에 입학했을 2016년, 올해가 되니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유가족 엄마 아빠들의 눈빛이 전과는 또 다르게 느껴졌다.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들을 보면 우리 엄마 아빠를 보는 것 같았고 그래서 마음이 더 저려왔다. 자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4.16연대(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만든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의 약칭)에 대학생 부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유가족들과 대학생들이 '진실은침몰하지않는다'에 맞춰 함께 춤추고 있다.
▲ 3월 26일 세월호 대학생 새로배움터 유가족들과 대학생들이 '진실은침몰하지않는다'에 맞춰 함께 춤추고 있다.
ⓒ 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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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전국 대학에서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가 진행될 때 우리도 새터를 하기로 했다. 416대학생연대(당시에는 416 세월호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의 첫 사업이었다. 희생 학생들과 동갑인 새내기 친구들과 자칭 '세월호세대'라는 대학생들 100명가량이 모였다.

부모님들은 물심양면 도와주셨다. 여러차례의 답사에 기꺼이 함께 해주시고 새터가 진행되는 1박 2일 동안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지는 않을까 잠 한숨 못 주무시고 숙소 로비를 서성이셨다. 입원중이었던 한 어머니는 대학생들이 모였다는 말에 퇴원하고 새터에 오셨고, 참가한 학생들을 보며 많은 눈물을 쏟으셨다.

희생학생들의 형제자매도 함께했다. 형제자매들은 새터의 기획단계부터 함께였다. 평생 친구와 같았던 형제자매를 잃고 부모님의 남은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은 부모님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비슷한 나이의 그들과 함께하며 친구로, 언니로, 누나로, 동생으로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많이 들었다.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대회. 약 13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 세월호참사 2주기 대학생대회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대회. 약 13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 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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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세월호 가족들과 소통하며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때에는 80여 개의 대학·단체들과 함께 대학생대회를 열어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고 5.18 때는 가족들과 함께 광주에 갔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가족들이 대학생들을 볼 때마다 별이 된 아이들을 떠올린다는 것을, 그런 대학생들을 정말 많이 믿고 계신다는 것을 가슴 깊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호 인양이 약속된 7월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실패한 세월호 선수들기, 그리고 특조위 강제종료  

2차 청문회 때 세월호 선체에 잠수해 찍어온 영상을 보았다. 영상에서는 평형수(배의 균형을 잡아주며 복원력을 위해 배의 밑바닥에 채우는 물)가 '0'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청문회장에서는 왜 평형수가 '0'인지 묻고, 관계자의 모른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세월호 안에는 이처럼 참사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남아있다. 세월호 선체를 참사의 증거 1번이라 말하는 이유다.

애초에 정부는 5월 말에 선수 들기(세월호의 뱃머리를 들어 올려 배 아래에 리프팅빔을 밀어넣는 작업)를 시작해 7월 말에는 세월호를 인양하겠다 약속했다. 계획보다 2주 늦어진 6월 초에 선수 들기가 시작되었다. 인양업체 선정과 인양과정 유가족 참관 등에서 이미 가족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선수 들기는 네 차례의 시도 끝에 선체만 찢어놓은 채 실패로 끝났다.

배 안에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있건만 배는 찢어졌고, 이미 뚫어놓은 92개의 구멍 조각마저도 유실되었다 했다. 실패 이후에 인양작업을 언제 다시 시작할지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자의적으로 축소시켰다. 원칙대로라면 내년 2월까지인 활동기간을 6월 말 까지로 축소시키고 예산 또한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 7월 1일 세월호 특조위 성역없는 진상규명 조사 지속 지지 국민 기자회견
▲ 특조위를 지켜주세요 지난 7월 1일 세월호 특조위 성역없는 진상규명 조사 지속 지지 국민 기자회견
ⓒ 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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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인양이 되더라도 선체조사를 제대로 할 수는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진상규명을 위한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인양을 시작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실패한 것, 배가 찢어진 것,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 과 같은 자세한 일은 알지 못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한다 생각했다.

목포신항-팽목항 64.1km 걷기로 마음먹다

실패한 세월호 선수 들기, 멈춰있는 인양작업, 특조위 강제종료를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더 많은 대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고 와서 자신들의 마음에도 무언가를 심고 갈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목포신항에서 팽목항까지 걷기로 했다.

목포신항은 세월호가 인양되면 선체가 거치될 곳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도보순례를 하기로 한 기간(7월 23~26일) 즈음에는 배가 올라와 있어야 했다. 그래서 목포신항에 인양되어있는 세월호를 눈으로 본 후 제대로 된 선체 조사와 진상규명을 염원하며 팽목항까지 걷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인양은 언제 다시 시작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목포신항에서 팽목까지 '미수습자 수습', '온전한 선체인양',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염원하며 걷게 되었다.

세월호 대학생 도보순례 포스터
 세월호 대학생 도보순례 포스터
ⓒ 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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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학생 도보순례 포스터
 세월호 대학생 도보순례 포스터
ⓒ 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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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또 걷냐며 걱정하셨다. 자식 같은 대학생들이 이 더위에 3박 4일을 걷는다니 걱정이 되실 만도 했다. 그러면서도 함께 가겠다 하셨다. 어머니들은 밥 걱정도 하셨다. 도시락을 먹겠다 하니 날 더운데 혹시 음식 상해서 탈나면 어쩌냐 하셨다. 여러번의 도보순례로 상한 다리를 이끌고 가족들은 또 도보순례를 하게 되었다.

숙소를 알아봐주고, 방송차를 직접 운전해 오시고, 만날 때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걱정해 주시는 부모님들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특조위 강제종료와 세월호 인양 실패로 가슴이 타들어 갈 유가족들의 마음을 어떻게 해서든 다시 벅차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 도보순례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유가족들도 우리도, 함께하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을 갖고 힘차게 다시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대학생 도보순례는 지금도 신청(http://416univ.tistory.com/28)을 계속 받고 있다. 많은 대학생, 20대 청년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


태그:#세월호, #대학생, #유가족, #도보순례,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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