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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가 지난 5월 에너지 절감을 선언하고 강의실 사용 통제에 나서자,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학회 등의 활동을 할 때 촛불을 사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최순자 총장은 방학을 이용해 수천만 원을 들여 2주간 외국 출장길에 올라 빈축을 사고 있다.

최순자 총장은 에너지를 절감하고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지난 5월 23일 학교 전체에 공문을 발송해 '에너지 절감을 위해 강의실의 조명 및 냉난방 자동제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규 수업시간 외에 다른 용도로 강의실을 사용하는 것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강의실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공문을 보내 학교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전공 수업과 교양 수업 변경으로 인해 강의실을 사용할 경우에도 학사팀이나 대학원 행정실, 시설안전팀에 반드시 사전에 사용 요청 공문을 보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주로 강의실을 이용하는 목적인 '소모임, 스터디 그룹에 관한 사유는 사용 신청 불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주기적인 불시 점검으로 강의실 사용 목적과 상이할 경우 익일 해당 부서에 통보한 후 스케줄 삭제'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 자리가 부족해 빈 강의실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극영화과 등의 학생들은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소모임 활동이 빈번해 강의실을 자주 사용하기 마련인데, 연습 공간마저 사라졌다.

인하대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학회 활동이 보편화된 현실을 고려해 정석학술정보관(=인하대 중앙도서관)과 다른 강의 동 한곳에 4∼14인용 '스터디 룸' 44개를 만들어 학생들의 반발을 잠재우려했다.

"'스터디 룸'조차 야간 사용 금지"... 총장 독선 여전"

인하대는 최순자 총장이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프라임 사업을 밀어 붙이다 심각한 학내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프라임 사업에 탈락하면서 최 총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 뒤 송도캠퍼스가 물거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2주간 외국 출장으로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 인하대 최순자 총장 인하대는 최순자 총장이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프라임 사업을 밀어 붙이다 심각한 학내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프라임 사업에 탈락하면서 최 총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 뒤 송도캠퍼스가 물거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2주간 외국 출장으로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 사진출처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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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석학술정보관에 있는 '스터디 룸' 39개는 한 번에 최장 2시간만 쓸 수 있고, 게다가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 또한 스터디 룸이 정숙이 요구되는 열람실이나 서가 옆에 있어, 발표나 토론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학생들의 전반적 의견이다.

인하대는 학과 57개에 학부 학생만 1만 8000여 명에 달하는 대학이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기본적인 전공 수업 외에도 학회 활동으로 실력을 닦기 위해 강의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학부 학생만 1만 8000명에 달하는 대학에서 '스터디 룸' 40여 개만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학교생활을 보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하대의 이 같은 조치에 시민사회단체도 혀를 찼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강의실조차 마음대로 못 쓰고, 비좁은 스터디 룸을 이용하거나 학교 밖 상업시설로 내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최순자 총장이 취임 직후 야간에 공부하는 학생들을 찾아가 야식을 배달했던 게 학생들에게는 결국 '쇼'였다는 지적만 남게 됐다. 프라임 사업 구조조정 때부터 시작한 총장의 독단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별 문제 없다는 게 인하대의 입장이다. 인하대 측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강의실 사용을 자제하고 소규모 스터디 룸을 쓰게 했다. 학생들의 요구가 있어 스터디 룸 10여 개를 늘릴 계획이다. 다만, 관리 인력 문제로 야간 개방은 어렵다"고 한 뒤, 강의실 사용이 집중되는 시험 기간에 대비해서는 "2주가량 전체 강의실을 쓰게 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순자 총장 2주 출장비용만 수천만 원"

인하대는 예산 절감을 위해 학생들의 강의실 사용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순자 총장은 지난 4일 대외협력처장, 교무처장 등과 함께 미국으로 2주간 출장을 떠났다. 출장 목적은 대학발전기금 모금이다.

하지만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데다 대규모 방문단 구성으로 체류비 포함 출장비가 수천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학교 재정이 어렵다며 학생들에게는 강의실 사용을 통제해 학생들이 촛불을 켜고 학회모임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총장은 출장경비를 펑펑 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인천시민사회, '송도캠퍼스 조성 안 하면 토지 환수해야'

게다가 최 총장의 이번 출장은 인하대가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제2건학 차원에서 준비했던 송도캠퍼스의 명운이 달려있을 때 이뤄져, 빈축을 더욱 사고 있다.

인하대 송도캠퍼스 조성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캠퍼스 부지에 지번을 부여하는 게 7월 중으로 예정돼있는데, 2013년 체결한 계약에 따라 인천경제청이 지번 부여 후 보존등기를 하면 인하대는 그때부터 땅값을 내게 돼 있다.

인하대가 땅값을 지불하지 못하면, 인천경제청은 계약에 따라 해당 부지를 환수하게 돼 있다. 송도캠퍼스 땅값은 약 1077억 원으로, 인하대는 이 중 403억 원을 지불했다. 이 상태에서 계약이 파기되면 인하대는 땅값의 10%인 107억 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한다. 땅값으로 지불한 403억원에서 위약금 107억원을 제외한 296억 원만 돌려받는다. 그리고 송도캠퍼스는 사라진다.

이처럼 7월은 인하대에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송도캠퍼스 부지는 인하대의 발전을 바라는 동문들과 학생, 교수, 인천지역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인천시를 설득해 어렵게 마련한 땅이다. 그런데 최 총장은 대외업무의 핵심 책임자인 대외협력처장까지 대동하고 출장길에 오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하대가 송도캠퍼스 부지 일부만 매입하겠다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생회는 물론이거니와 총동창회와 교수사회, 직원사회 내부에서는 최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역 대학발전에 동의해 송도캠퍼스 조성에 힘을 보탰던 인천시민사회단체도 "인하대가 당초 목적대로 캠퍼스를 조성하지 않는다면 땅을 환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최 총장 귀국 후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문제로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최순자, #인하대 송도캠퍼스, #정석인하학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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