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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비대위원장 만난 한민구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배치와 관련한 한미공동발표를 앞두고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 남소연
한민구 국방장관이 8일 국회를 찾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즉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장관이 직접 '등판'할 만큼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실제로 일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방부의 발표를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의 중간보고' 정도로만 예측하고 있었다. 여야 입장에서는 정부로부터 사드 배치 결정을 '일방 통보' 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이번 결정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드 배치 지역을 둘러싼 논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연달아 만났다. 내용은 이날 국방부에서 발표된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 내용과 비슷했다.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결정했다",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가장 민감한 배치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하지는 않고 실무적인 보고를 받았다는 정도로만 거론했다.

하지만 여야의 반응은 우려에 가까웠다.

"대정부질문 땐 결정된 것 없다더니, 국회와 국민 기만했다"

더민주는 면담 과정에서 '사드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지나칠 정도로 서둘러 배치를 결정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위원인 이종걸 의원은 이날 면담 직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왜 하필 이 시기에 하느냐 말이다"라며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대선을 앞둔 시기에 반미 감정을 부추겨서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그런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경 대변인도 이후 브리핑을 통해 "더민주는 실익 있는 사드 배치는 반대하지 않지만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 중국과의 무역 마찰 등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국민적 반발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국방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보에 반대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고, 주변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속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근본적인 검토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위기와 관련해 국민을 충분히 설득했어야 하는데 (국방부는) 그렇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 위원장은 "(국방부는) 야당과 어떤 합의도 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후, 이렇게 야당 대표를 찾아와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라며 "매우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과 한 장관의 면담에 배석한 복수의 고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국방부에 배신감을 느꼈다'라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상당히 심각했다"라며 차가웠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손금주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원칙적으로, 현실적으로 국방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며 "다만 야당으로서 (사드 배치 후)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설명했다.

정의당도 국방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결정 과정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다"라며 "엊그제 김종대 의원이 국방부와 이야기할 때만 해도 (국방부는 사드와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는데, (국방부는) 그 말을 번복했다.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변인은 "(국방부는) 한미동맹과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외교적 고려를 소홀히 했다"라며 "또 효용성과 관련해서도 각계 전문가들은 (국방부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치, 외교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결정 수용하면서도 '속 앓고 있는' 새누리
사드배치 발표 앞두고 국회 방문한 한민구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배치와 관련한 한미공동발표를 앞두고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도 '사드 배치 결정을 수용한다'면서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이는 앞서 사드 배치 유력 지역으로 대구 인근의 경북 칠곡 지역이 꼽힌 점을 감안한 당부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에 안전성 논란이 있는 사드가 배치될 경우, 이 문제는 줄곧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던 여권의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칠곡군은 지난 5일 군과 군 의회 공동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 시설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사드 칠곡 배치 반대 범군민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어떤 결정이라도 현장에 있는 칠곡 군민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전날(7일) 발표한 주중 여론조사 결과도 이러한 민심 이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6일 전국 1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12.2%p나 하락, 취임 후 최저치인 40%를 기록했다(전화면접 조사,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p).

이와 관련, 정진석 원내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 것인가"는 질문에 긍정하면서도 "'사드 괴담' 이런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니까 잘 홍보하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가장 민감한 배치 지역에 대해서는 "오늘 전혀 얘기 안 나왔다"라고 일축했다.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도 "지금은 (사드 배치) 부지 결정 발표가 아니지만 향후 지역주민 반발 등이 예상되니 국방부에서 국민의 안전, 국가의 안위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부탁이었다"고 설명했다.
태그:#사드, #한민구, #박지원,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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