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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맺게 된 커피와의 인연을 계기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전역하자마자 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홈바리스타 강좌'를 신청해 열심히 커피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한 남학생이, 난생 처음 커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마침내 첫 강좌가 열리는 날.

강의가 열리는 동작문화원 강의실에, 나까지 총 11명의 수강생들이 모였다. 남성 수강생은 나와 머리 희끗희끗하신 어르신 한 분이 유일했고, 다른 수강생들은 전부 중년의 아주머니들이었다. 얼떨결에 막내가 되어버린 나. 앞으로 강사 선생님을 보조하며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게 될 줄은 그때까지 꿈에도 몰랐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 수강생들끼리 서로를 소개하며 왜 바리스타 강좌를 듣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다수의 수강생들이 '집에서 커피를 좀 더 맛있게 내려먹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등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처럼 자격증 취득까지 염두에 두고 등록한 수강생은 없는 듯 했다.

핸드드립을 배우다

첫 시간은 일명 '손흘림 커피'라고도 불리우는 '핸드드립'에 대해 배웠다. 핸드드립이란 말그대로 손으로 직접 추출하는 커피를 말한다.

사실 핸드드립은 커피를 내려 마시는 가장 고전적이면서 또한 기본이 되는 추출법이다. 하지만 핸드드립 하나만으로도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실력이 판가름 날 만큼 미세한 손놀림과 고도의 집중력, 정성이 필요하단다. 핸드드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는 아래와 같다.

1. 핸드밀(원두를 분쇄하는 도구)
2. 포트(주전자)
3. 서버(추출되는 커피가 담기는 주전자)
4. 여과지(원두가루를 담는 기름종이)
5. 드립퍼(여과지를 끼워넣는 여과 컵)

핸드드립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다. 왼쪽부터 여과지를 삽입한 드립퍼와, 서버 오른쪽은 물을 붓는 포트다.
▲ 핸드드립을 위한 각종 도구들 핸드드립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다. 왼쪽부터 여과지를 삽입한 드립퍼와, 서버 오른쪽은 물을 붓는 포트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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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을 위한 각종 도구들 사진이다. 사진에 보이는 도구는 서버, 핸드밀, 원두 등이다.
▲ 핸드드립을 위한 각종 도구들 핸드드립을 위한 각종 도구들 사진이다. 사진에 보이는 도구는 서버, 핸드밀, 원두 등이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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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선생님은 "커피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 하는 실수가 '도구 욕심'을 낸다는 것"이라며 "커피를 내려마시기 위한 도구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다양한 방법으로 내려 마셔보고 본인의 기호에 맞는 방법으로 내려 마셔야지, 무작정 도구를 사들이다 보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함부로 도구를 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서 핸드드립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배웠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핸드밀에 원두를 넣고 갈아서 원두가루를 추출한다
② 서버 위에 여과지를 끼워넣은 드립퍼를 올려놓고, 그 속에 원두가루를 채워 넣는다
③ 원두가루를 평평하게 깔아놓은 상태에서, 포트에 담긴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 뜸을 들인다
④ 1분 정도 뜸을 들이다가, 중심부부터 @ 모양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확장해가며, 커피를 추출한다

과정 자체는 단순했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핸드밀에 원두를 넣고 갈아서, 커피를 내려보았다. 그러나 어떤 일이건 간에, 눈으로 보고 들을 때와 달리, 직접 해보면 만만찮다는 것을 느끼곤 하지 않던가. 커피를 내린 것 역시 처음이다 보니 물줄기도 제각각이고,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게 커피 추출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포트로 물을 부을 때, 강아지 오줌 싸듯이 찔끔찔끔 그러나 멈춤 없이 부어야 하는데, 물조절에 실패해 들이붓듯이 붓기 일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이다.
▲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이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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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린 커피를 다같이 돌려 마셔보며, 서로의 커피 맛을 비교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같은 원두를 가지고서, 같은 도구를 이용해 추출했음에도 맛이 제각각이었다. 강사 선생님은 "추출하는 사람의 스킬에 따라 커피맛이 다 다른 것이 커피의 매력"이라고 하셨다.

강사 선생님은 일일이 수강생들이 직접 내린 커피를 맛보고 평을 하셨다. 드디어 내 차례. 처음이라 당연히 잘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커피를 평가해준다고 하는데 어찌 긴장이 되지 않을손가.

"처음엔 밍밍하다가 뒤에서 갑자기 신맛이 확 난다. 물을 갑자기 확 부었다는 뜻이다."

깜짝 놀랐다. 사실 조급한 마음에 물줄기 조절에 실패해, 마지막에 확 부었는데, 강사 선생님은 커피맛만 보고서 그 과정을 정확히 잡아낸 것이다. 마치 물건에 손을 대면 그 물건에 대한 기억을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처럼, 맛만 보고서 커피를 어떻게 내렸는지 알아맞히는 것을 보고 놀라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핸드드립 시 유의사항에 대해서도 배웠는데, 처음에야 단순히 물 붓는 것도 어렵지만, 하나 둘 천천히 지켜나가다 보면 누구보다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된다고.

① 커피물의 온도는 90~95℃가 적당하다
② 커피 원두가루 10g으로 100ml 정도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③ 커피는 한 번 추출한 뒤 재탕하면 안 된다. 재탕할수록 카페인과 같은 커피의 안 좋은 성분이 많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④ 여과지 테두리 쪽으로 물을 부어선 안 된다(종이 맛이 날 수 있고, 커피가 연하게 나옴)
⑤ 커피를 마실 땐 처음에는 코로 향을 느끼고, 두 번째는 오물거리며 입가심을 하고, 세 번째에서 목넘김을 하며 맛을 느낀다

핸드드립과 아메리카노, 차이가 뭔가요?

핸드드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손으로 직접 내려마시는 커피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카페에서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핸드드립 커피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원래 아메리카노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커피가 개발되었는데, 이 커피는 고압력으로 빠르게 추출한 커피 원액을 의미했다. 하지만 커피의 모든 성분을 짜내어 추출한 커피이기 때문에 그 맛이 매우 썼다.

에스프레소를 처음 맛 본 미국인들은 과도하게 쓴 맛에 적응하지 못했고, 다른 방법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우연히 뜨거운 물을 타서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던 것. 이게 바로 '아메리카노'의 기원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기계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타서 쓴 맛을 희석시킨 커피라고 할 수 있다.

핸드드립 시 가장 먼저 하는 뜸들이기 과정이다.
▲ 뜸들이기 핸드드립 시 가장 먼저 하는 뜸들이기 과정이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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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핸드드립과 아메리카노, 맛의 차이는 어떨까?

제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맛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노의 경우 인위적으로 물을 추가해 희석시켰기 때문에, 커피의 쓴 맛이나 신 맛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핸드드립은 원두가루에 직접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기 때문에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고.

그렇다고 아메리카노가 맛 없는 커피라는 것은 아니다. 핸드드립은 여과지(기름종이)를 이용해 원두의 성분을 한 번 걸러내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커피 원두의 지용성 성분이 많이 걸러지게 되는데, 아메리카노의 경우 여과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용성, 수용성 성분이 모두 추출된다고 한다.

이런 지용성 성분이 추출되면서 아메리카노의 표면에는 '크레마'라고 하는 일종의 황금색 거품띠가 형성이 되는데, 이 크레마에 커피의 좋은 성분과 맛이 온전히 담겨있다고 한다. 만약 갓 추출한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에 크레마가 없다면, 그 커피는 잘못 내렸거나 신선하지 않은 원두를 썼다는 증거라고 한다.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 표면에 거품이 많을수록 커피의 향과 맛이 돋보인다고 한다.
▲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 표면에 거품이 많을수록 커피의 향과 맛이 돋보인다고 한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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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핸드드립과 아메리카노 커피, 둘 중 어느 커피가 더 맛있다고 할 수는 없으며, 결국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마시면 된다는 것이다.

핸드드립이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이유

그럼에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통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에 비해 핸드드립 커피가 2~3배 이상 비싼 경우가 있는데, 이건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첫째, 추가 노동력에 따른 인건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커피는 기계로 추출하는 아메리카노 커피와는 달리, 손이 더 많이 들어간다. 아메리카노는 빠르면 30초 안에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핸드드립은 뜸을 들이고, 다시 천천히 물을 부어가며 찔끔찔끔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 이에 따라 인건비 차원에서 조금 더 비싸게 받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둘째, 사용하는 원두의 양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커피의 경우 기계로 추출하는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투입되는 원두의 양이 많게는 2~3배에 이른다고 한다. 어떤 품질의 원두를 쓰느냐에 따라 원두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지만, 좋은 원두를 놓고 비교했을 때, 커피 원두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원두를 더 많이 추가한 핸드드립 커피가 비싼 건 당연지사다.

커피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

우리가 오늘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신 커피의 이름은 '콜롬비아 수프리모 후일라'라고 한다. 여기서 콜롬비아는 남미에 위치한 국가로, 최고의 커피 품종을 자랑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수프리모는 커피의 등급 중 하나인데, 최상품 등급이라고 하고, 후일라는 커피가 생산된 지역을 말한다. 보통 커피 품종을 말할 때에는 '커피 생산국 + 품종의 등급 + 커피가 생산된 지역, 농장, 수출하는 항구도시 이름'으로 명명한단다.

커피의 등급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등급이 더 높다, 낮다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커피 등급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 더 자세하게 언급할 생각이다.

(*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 (http://gabeci.tistory.com/152)에 올린 강좌 후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태그:#커피,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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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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