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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저생계를 보장해야 미래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함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현실적 대안에 기댈 수밖에 없다. 특히 비정규직노동자와 청년알바들은 끝을 알 수 없는 불안한 형국에 놓여있고 최소한의 임금수준을 보장받아야만 절망의 늪을 벗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재벌 대기업의 입장은 단호하다. 시급 6000원 언저리에서 노동자의 삶을 영위하라는 입장이다. 재벌을 비호하는 정치집단이나, 학자들도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살아갈 것을 강요한다.

그런데 가장 애매한 집단이 있다. 바로 상인 자영업자들의 입장이다. 재벌이나 그 옹호자들은 임금인상불가의 핑계로 우리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운명을 들먹인다. 장기불황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의 하층부를 이루는 우리 상인들의 고통은 노동자, 청년 실업자 못지 않다.

자영업자의 붕괴, 인건비 상승 때문 아니다

제126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폐기와 노동장관 퇴진, 경제위기 주범 재벌책임 전면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주35시간 노동제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카트 몰고 거리 나선 서비스연맹 '최저임금 만원으로' 제126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폐기와 노동장관 퇴진, 경제위기 주범 재벌책임 전면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주35시간 노동제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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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이다.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대량붕괴와 몰락의 원인은 인건비 상승에 있지 않다. 재벌이 700조를 넘는 잉여자금을 곳간에 다져 넣으면서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을 공격해온 그 시간이 바로 우리 자영업자들의 몰락의 시간과 일치한다. 거대 유통재벌들이 대형마트, SSM, 아울렛 등을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을 파괴하고, 빵집, 식당, 각종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함으로써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시작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이 이러함에도 우리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는커녕 최저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방어막으로 이용하는 것은 철면피하다.

우리 중소상인들은 이 사안에 대해 재벌대기업이 강요하는 편협한 논리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골목시장, 전통시장, 상점가 등에서 소비자를 상대하는 자영업자들에게 노동자, 서민들은 가장 소중한 소비자이며, 우리의 이웃이다. 이들이 없이 우리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을 반대하면서 우리 시장을 찾아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기업과 불가분의 관계로 사업을 운영하는 하청업체, 납품업체, 입점업체의 경우에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적정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편의점 등의 사장님들도 알바노동자보다도 힘든 장사의 구조가 불공정한 이윤배분에 있는 것이 아닌지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약자들끼리 서로의 몫을 가지고 쟁투를 벌이게 하는 재벌들의 추악한 논리를 거부해야 한다. 중소자영업들이 살 수 있는 길은 재벌의 시장파괴를 시급히 규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정한 이윤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나누는 것이다. 법적 규제를 통해 이것이 현실화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소비자인 노동자들과 한편이 되는 것이 골목시장, 전통시장이 궁극적으로 살아갈 길이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몸에 피가 도는 것처럼 경제를 살릴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지지해야 한다. 물론 시행의 과정속에서 중소기업,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부족한 여력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세제상의 보완이든, 직원고용에 따른 부담금을 보완해주는 것이든 중소자영업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삼는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일자리의 보고이며, 사회안전망이다. 600만 자영업자와 가족들의 몰락은 이후 어떤 복지 정책으로도 회생시킬 수 없다. 재벌들에 의해 참혹하게 균열된 대한민국에서 상인과 노동자의 연대는 서로의 삶을 보듬는 강력한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바로 '지금'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대표 인태연 입니다.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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