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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열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의 신공항 입지 발표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가 있자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의 신공항 입지 발표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가 있자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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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이 밀양이나 가덕도가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자 대구·경북 지역은 정부에 대한 분노를 넘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을 제외한 4개 시·도민단체로 구성된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회'는 22일 "(김해공항 확장 발표는) 민의를 짓밟은 폭거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며 신공항 건설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공항 추진위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정부가 6차례에 걸쳐 검토했지만 주변의 시가지화로 고질적 소음문제가 심각"하다며 "2002년 중국 민항기 충돌사고로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돗대산과 금정산, 신어산 등 고정장애물 8개소가 산재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 대비 사고위험이 29배로 조종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공항이라는 점과 군과 민간 겸용 공항으로는 국가 제2관문 공항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김해공항의 확장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신공항 추진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도 어긴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며 "원칙과 소신의 정치는 이제 끝났음을 선언한다"고 밝히고 "국민도 속고 영남인은 처절하게 버림받았다"며 대선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도 정부의 발표에 대해 지방을 무시하고 기만했다며 "부산의 반발을 고려한 정치적 사기극"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지방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박근혜 정부의 폭거라는 주장이다.

대구경북본부는 "김해공항 확장이 어려워 신공항이 추진됐는데 다시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한 정부는 2000만 남부권 지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무능한 중앙정부의 무원칙한 정책 결정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22일자 누리집. 정부의 신공항 발표에 대해 대구경북의 성난 민심을 전하고 있다.
 <매일신문> 22일자 누리집. 정부의 신공항 발표에 대해 대구경북의 성난 민심을 전하고 있다.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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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인 <영남일보> 인터넷판 누리집. 영남권 신공항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한 정부를 비난하는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22일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인 <영남일보> 인터넷판 누리집. 영남권 신공항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한 정부를 비난하는 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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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들도 대선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던 영남권 신공항이 결국은 정쟁을 피해 다음 정권에 떠넘기기를 했다며 "이명박·박근혜 무능한 정권이 2대에 걸쳐 기만극을 벌였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22일자 신문의 1면을 기사와 광고를 게재하지 않고 전면 백지로 발행한 <매일신문>은 2면부터 8면에 걸쳐 신공항 관련 기사를 싣고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매일신문>은 '대선마다 단골 공약···정부가 저지른 사기', '부산이 백지화 말할 때 대구경북은 이미 졌다', '방폐장·원전, 혐오시설 다 맡겨놓고 쭉정이 취급하다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영남일보>도 1면에 '신공항 쇼크···용기없는 정부에 또 속았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대구경북 들끓는 민심', '지역 경제계 공황···기업 해외진출·외자유치 자신감마저 잃었다', '한숨이 분노로 대국민 사기극 강력 규탄' 등의 기사를 실었다.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발표는 부산의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부권신공항추진위 한 관계자는 21일 오후 신공항 발표가 난 후 "부산의 철저한 전략에 놀아났다. (부산이) 백지화 시키돌라 안캤나?"라며 "민자유치 해가 가덕도 간다 아이가?"라고 분노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부산이 무리하게 나선 영향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박근혜 정부만은 정치적 외압이나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대로 신공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도 불구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서 시장은 21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신공항 건설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으므로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제2허브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를 앞두고 대구시내 곳곳에 걸려있던 현수막.
 정부의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를 앞두고 대구시내 곳곳에 걸려있던 현수막.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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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는 대구시의 대응이 부족했고 밀양과 가덕도가 아닌 제3의 안에 대한 대책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밀양이 신공항 입지로 확정되더라도 따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도 하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대구시는 21일 오후 3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30여 분 앞두고 밀양 유치를 확신한 듯 '남부권 신공항 밀양 유치 환영' 현수막을 준비하도록 했다.

대구시는 8개 구·군에 비상연락을 통해 신공항 확정 발표 후 각 동별로 2개씩의 현수막을 내걸도록 지침을 내렸다. 현수막의 문안은 '대구경제 도약의 기회로', '이제 영호남은 하나입니다', '대구 도약을 위해 하늘길이 열렸습니다' 등 3개였다.

결국 정부의 김해공항 확정 발표가 난 후인 22일에야 부랴부랴 입장을 발표하고 "김해공항 확장안이 신공항의 최적 대안으로 도출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용역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신공항추진단장과 대구경북연구원 신공항 연구팀장을 팀장으로 하는 TF팀이 검증작업을 완료한 다음에야 대응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경북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표를 달라고 했던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22일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선택이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발표했다.


태그:#영남권 신공항, #대구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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