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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1일 오후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하자 이를 지켜보던 '남부권신공항추진위' 위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가 21일 오후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하자 이를 지켜보던 '남부권신공항추진위' 위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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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약은 지키고 신공항 공약은 왜 사기를 칩니까?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기로 발표하자 대구경북지역의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의 사기놀음에 놀아났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21일 오전, 이날 오후 3시께 신공항 입지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개시·도 시민단체로 구성된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회'는 회원들에게 '2000만 남부민의 미래생존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국익인 남부권 신공항 입지선정이 오늘 오후 드디어 발표됩니다'라며 '지난 7년의 땀과 눈물, 그리고 도전과 열망을 마무리하는 역사적 순간에 함께 힘을 모아주십시오'라는 문자를 돌렸다.

추진위 회원 50여 명은 오후 2시부터 대구상공회의소 대강당에 모여 밀양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하며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 밀양이 가덕도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찌라시가 돌아서인지 밀양이 선정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이들은 "밀양이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더라도 박수를 치거나 만세를 부르지 말자"며 부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웃음도 참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하지만 오후 3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는 발표가 전해지자, 일부 회원들은 탁상을 치기도 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등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신공항 대국민 사기극을 강력히 규탄한다', '2000만 남부민의 염원을 짓밟은 박근혜정부 규탄한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 또다시 뜨겁게 뭉쳐 남부권신공항을 재추진할 것을 굳게 결의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정부 결정, 역사 수레바퀴 10년 전으로 돌려놓은 것"

강주열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장이 21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를 지켜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장이 21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를 지켜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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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주열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장은 맨 앞자리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는 듯 보였지만, 정부가 백지화를 발표하자 눈물을 흘리며 강하게 분노했다.

강 위원장은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지난 이명박 정부의 지역이기주의, 정치논리에 의해 아픔을 맞았는데 또 대국민 사기극에 아픔을 맞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어 "신공항은 김해공항 문제점이 인식되고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번 발표는 단기 미봉책으로 적절하지 않고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 과정을 보면서 당시 박근혜 국회의원께서 '약속을 어겨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미래의 국익을 볼 때 신공항은 반드시 건설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박근혜정부는 원칙과 약속, 신뢰의 정부라 했는데 대통령 공약으로 약속하고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번 정부의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며 "신공항 건설을 또다시 백지화시킨 이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오후 4시 대구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 시장은 용역 과정과 내용에 대해 철저히 검증에 나서겠다며 "부산을 포함한 5개 시·도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김관용 경북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과 통화를 했다고 밝히고 "모두 다 충격적이고 황당한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권 시장은 이어 "신공항 계획이 김해공항 확장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예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도 '비판'... "영남주민 무시한 처사"

권영진 대구시장이 21일 오후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부당성을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21일 오후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부당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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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치권도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대구시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지역의 극단적 행태와 수도권 중심론자들의 집요한 방해, 일부 정치권의 부당한 간섭에 의해 결국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참으로 실망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대구시의회는 이어 "정부의 발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는 남부권 경제공동체 형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중장거리 노선 취항과 항공화물 수송이 가능한 명실상부한 제2국제관문공항을 조속히 건설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논평을 통해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객관적 결과에 승복하기로 한 합의도 지금은 행정낭비이고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며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것은 현 정부의 무능이며 영남주민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대구시당은 "원칙 잃고 오로지 정권 재창출에 몰두해 국민을 우롱한 정부와 여당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정부의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신공항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할 것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신공항은 죽은 공항으로 산 사람 낚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죽은 공항을 선거용 미끼로 산 지역주민 낚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태그:#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강주열, #권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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