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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이 강을 덮었고, 죽은 물고기가 떠올라 있다.
▲ 수상공연장 근처 금강의 모습 마름이 강을 덮었고, 죽은 물고기가 떠올라 있다.
ⓒ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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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누리움터
강원도 홍천 서석면 효제곡마을에 있는 대안학교. 하늘을 공경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 주체적 창진성을 신명나게 구현하는 사람으로 함께 커 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배움 숲이다. 대안중등과정인 생동중학교와 고등-대학 통합과정인 삼일학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http://cafe.daum.net/maeulschool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충남 공주와 부여로 생동중학교 봄들살이를 다녀왔다. 웅진 백제 도읍지였던 공주, 사비 백제 중흥기를 이끌었던 부여를 역사 탐방했다.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계룡산은 관음봉을 포함해 봉우리 3개를 오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물줄기가 멈추다시피 한 금강과 신음하는 생태계를 눈으로 확인한 시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냉정하고 아프게 마주한 큰 공부였다. 4대강 토건 공사가 만든 모랫바람으로 가득찼기 때문이라고 하면 괜한 까탈일까.

강 멀리서 진실 알 수 없도록, 꽃 조경만

처음에는 금강에 있는 3개 보 중에서 공주보와 백제보 사이가 대략 25Km 정도로 짧아 자전거로 다니면서 생태계를 보려고 계획했다. 그냥 가더라도 자전거를 타면서 강바람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공주시가 운영 중인 자전거 대여소는 무인대여체계를 고치느라 잠시 멈춘 상태였고, 일반 사업자는 수지가 맞지 않아 접은 지 오래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금강 자전거길은 축제와 같이 특별한 때가 아니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체로 오는 동호회나 먼데서부터 차에 싣고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저탄소 녹색 교통이라는 자전거를 평소 이동 수단으로 삼기에 시내 도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자전거길에서 타려면 차에 싣고 와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야 하는 역설 속에 갇혀 있었다.

자전거길은 죽어가는 강의 상징이었다. 콘크리트와 석유추출물을 써서 만든 길은 생명이 자랄 수 없는 땅이었고, 당연히 강의 생명과 주변 생태계를 끊어버린 높은 담장이 되었다.

"금강에는 '금계화'라는 외래종 꽃이 가득합니다. 공사 마지막에 조경을 위해 심은 것인데 금방 퍼져서 강 주변의 종 다양성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꽃을 왜 심은 줄 아세요? 사람들이 강 가까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멀리서 아름답게 보이는 모습만 보여주려는 것이죠."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한 말이다.

정말 처음부터 그런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내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과 소나무숲 그늘에서 바라보는 금강은 호젓하고 아름다웠다. 강을 직접 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종술 기자는 강 따라 걷다가 어느 곳에선가 운동시설을 발견했는데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상태라 했다.

만든 첫 해에만 행사가 열렸다는 수중 공연장, 갈라지고 안이 드러나서 위험한 자전거길, 강쪽 성벽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공산성, 이미 사라지고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모래사장, 이것이 금강의 모습이었다.

성벽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어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사적 제 12호 공산성 성벽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어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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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는 잘못이 없다

이번에 특별히 두 분 선생님을 초대했다. 충남대전녹색연합에서 녹색사회국 팀장으로 일하는 김성중 간사님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금강탐사전문기자', '금강지킴이'로 널리 알려진 김종술 기자님이다.

처음 연락할 때부터 반갑게 맞아주시고, 걷는 구간과 일정도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셨다. 찾아오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는데, 이렇게 멀리서 공부하러 온 학생들에 대한 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공주시 소학동에 있는 새들목 섬으로 갔다. 새들목 섬은 한강 밤섬 같은 하중도이다. 김성중 간사님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강물 흐름이 느린 곳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게 하중도인데, 사람 발길이 닿지 않고 생태적으로 보존되어 있어 그 가치가 크다고 한다.

준설 때문에 지금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면적이라고 한다. 최근에 금강 수질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공주보 수문을 열어두었고, 그덕에 물깊이가 낮아져서 징검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가자마자 본 것은 뻘에 죽어 있는 40cm 가량 잉어였는데, 냄새나 부패 상태로 보아 죽은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기자님은 바로 앞 바위에 붙어 있는 큰빗이끼벌레를 가리켰고, 물속에서 배구공만한 군체를 꺼내 보여주셨다. 큰빗이끼벌레 하나의 크기는 1mm 정도이지만, 바위나 나무, 수초 따위에 붙어 빠르게 무성생식하면서 군체를 이룬다.

물살이 느리고 먹이인 조류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고 하니, 금강은 이들에게는 살 만한 곳이 되었다. 학교에서 앞선 공부를 할 때에도 학생들이 많이 관심 가진 주제였기에,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봤다. 비린내, 시궁창 냄새에 저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군체는 수분이 95% 이상이기 때문에 돌 위에 올려두면 금세 말라서 까만 점들만 남는데, 이들은 곧 휴면상태로 들어가서 죽지 않고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질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이렇게 확 번진 상태에서 제거하는 방법은 소각밖에 없다고 했다.

더러워진 금강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 새들목섬에서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 더러워진 금강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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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녹조들도 빠르게 번져가고, 저수지에서 잘 자라는 부들, 마름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들에게 잘못은 없다. 강이 짧은 시간 동안 생태계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

이들의 유해성 여부와 대책, 이후의 전망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쉽게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임상실험이나 검증도 거치지 않았고,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긍할만한 원인도 없는 상태에서 없애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덮어버리게 된다.

굴삭기로 파낸 웅덩이, 자연 습지와 달라

물이 무척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강 중심부는 빠른데 이곳은 물이 적어서 이렇게 느린 건가요?"

돌아온 답에 놀라고 말았다.

"여기가 빠른 편입니다."

4대강 공사 이후 초속 2cm 정도로 느려졌는데, 작년 측정 때는 기계의 최소기준보다도 느려 '0'으로 나오기도 했단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곳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습지도 있고, 굴삭기로 파낸 곳에 물이 고여 생긴 웅덩이도 있었다. 똑같이 고여 있는 물처럼 보이지만, 둘의 차이는 확연했다.

자연 습지는 그 밑바닥에 물의 드나듦이 있고 여러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살 수 있지만, 갑자기 만들어진 웅덩이는 물 흐름이 완전히 막혀 이런 조건에서 살 수 있는 생명체들만 있을 뿐이었다. 설명과 함께 바라보니 정말 그랬다. 자연 습지는 가뭄에 견디는 힘이 크고 물이 차면 금방 본디 생태계를 회복한다고 한다.

물풀과 작은 물고기가 어우러져 있고, 물도 투명하다
▲ 새들목섬의 자연 습지 물풀과 작은 물고기가 어우러져 있고, 물도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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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처럼 변해가고 이끼들만 가득하다
▲ 새들목섬에서 본 굴삭기가 퍼낸 자리에 생긴 웅덩이 뻘처럼 변해가고 이끼들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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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은 작은 부분일 뿐이다. 점심을 먹은 곳은 고마나루. 국가 지정 명승 21호인 곳이다. 이곳은 예전부터 나루터가 있었고 웅진이라는 도시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이 주변 지반이 암석으로 되어 있어 댐이나 보를 세우기에 제격이어서 처음에는 공주보를 이곳에 세우려고 했다가, 반발로 하류 1Km 지점으로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은 전체적으로 모래 지반인 곳이기에 어찌 보면 지금 공주보는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감사원에서도 내구성이 부족하여 보강공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곳이다.

한편 고마나루 전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 곳은 물살의 흐름이 달라지는 곳이어서 배가 자주 엎어지곤 하였다.' 북서쪽으로 흐르던 금강은 고마나루 못미친 상류에서 거의 직각으로 꺾여 남서로 흐르기 시작한다.

나루라고 하면 제법 물깊이가 있는 곳. 잔잔하지 않았을 물 흐름이 공주보 건설 뒤, 멈췄다. 시험 삼아 나뭇잎을 띄웠는데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 상류로 올라갔다. 더딘 물은 바람을 이겨낼 힘마저 없었다. 유속이 빨라 위험하다는 경고문을 민망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지금이라도 보 수문을 열어준다면

공주보를 걸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수문이 두 가지가 있는데, 가동식은 수문을 천천히 회전시켜 윗물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양도 적고 강바닥 퇴적물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강물을 맑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만 부유물들이 없어지니까 겉으로만 그리 보인다. 반면, 고정식 수문은 승강식이라고도 하는데 문을 열면 아래쪽 물이 먼저 나가기 때문에 순환효과가 크다. 우리가 갔을 때는 가동식 수문을 통해서만 물이 흘러내려가고 고정식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고정식을 열면 수압 때문에 문이 휘기도 하고, 보를 설치하고 물을 가두어서 강을 살리겠다는 '기본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가동식 수문을 통해 낙차 있게 물이 떨어져 그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들어왔다. 현장에서, 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실패를 인정하고 수문을 여는 것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다.

금강을 따라 걸으며 흐르지 않는 강물, 죽어가는 생명들을 만난다. 마음이 아프다.
▲ 공주보를 뒤로 하고 고마나루로 금강을 따라 걸으며 흐르지 않는 강물, 죽어가는 생명들을 만난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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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에는 두 종류의 어도가 있었다. 하나는 아이스하버(Ice Harbor)식이라고 말하는 콘크리트로 만든 어도, 그리고 복합형 어도이다. 두 번째 것은 원래 자연형 어도라고 하여 제방 대신 흙과 자갈을 쌓고 바닥도 돌과 모래를 깐 것인데, 수압을 견디지 못해 벽이 계속 쓸리니까 이를 콘크리트로 만들면서 붙인 이름이다.

학생들과 어도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물고기 한 마리가 한 칸을 뛰어올랐다. 힘내라고 응원해 주었지만 그 뿐이었다. 둘러보니 어도 안에서 방향을 잘 찾지 못하고 계속 머물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물고기가 공주보 어도를 완전히 올라가는 데 300시간이 걸린다는 조사도 있었다고 한다. 어도는 댐이나 보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2010년 말 기준으로 15% 정도에 그치고, 그나마도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길이었다.

금강을 둘러싼 힘들은 강물을 이대로 두고, 더 많은 공사를 하고, 돈을 더 쓰는 쪽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강은 힘들다고 여러 모양으로 알리고 있다. 헤어지기 전에 공주보를 뒤로 하고 함께 사진을 남겼다. 우리는 환하게 웃었다. 금강 물도 우리 모습처럼 다시 자유롭게 흘러갈 날을 소망하면서 말이다.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고, 다시 맑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담는다.
▲ 힘내라 물고기야, 흘러라 강물아.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고, 다시 맑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담는다.
ⓒ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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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아름다운마을신문 제68호(2016년 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누리집주소 http://admaeul.tistory.com/
* 정재우 기자는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움터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가르치며 지낸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마주할 수록, 체념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며 오늘을 신명나게 사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길이라고 믿는다.



태그:#아름다운마을공동체, #생동중학교, #금강 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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