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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 부산 광복로에서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5만 여명 (집회 측 추산/경찰 추산 1만5천여명)이 모였다.
 지난 14일 저녁 부산 광복로에서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5만 여명 (집회 측 추산/경찰 추산 1만5천여명)이 모였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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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시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

여당에게 영남권 신공항은 몇 번이고 우려먹을 수 있는 녹차 티백이었다.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는 부산을 찾아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당시는 새누리당의 부산지역 공약에서 신공항 건설이 빠져있었지만, 민주통합당은 첫 번째 지역공약으로 제시하며 부산지역 표심을 공략하던 때였다. 이후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신공항을 부산에 건설하겠다는 약속이라고 홍보했다.

신공항으로 재미를 봤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그 공약을 이행하고 된서리를 맞을 처지에 놓였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한다. 16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는 당연히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각 지역의 과열된 유치 열기가 용역 결과를 존중해줄지는 의문이다. 벌써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어느 쪽으로 신공항이 가든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인 셈이다. 텃밭이었던 곳에서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다 서다 반복한 신공항... 불 지핀 쪽은 정치권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17일 오전 밀양시청에서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17일 오전 밀양시청에서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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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의 신공항 추진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해국제공항의 포화를 대비해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한 건 지난 2006년부터다. 당시 참여정부는 대통령 지시로 신공항 건설 검토에 들어갔고, 다음 정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이기도 했던 신공항 건설 논의를 이어갔다.

정부는 2010년 입지평가위원회를 꾸리고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대상에 올렸다. 평가위의 최종 결론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운영상 상당한 장애가 있으며 공항 규모에 비해 건설비가 과다하여 신공항의 입지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김해공항의 포화 시점을 2030년으로 내다보고 내린 일종의 유예적 조치였다. 

이를 두고는 첨예한 유치 경쟁에 부담을 느낀 정권이 백지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 뒤 특별 기자회견까지 열고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지역 주민들께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야 했다.

뒤바뀐 정치지형 따라 요동친 신공항 

지난 14일 저녁 부산 광복로에서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5만 여명 (집회 측 추산/경찰 추산 1만5천여명)이 모였다.
 지난 14일 저녁 부산 광복로에서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5만 여명 (집회 측 추산/경찰 추산 1만5천여명)이 모였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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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공항 건설의 꿈을 접었다고 영남권 지자체들이 생각을 바꾼 건 아니었다. 잠시 수면 아래 내려가 있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신공항은 매번 핵심 쟁점이 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시도지사들이 당선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출마 기자회견을 아예 가덕도에서 열고 "가덕 신공항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까지 선언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주요 정당은 신공항 건설을 나란히 공약에 넣었다.

신공항이 필요 없다던 정부의 생각도 달라졌다. 2030년까지는 괜찮을 거라던 김해공항의 포화는 2023년으로 7년 앞당겨졌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영남권의 항공 수요와 늘어난 저비용항공사(LCC)가 그 속도를 견인한 것으로 나왔다.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할 명분은 마련됐지만 과거 치열한 유치전을 경험한 정부는 여전히 부담을 느꼈다. 영남권 지자체장들은 지난해 1월 모여 유치 경쟁을 자제하자는 신사협정을 체결했다. 정부는 국내 정치에 영향을 받는 국책 연구기관 대신 해외 업체에 입지 선정을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선정된 곳이 ADPi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다. 

연일 신공항 공방... "비전문가인 정치인이 논의 주도"

지난 14일 저녁 부산 광복로에서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5만 여명 (집회 측 추산/경찰 추산 1만5천여명)이 모였다.
 지난 14일 저녁 부산 광복로에서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5만 여명 (집회 측 추산/경찰 추산 1만5천여명)이 모였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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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Pi의 입지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신사협정은 깨졌다. 지역에서는 연일 신공항을 둘러싼 날 선 말들이 오가고 있다. 정부의 자제 권고도 먹히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종교계까지 나서 지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에서는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렸고, 타 영남권 지자체장들은 손을 맞잡고 결속력을 과시한데 이어 공동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이에 부산시는 16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영남권 4개 시도지사가 최근 연달아 밀양시청에서 모여 회동을 가진데 이어 중앙 일간지 광고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세몰이로 신공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폭거적 발상"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같은 날 대구시의회에서는 "(부산이) 막가파식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지역 갈등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의 신공항 논의는 투자비와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사업을 가져가는 지역은 몇 년간 경제 활성화가 되어 좋겠지만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신공항이 국가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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