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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 위에 걸려있다.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 위에 걸려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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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 동안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의 옥상 광고탑 위에선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라는 대형현수막이 나부꼈다.

대형 현수막과 함께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 이들이 지난 8일 오후 지상으로 내려왔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의 건강이 심하게 악화돼, 더 이상 고공 농성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1년여만에 땅을 밟게 된 것이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이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에 앞서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이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에 앞서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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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경찰이 건물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경찰이 건물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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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일만에 지상으로 내려온 두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만에 땅을 밟는다는 기대감과 사랑하는 가족, 그리운 동료들과의 만남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감과 설렘은 건물 1층 지상에 내려오는 순간부터 산산조각 났다. 363일만에 지상으로 내려온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누구였을까? 그토록 보고싶었던 가족들이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공장에서 기름밥을 같이 먹던 직장 동료들도 아니었다.

그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경찰들의 폭력적인 몸짓이었다. 지상에 내려온 그들에게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 등)혐의로 사전에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후 경찰은 두 명의 노동자를 강제로 구급차에 밀어 넣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두 사람을 강제로 구급차로 끌고 가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두 사람을 강제로 구급차로 끌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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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 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중 한명인 최정명씨의 머리를 밀며 강제적으로 구급차에 태우기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 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중 한명인 최정명씨의 머리를 밀며 강제적으로 구급차에 태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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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 중 한 명인 한규협씨를 구급차에 태우기 위해 강제로 끌고 가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 중 한 명인 한규협씨를 구급차에 태우기 위해 강제로 끌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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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들은 1년여 만에 지상으로 내려온 그들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고자 다가서던 동료의 목덜미를 낚아챘고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다가서던 취재기자까지 경찰 3명이 달려들어 강제로 끌어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현장을 취재하던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를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현장을 취재하던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를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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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이들 곁으로 다가가던 한 노조원의 목을 뒤에서 조르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이들 곁으로 다가가던 한 노조원의 목을 뒤에서 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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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명씨의 아내 권현숙씨와 한규협씨의 아내 김소희씨조차 경찰에 막혀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들은 강제 후송되는 최씨와 한씨를 향해 절규하다 한때 실신했다. 구급차앞에 드러누워 '남편을 만나게 해달라'며 소리쳤다.

가족들과 동료들은 구급차에 접근하려 했고, 경찰과의 충돌이 이어졌다. 이러한 싸움은 30여분 동안 계속됐다. 결국 경찰은 한규협씨의 아내와 아들을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동행하는 걸 허용했다. 이후 구급차를 둘러싸고 있던 동료들은 길을 연 뒤 구급차를 향해 박수를 쳤다.

노조측은 "경찰이 고공에서 1년여만에 내려온 두 사람이 짧게나마 마중나온 가족들과 동료들께 인사드리고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약속했다"며 "국회의원단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까지 참여해서 긴 협의 끝에 얻어낸 합의내용이라 지켜질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노조측의 합의 주장에 대해 "사전 합의는 없었다, 고공농성이 종료되는 즉시 체포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농성자들은 애초 오후 1시 30분부터 건물 앞에서 진행된 '고공농성 기아차 비정규직노동자 무사귀환과 불법파견 문제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이 끝나고 늦어도 2시께 내려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협상이 지연되면서 오후 4시께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있었기에, 노조측의 주장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합의내용을 떠나서라도 애당초 이번 충돌은 경찰이 인도적 차원에서 가족, 동료들과의 만남시간을 짧게나마 보장했다면 충돌없이 조용히 마무리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1시께부터 건물의 출입구는 물론 구급차를 대기시켜놓은 차도인근까지 경찰력을 동원해 노조원은 물론 취재진까지 철저히 막았다. 건물 입구에서 구급차까지 바로 끌고 가겠다는 경찰의 의도가 충분히 보였고 이러한 철저한 봉쇄로 인해 양측간의 물리적 충돌은 사전에 충분히 예고되어 있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들을 강제로 구급차에 태우자 가족과 동료들이 만남을 요구하며 구급차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들을 강제로 구급차에 태우자 가족과 동료들이 만남을 요구하며 구급차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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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들을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동하자 가족들이 구급차 앞에 드러누워 농성자와의 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가 농성시작 363일만인 8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가운데 경찰이 농성자들을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동하자 가족들이 구급차 앞에 드러누워 농성자와의 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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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자를 촬영할 수 있도록 촬영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구도 현장 지휘관의 "막아"라는 명령 한마디에 묵살됐다. 촬영 공간은 물론 이후 사진기자들이 스스로 만든 포토라인조차 경찰력이 밀어내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날 현장에서 취재를 진행한 수많은 사진기자들 대부분은 경찰의 '완벽한 보호' 덕분에 노동자 두 명의 얼굴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취재기자들도 농성자들로부터 그 어떤 말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최근 경찰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두 건의 살인사건 용의자도 친절히(?) 포토라인에 세워 그들의 얼굴을 다양한 구도에서 찍을 수 있도록 시간적 배려를 해주었다. 사전에 촬영기자들과 포토라인 협의까지 하면서 살인사건 용의자의 얼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었고 취재기자들에게는 질문할 수 있는 시간까지 여유롭게 주었다. 그 자상했던(?) 경찰이 1년여만에 땅을 밟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취재를 철저하게 폭력적으로 가로 막았다.

이날 취재현장에서 경찰의 행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농성이 강력범죄 피의자들보다 더 큰 죄인 것인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왜 경찰은 사진 촬영은 물론 그들이 1년 가까이 고공 농성을 벌인 이유를 기자들 앞에서 말 할 수 있는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고 끌고간 것일까. 이것은 대기업을 향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또 다른 차별' 아닐까?

참고로 같은날 아침,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10억 이상의 차익 본 혐의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부지검에 출두해 포토라인에 섰다. 사진기자는 그의 얼굴을 마음껏 찍었고 취재기자들은 마음껏 질문했다. 


태그:#기아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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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좋아 사진이 좋아...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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