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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진상위'(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번역.감수자들이 이영조 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달 28일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은 '이영조 전 위원장은 번역자인 김성수씨 등 3명에게 총 24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심의 판결이 정당하다며 이 전 위원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뉴라이트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영조 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2월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진보성향의 전임 위원장(안병욱 전 가톨릭대 교수)이 발간한 해외홍보용 영문책자 <진실과 화해>(Truth and Reconciliation)의 배포를 중단시킨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0년 1월 5일 이러한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첫 보도에서 "일제 식민지와 군부독재정권 등 '억압의 현대사'를 서술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평가한 안병욱 전 위원장의 글은 건국과 산업화 등 이른바 '성공의 역사'에 더 주목해온 뉴라이트 시각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다"며 '뉴라이트의 좌파정권 흔적 지우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은 "문법, 구문상의 오류" 등의 이유로 영문책자 배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번역·감수자인 김성수씨와 박은욱씨, 마이클 윌리엄 허트씨는 지난 2010년 5월 이 전 위원장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총 6000만 원)을 청구했고, 1심과 2심은 각각 총 3000만 원과 2400만 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대법원, "번역상 오류 인정 어렵다"는 1,2심 판단 인정

 이영조 위원장이 배포를 중단시킨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이영조 위원장이 배포를 중단시킨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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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심은 영문보고서의 번역자 및 감수자인 원고들이 피해자로 특정되었고, 피고가 인터뷰 과정에서 이 사건 답변을 함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사실을 적시하여 고의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판단하였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나아가 원심은 영문보고서의 문법상 오류 등에 관한 피고의 답변이 직무집행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그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표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과 관련, 대법원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에 있어서 위법성 및 위법성 조각사유, 사실적 주장과 의견표명의 구별, 피해자의 특정,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 고의.중과실에 관한 법리 오해, 심리미진, 변론주의 위반,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9년 <진실과 화해>를 추가로 2000부 발행해 해외(1200부), 주한외국공관(84부), 주한특파원과 단체(86부)에 배포했다. 하지만 이영조 전 위원장은 같은 해 12월 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이러한 영문책자 배포를 중단시켰다.

이 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인터뷰(2010년 3월)에서 "영문책자는 해외에 내보이는 위원회의 얼굴인데 문법, 구문상의 오류, 어색한 부분이 많아서 배포를 중단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는 "영문책자에는 '번역상 오류'가 거의 없다"라고 감정했고, 1심과 2심 재판부도 "영문보고서 배포를 중단할 정도의 문법, 구문상의 오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전 위원장이 어떠한 부분에서 번역상의 오류가 발생되었는지 명백히 지적한 바 없다"라며 번역.감수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번역자 김성수씨 "희생자들 이야기 해외 배포 방해, 사죄해야"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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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을 이끌었던 번역자 김성수(전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함석현 평전> 저자)씨는 3일 기자의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그동안 진실화해위 영문보고서의 배포를 '영어가 엉터리'라는 핑계로 금지시킴으로써 인권침해와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들의 이야기가 해외에 배포되는 것을 방해한 이영조 전 위원장은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울러 '제주 4.3은 폭동, 광주 5.18은 반란'이란 표현으로 '제주 4.3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이영조 전 위원장은 경기도 싱크탱크 경기연구원 이사 등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 전 위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경희대 교수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사)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겸 소장을 지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진실화해위 상임위원과 위원장을 맡았고, 진실화해위 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를 거쳐 최근에는 남경필 경기지사에 의해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이사로 영입됐다. 

이 전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의 자료집에서 4·3제주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각각 "공산주의 세력이 주도한 폭동"과 "민중반란"이라고 기술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 2012년 새누리당은 그의 서울 강남을 전략공천을 철회했다. 앞서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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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영조, #진실화해위, #진실과 화해,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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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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