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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병 국회의원 벽보
 대구 달서병 국회의원 벽보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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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3일 실시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출마자들은 4월 1일 오후 5시까지 공보 완성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공보(公報)'는 말 그대로 공식 홍보물이다. 국회의원 후보의 경우 12페이지에 이르는 공보를 제작할 수 있다.

선거 벽보와 현수막은 3월 31일부터 거리에 나붙었지만 유권자들이 선거공보를 보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한다. 3월 25일까지 등록이 끝나 후보들의 기호가 확정되었지만, 공보는 현수막이나 벽보와 달라 인쇄와 제본 등에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데다, 집으로 우송되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보들은 현수막과 벽보부터 활용하여 자신을 알리는 활동에 들어간다. 물론 현수막과 벽보는 그 특성상 공보만큼 공약, 정치철학, 능력, 살아온 이력 등을 자세하게 소개할 수는 없다.

그래도 공직선거법 64조는 선거 벽보에 '후보자의 사진·성명·기호·정당추천후보자의 소속정당명·경력·정견 및 소속정당의 정강·정책, 그 밖의 홍보에 필요한 사항 등을 게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성명, 기호, 소속정당명, 경력과 같은 기본 사항 외에 정견, 정강, 정책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벽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극과 극, 대비되는 벽보

대구광역시 달서병 국회의원 선거구에 후보자들의 벽보가 게시되었다. 후보자는 기호 1번(새누리당) 조원진, 기호 5번(친반통일당) 김부기, 기호 6번(무소속) 조석원, 세 명이다. 공보를 보고 후보자를 판단하려면 아직 며칠 더 있어야 하므로 일부 유권자는 벽보를 유심히 살펴본다.

기호 1번 조원진 후보의 벽보에는 사진, 기호, 경력 등 기본 정보를 제외하면 '달서의 대표가 대한민국 대표입니다'라는 큰 구호, 그리고 성명 위에 작게 얹어놓은 '역시! 일 잘하는 1등 일꾼' 뿐이다. 그 외에는 글자가 없다. 정견, 정강, 정책 등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기호 5번 김부기 후보 벽보에는 '변화'가 가장 크게 적혀 있다. 그 아래에 중간 크기로 'UN사무총장 반기문과 함께 통일을! 변화의 횃불로 열어가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기호 위에 '싸움만 하는 무능한 국회의원, 이대로 지켜만 보시겠습니까?'라고 유권자에게 묻는다. 이름 위에는 '이제는 김부기 후보와 여러분이 새 아침을 열어가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작은 글자로 얹혀 있다.

친반통일당 김부기 후보는 싸움질만 하고 무능한 국회를 유권자와 후보가 힘을 합쳐 바꾸자는 주장을 펼치며, 통일을 여는 데 한몫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를 공약으로 드러낸 수준은 아니다.

기호 6번 무소속 조석원 후보의 벽보는 글자가 빽빽하다. 벽보 상단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열한 글자가 책의 제목처럼 가로로 커다랗게 얹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제의 오른쪽 윗부분에는 노란 세월호 리본이 표시되어 있다. 제목 아래에 본문이 이어진다.

조석원 후보가 벽보에 밝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
첫째, 기초 노령 연금안,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 등 자신이 걸었던 핵심 공약들을 대부분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축소하거나 폐기했기 때문이다.

둘째,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관권 부정선거였다. 전 국정원장과 직원들이 선거 개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 선거가 합법적으로 치러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었지만 침몰의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했고, 진상조사는 온갖 방해로 인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넷째, 성급하게 개성공단을 중단시켜 대한민국 경제에 큰 손실을 입혔으며, 한반도에 핵전쟁 위기까지 불러와 나라의 안보 문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다섯째, 제2의 을사늑약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의 편에 서기보다 일본의 눈치를 보며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째, 담뱃값 인상 등 경제살리기의 책임을 서민에게 지우고 재벌과 기업의 세금은 오히려 줄여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경제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의안번호 : 1219  
발의 연월일 : 2016. 4. 16.
발의자 : 조석원 
주문 : 헌법 제65조 및 국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소추한다.
피소추자 성명 : 박근혜
직위 : 제18대 대통령

의안번호, 발의자 성명, 주문, 피소추자의 성명과 직위를 앞서 밝힌 후 탄핵 소추 사유 여섯 가지를 명시했다.(소추 사유는 길이를 고려하여 오른쪽에)

여섯 가지 소추 사유 아래에는 후보자가 '국민들께 약속드립니다'라며 공약을 발표한다.

공약은 여덟 가지로 '(1)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추진, (2) 세월호 진상규명- 성역 없는 특별검사제,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발의, (3) 국회의원 특권 방지법 발의, (4) 500만 원 선거운동으로 돈 안 쓰는 선거, 깨끗한 정치문화 만들기, (5)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 아이 낳고 싶은 대구 실현, (6) 금융복지상담센터 설치 및 운영- 공적 파산 면책 상담 및 채무 조정, (7) 1년 미만 근로계약서 금지법 발의- 퇴직금 보장, (8) 청년 배당 사업 시행- 대구청년에게도 희망을!' 이다.

벽보 속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라는 제목 아래에 '헌법 제65조 및 국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소추한다. 조석원'이라고 본문을 적은 문서까지 들고 있다.

대구 달서병에선 극과 극의 벽보가 대비를 이루는 상황, 투표일은 12일 남았다.


태그:#조원진, #김부기, #조석원,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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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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