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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탄광 개발이 추진 중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바이롱 밸리
▲ 바이롱 밸리 한전 탄광 개발이 추진 중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바이롱 밸리
ⓒ Kate Aus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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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아래 한전)이 호주에서 추진 중인 탄광 개발 사업이 법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호주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바이롱 탄광의 탐사 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탐사 작업의 중단을 명령하고 지난 3월 29일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추 예정 부지의 소유주는 한전에 의해 제출된 현장 사진이 실제와 다르다며 정부에 사실을 알렸다. 한전이 제출한 문제의 사진은 평지로 보이는 목초지였지만, 해당 부지는 정작 경사진 암석 지대로 이루어졌다는 증거 사진이 토지 소유주에 의해 제시됐다.

위 사진은 한전이 바이롱 밸리 탄광 탐사 관련 호주 정부에 제출한 부지 사진. 아래는 실제 부지가 경사 진 암석지대에 해당한다며 한전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문제를 제기한 사진.
▲ 문제의 사진 위 사진은 한전이 바이롱 밸리 탄광 탐사 관련 호주 정부에 제출한 부지 사진. 아래는 실제 부지가 경사 진 암석지대에 해당한다며 한전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문제를 제기한 사진.
ⓒ 바이롱밸리보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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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허위나 잘못된(false or misleading)' 정보를 제출해 광물법을 위반했다며 한국전력 호주 현지법인과 탐사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이 주정부에 제출한 문서에는 정보가 '사실이며 정확하다'고 명시했다.

단순히 사진 한 장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탄광 개발 허가 과정이 그만큼 부실하고 편법으로 얼룩져있다는 단적인 증거였다.

문제를 제기한 토지 소유인 크레이그 쇼는 "이번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주민들은 이번 건이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한전이 편법으로 추가적인 허위 정보를 제출했을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소송에 휘말린 한전 바이롱호주 유한회사는 한국전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전은 앞서 지난 2010년 7월 바이롱 광산 지분의 100%를 인수했다. 한전이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뒤 광구의 지분을 100% 인수한 경우는 이번 사업이 처음이다. 한전은 2017년부터 바이롱 광산에서 생산을 시작해 40년 이상 연간 500만 톤 이상의 발전용 유연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간 약 5900억 원의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바이롱 탄광 사업은 수자원과 농지 오염을 우려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이번 소송과 관련 바이롱밸리보전연맹(Bylong Valley Protection Alliance)은 성명을 내고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이번 소송을 환영한다"면서 "한전이 호주와 다른 나라에서 보여줬던 과거 이력은 이미 우려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탄광) 사업의 승인을 받기 위해 허위 사진을 제출하면서 이런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바이롱 탄광 사업은 최상의 경작지와 지하수를 망가뜨릴 것으로 우려된다"며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가 이렇게 미심쩍은 기업에 사업 허가를 내준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경고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세계적으로 석탄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한전은 막대한 수익을 기대하며 바이롱 탄광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빌 바토벡 한전 호주법인 부사장은 "지금은 광산을 개발하기 위한 황금기"라며 이번 사업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바이롱 탄광 사업은 호주에서 추진 중인 마지막 신규 탄광 개발 사업 중 하나다.

바이롱 탄광에서 생산된 석탄은 한국의 화력발전소와 산업용 원료로 수입될 계획이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이다. 주로 인도네시아와 호주로부터 수입한다. 3년 전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전력수요 증가를 명분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대거 승인하면서 해외 석탄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해왔다.

호주에서 탄광의 추가 개발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의 시선이 바이롱 밸리를 향하고 있다. 바이롱 밸리는 자연 생태계가 매우 잘 보전된 지역으로서 내셔널트러스트의 경관보전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4월 말 법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바이롱 탄광 개발,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그:#한국전력, #호주, #탄광, #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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