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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확인한 것 중 하나는 오래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원전으로 설계수명이 끝난 뒤 수명연장 가동 중이던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제일 먼저 폭발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에 수명이 끝난 원전은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 두 기가 있다. 고리원전 1호기는 2017년 6월에 가동기한이 마감되어 폐쇄될 예정이다(이미 10년 수명연장을 해서 가동 중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지난해 2월 27일 오전 1시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수명연장 가동이 허가되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결정에 대해 안전성 평가가 부실한 상태에서 관련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을 포함한 2166명의 원고들은 31명의 대리인단을 통해서 지난해 5월 18일에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준비기일까지 포함해서 네 번의 기일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난 3월 21일 오후 2시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현장 검증이 있었다.

서울행정법원(제11행정부)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13층)에서 원고 및 피고 측 소송대리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및 실무 담당자가 참여한 가운데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 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된 서류를 검증했다.

지난 2월 24일 서울행정법원(제11행정부)은 원자력안전위원회 현장검증을 결정했다. 이는 원고 대리인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 및 심의를 위하여 필요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제출서류'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그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수명연장 신청 서류가 없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현장검증에 앞서 대리인단과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현장검증에 앞서 대리인단과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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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1호기 원고 소송 대리인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허가가 무효인 근거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밝힌 여러 무효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수명연장 허가 절차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신청서류의 부존재'이며, 이로 인해 법적인 허가기준에 충족하는지에 대한 '심의 역시 부존재'했다는 것이다.

원고 소송대리인단은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가 관련 법상 '운영변경허가'에 해당하므로, 운영변경허가를 위해 법에서 정한 서류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수명연장 가동이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은 소장과 함께 증거로 제출된 한국수력원자력(주) 발신 교육과학기술부 수신 공문 '월성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및 운영변경허가 신청(발전(운)74104-5338, 2009.12.30)'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수명연장 신청 공문
 월성원전 1호기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수명연장 신청 공문
ⓒ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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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 운전, 즉 수명연장 가동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이때 제출되었어야 할 운영변경허가 관련 법적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운영변경허가를 위해서는 원자력안전법 제20조 2항, 원자력안전법 시행규칙 17조 2항에 명시된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에 관한 운영기술지침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운전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운영허가신청서 첨부서류 중 변경되기 전과 변경된 후의 비교표' 등이 심사와 심의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위 공문과 함께 제출된 '월성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보고서'에는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성능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만 포함돼있다. 이는 제35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안건지로 제출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 자료 4쪽에 명시되어 있다.

'주기적 안전성평가'는 운영허가와는 별도로 10년 주기로 안전성평가를 하도록 2001년 원자력법 개정으로 시작된 제도이다. 다만,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7조 2항에서는 원전에서 수명연장 가동을 하려면 주기적 안전성평가에 더해 주요기기에 대한 수명평가와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추가로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주기적 안전성평가 측면에서의 수명연장 가동에 대한 평가 기준이지, 운영변경허가 절차와는 다른 기준이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운영변경허가 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심사, 심의하지 않고 주기적 안전성평가 상의 수명연장 심사와 심의만 진행한 것이다.

피고 측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소송대리인과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지난 2월 24일 재판에서 원고 대리인단의 '신청서류의 부존재' 문제 제기에 대해,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소송대리인단과 함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하여 관련 서류 수발신 대장과 서류 원본 등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고소송대리인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참석을 요청했지만 현장 검증에는 김혜정 위원과 김익중 위원만이 참석했다.

신청서류,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는 받았는데 위원들은 몰라

현장 검증을 통해서 재판부와 원고, 피고는 운영변경허가와 주기적안전성평가와 관련된 서류들 일부가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됐지만 사무처가 위원들에게 제출한 것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보고서'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관련 서류들 중에서 운영변경허가와 관련된 최종안전성분석 보고서, 주기적안전성평가와 관련된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성능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에 비치되어 열람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서류들을 제외하고는 아예 비치조차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출된 사실도 위원들은 모르고 있었다. 피고 측이 증거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를 보고서야 그런 서류가 제출되었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번 서류 제출 논란은 위원들이 모른 채, 사무처가 제출받은 것만으로 위임됐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재판은 4월 27일 오전 10시 반에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는 '서류 부존재' 쟁점 외에도 월성원전 1호기가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다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성 평가서가 검토되어야 하는데 피고 측은 월성원전 1호기 안전성 평가 심사와 심의에 제출된 보고서를 원고대리인단에게는 물론 재판부에도 제출하지 않아서 논란이다.

지난 50회 원자력안전위원회(2016.1.28)에서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원자력안전법 제103조의2항에 따라 원전 건설허가와 운영허가 신청서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한다'고 관련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법의 특성상 '소급적용'을 따로 부칙으로 언급하지 않으면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여전히 월성1호기 소송 관련 안전성 평가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영업비밀'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인데 일반 공개는 물론 재판부 제출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안전성 확보의 첫 번째 단계는 투명성이다. 여전히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과연 원전 안전성을 책임질 수 있을까. 불안하고 의문스러운 상황은 계속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피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원자력안전위원회,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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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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