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연인끼리 기념일을 맞아 근사한 식당에 들어선다. 메뉴를 보며 먹고 싶은 걸 주문했는데…, 나온 음식은 귀뚜라미를 토핑으로 얹은 피자, 모둠곤충김밥과 곤충을 원료로 만든 솜사탕·소프트콘·슬러시다. 조금 당황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이건 상상 속의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유엔 식량농업 기구는 곤충을 '작은 가축'이라며, 미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줄 열쇠로 지목했다. 농식품부 역시 최근 귀뚜라미를 식품 원료로 인정하고 곤충요리 경연대회를 여는 등 곤충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곤충 연구 경력 21년 차인 유은영씨에게 들어보자.

곤충요리연구원 윤은영
 곤충요리연구원 윤은영
ⓒ 윤은영

관련사진보기


- 현재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곤충을 연구하고 요리하는 연구원입니다. 현재 곤충을 사람들에게 유용한 존재로 보고, 이미 산업화된 곤충 외에 나머지 곤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식용 곤충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데,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식용 곤충을 분말로 만들어서 면을 반죽합니다. 식용 곤충은 곧 파스타가 되죠. 그런 거 외에도 그 자체를 가지고 튀기기, 삶기, 볶기 등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해요. 친숙하게 먹는 피자, 파스타, 햄버거에 고기 대신 곤충이 들어가서 어떤 게 가장 맛이 좋은지, 다른지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곤충 요리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나이가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이 좋아해요. 또한, 연세 있으신 분들은 몸에 좋다는 게 알려지니까 잘 드시고…. 성인들은 아무래도 선입견이 있다 보니까 가장 꺼려하죠."

- 옛날처럼 배곯는 시대는 아닌데, 꼭 곤충을 먹어야 하나요? 
"일단 우리나라는 먹을 게 없어서 죽는 분들이 많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70억 인구 중 배가 고파서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은 10억 명이라고 해요. 그 인구가 2050년엔 90억 정도가 된다고 내다보고 있어요. 국제식량농업기구는 새로운 식량이 필요한데 곤충이 그걸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 거죠. 기후·환경에 대한 친환경적인 특성이 있으면서도 생산성이 좋은…."

- 곤충에 대해 어떤 재밌는 상상을 해보셨나요?
"곤충은 아닌데…. 전갈이라는 게 있잖아요. 전갈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꼭 랍스타처럼 생겼거든요. 이걸 징그럽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징그럽겠지만, 맛있는 요리가 됐을 경우엔 징그러운 이미지가 없어질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못 먹지만, 중국에서는 전갈을 꼬치에 끼워 팔고 있잖아요."

고소애 잡채
 고소애 잡채
ⓒ 윤은영

관련사진보기


- 처음 곤충을 시식해보려 하면 어떤 것부터 먹는 게 좋을까요?
"만약에 시도해 본다면 고소애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소애는 본래 '갈색거저리유충'이란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혐오감을 줄이려고 대국민 공모로 새로운 이름을 구했어요. 고소애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해요. 튀겨도 되고, 볶아도 되고, 구워도 되죠. 이게 깨나 견과류, 새우와 비슷하게 굉장히 고소해요. 맛이 굉장히 좋고, 씹었을 때 터지는 느낌이 꼭 찐 옥수수 같아요.

징그럽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한 번 접하면 잘 드실 거예요. 두 번 접해보시면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하다는 걸 아시고 더 잘 접근할 수 있을 거예요. 곤충이라고 해서 거부감 느끼지 않고 드셨으면 좋겠어요."

- 연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연구원들이 매일매일 갖는 평가를 6개월 동안 진행한 적이 있어요. 한 연구원이 처음에는 너무 징그럽다고, 곤충의 눈이 자기와 자꾸 마주치는 것 같다고 하면서 꼬리 쪽만 짧게 먹곤 했거든요. 그랬던 분이 6개월 지나자 진짜 잘 드시는 거예요. '이건 맛으로 승부해도 된다'고 말하셨는데, 이 부분이 제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 곤충의 유용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곤충은 <동의보감>에서도 유용한 기능이 보고됐어요. 아직까지도 과학적으로 많이 증명 안 된 부분도 있고…. 장수풍뎅이는 항비만에도 좋고, 내장 지방을 줄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곤충은 맛도 영양가도 좋아요. 사람들한테 좋은 물질이 많아서 앞으로도 굉장히 좋은 식재료가 될 수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곤충, #요리, #연구원, #윤은영, #고소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