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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대 총선을 17일 앞둔 27일 광주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민주 경제살리기 광주·전남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김 대표가 후보들과 함께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대 총선을 17일 앞둔 27일 광주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민주 경제살리기 광주·전남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김 대표가 후보들과 함께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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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지산동에 사는 김모(46)씨는 "선거철인데 재미가 한 태기도 없다"라고 한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한 후보자의 법정선거운동원으로 뛸 정도로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요즘 야당들 노는 꼴이 하도 한심해서"라고 재미없는 까닭을 설명했다.

김씨뿐 아니라 취재 도중 만난 많은 시민들이 "투표하기 싫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그냥"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의식 수준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 광주시민들이 정치에 신물이 난 표정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아무래도 가장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광주지역 현역 국회의원 8명 중 6명이 국민의당으로 옮겨 갔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지 못했다. 특히 당을 지키고 있던 강기정 의원을 특별한 이유 없이 컷오프 시키더니 근 한 달이 다 되어서야 동남갑, 동남을과 함께 북구갑 지역도 전략공천을 했다.

문제는 세 곳의 전략공천 후보자들이 시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경쟁력이 취약한 인사들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강기정 의원의 대타로 전략공천한 정준호 후보는 '수능만점 받았던 2년차 변호사'라는 이력 말고 내세울 게 전무했다. 당원들이 수준 이하의 공천에 반발한 것은 물론 광주 시민사회에선 "광주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짓을..."이라는 비난이 거세졌다.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 지역구인 서구을에 전략공천을 받은 양향자 후보의 '전혀 광주스럽지 않음'도 도마에 올랐다. '고졸 출신의 삼성전자 상무'가 서울에선 '신화'일지 몰라도 전라도에선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정도의 성장 스토리는 '전라도 누이'를 둔 전라도 가정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선거 슬로건 '광주는 앞으로, 경제는 위로'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무슨 얘기인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서구을에 전략공천 받은 정치적 이유조차 망각한 슬로건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대표가 된 천정배 의원을, 천 의원이 주창하던 '뉴 DJ'로 꺾어보겠다며 더민주는 양 후보를 광주 서구을에 출진시켰다.

가장 정치적인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서구을에 출마한 양 후보는 정치의제는 비켜간 채 알쏭달쏭한 '경제는 위로'라는 구호만 외치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의 한 당원은 "삼성그룹 회장도 아닌 전직 상무 출신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산라인 해외이전을 막을 수 있나"라며 "광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가난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경제에 목 매는 도시가 아닌 만큼 다른 길을 통해 광주의 자긍심을 높여내야 하는데 광주를 전혀 모르니 저런 이상한 경제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혀를 찼다.

국민의당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후보 경쟁력, 제몫조차 하지 못하는 전략공천 후보들 탓에 더민주를 바라보는 광주시민들의 시선은 점차 싸늘해져 가고 있다. 그나마 '진짜 광주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이용빈 광산갑 후보와 '광주의 새로운 젊은 정치지도자'를 자임하는 송갑석 서구갑 후보, 안정감 있는 정책능력으로 '더민주의 광주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이용섭 광산을 후보가 더민주의 체면을 살리고 있다.

20대 총선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대 총선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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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광주 선거판을 만드는 데 국민의당 역시 큰 힘을 보태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현역 교체율 요구가 가장 높았던 지역이 광주였다. 그런데 8명 광주 국회의원 가운데 6명이 국민의당으로 옮겨가 버렸다. '더민주 탈당'이라는 정치적 세탁을 통해 유권자의 심판을 미리 피해버린 것이다. 구태정치 주역이라며 심판대상으로 몰렸던 이들이, 이젠 거꾸로 더민주의 패권정치를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시민들이 보기엔 어리둥절할 뿐이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주류세력들의 '야권연대 절대 불가' 방침 역시 연일 광주시민들을 분통 터지게 하고 있다. 광주시민들이 야권을 지지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다. 정권교체를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는 광주 유권자들은 당연히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모든 야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라도가 아닌 수도권 등지에서 야권연대는 필수다. 그것을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주류 세력들이 하지 않겠다고 하니 의뭉스럽게 보일 뿐이다.
 
30여 년만에 처음으로 광주에 만들어진 야권 간의 경쟁구도. 일당독점과 특정계파의 하청 정치에 이골이 난 광주를 향해 "'뉴DJ', '청년 DJ'를 발굴해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얘기하는 '뉴DJ' '청년 DJ'가 어떤 인물인지 광주는 여전히 알 길이 없다. 익숙한 얼굴들은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고, 생경한 낯이라도 보일라치면 그들은 광주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광주 밖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호남정치 복원은 스타마케팅이 아닌 광주정치의 토대를 광주 스스로 강화해가는 길 뿐"이라는 체념어린 다짐만 늘어가고 있는 20대 총선 D-14, 여기는 광주다.


태그:#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광주 총선, #김종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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