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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25일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들을 전원 연임시키면서 스스로 내건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014년 'KB 내분사태'를 겪으면서 사외이사가 권력화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를 축소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이들의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규정은 1년도 되지 않아 빛이 바랬다.

KB내분사태는 국민은행의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완력 다툼을 벌이다 금융 당국의 징계를 받고 함께 불명예 퇴진한 일이다.

금융권에서는 KB내분사태 이후 자체적으로 내놓았던 지배구조 개선안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주주들은 별다른 저항없이 원안에 제청했다. 이날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열린 주총은 평온한 분위기 속에 30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윤종규 회장 "이사회 운영 연속성 고려"

25일 열린 KB금융지주 정기주총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5일 열린 KB금융지주 정기주총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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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연임 배경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있었다. 그는 지배구조의 연속성을 위해 새 인물보다는 기존 인물로 이사회를 꾸리는 것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다. 주주들을 위한 자리인 만큼 발언을 원하는 주주들의 의견을 모두 경청했다. 그가 준비해 온 안건은 단 한 건의 이의제기도 없이 모두 통과됐다.

그는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예비후보 추천을 받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1년 임기로 선임됐었다"라면서 "모두가 KB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만큼 지배구조가 안정화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자평했다. 윤 회장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와 이사회 운영의 연속성 고려해 사외이사 모두를 1년 임기로 재선임하기로 했다"라면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최운열(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사외이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추천돼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KB금융지주는 당분간 사외이사를 추가하지 않고 6명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에 재선임된 사외이사는 최영희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유석렬 삼성전자 고문,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남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사장,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종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이사 전원에 대한 연간 보수 한도는 25억 원이다.

주주 동요 없어... 1년 만에 교체 '무리'

KB금융지주 정기주총이 열린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KB금융지주 정기주총이 열린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 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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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도 주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지난해 기존의 이사들이 다 물러나고 새로운 이사진이 왔는데 임기가 1년밖에 안 돼 아쉬웠다"라면서 "이들과 다시 함께하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결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외이사진 전원이 물갈이된 만큼 올해 또다시 교체를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여론에 공감한 것이다.

사외이사들이 1년 더 임기를 이어가게 됐지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 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규준 상 사외이사 임기는 2년으로 돼 있으며 1년 후에는 최소 20% 이상을 변경해야 한다.

다만 사외이사의 임기를 줄이고 매년 사외이사들에 대한 내·외부 평가를 통해 하위 2명을 연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들이 흐지부지 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경영진이 사외이사 제도를 자신들의 지배구조를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새롭게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KB금융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해 개혁적인 방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라면서 "사외이사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CEO에 사외이사가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태그:#KB금융지주 , #주주총회, #윤종규, #사외이사, #재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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