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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 열린 정당 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공천 배제 후 불출마를 선언한 정청래 의원(왼쪽)과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한 최유진(오른쪽)씨의 모습이 보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 열린 정당 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공천 배제 후 불출마를 선언한 정청래 의원(왼쪽)과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한 최유진(오른쪽)씨의 모습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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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달아 가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공천 작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원래 공천을 하면 시끄러운 법"이라며 멍석을 깔았다. 그동안 정치권이 관행처럼 말해 온 '클린 공천 하겠다', '공천 잡음 없게 하겠다'라는 식의 구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대로 '패권주의 청산'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며 과거 총재시절과 같은 강력한 공천권을 행사할 것임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이런 김 대표의 행보를 제정 러시아의 절대군주인 '차르'에 비교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시스템 공천은 사실상 모양만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현역의원의 탈락은 납득할 만 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으면서,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김 대표는 그런 반발에 "정무적 판단"이라고만 답했다. 해당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탈락시켰다는 얘기다.

'홍의락 컷오프' 논란, 김종인 칼을 쥐다

16일 발표된 2차 경선까지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은 모두 25명이다. 여기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가 정한 '현역 20% 컷오프' 대상자는 문희상, 유인태, 신계륜, 노영민, 송호창, 전정희, 임수경, 홍의락, 백군기 등 9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홍의락 의원이었다. 최대 험지인 대구에서 뛰고 있는 현역의원을 컷오프시켰다는 것에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결국 홍 의원은 탈당하고 말았다.

김종인 대표도 홍 의원의 컷오프를 못마땅해 했다. 김 대표는 "홍 의원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구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홍 의원의 탈락을 자신의 지배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했다. 그는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시스템 공천에 노골적인 불만을 들어냈고, '전권'을 쥐고 있던 그에게 공천권한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김종인표 컷오프'라는 칼을 쥐게 된 것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공천 잡음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컷오프의 경우 이미 당헌과 당규에 규정된 시스템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홍 의원과 국민의당으로 향한 전정희 의원 등의 이탈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3선 이상 50%, 재선 이하 30%를 대상으로 한 공천관리위원회의 정밀심사는 매 사례가 큰 논란을 일으켰다.

'2차 컷오프'라는 정밀심사 탈락 의원 가운데 이해찬, 강동원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정호준, 부좌현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재심 청구가 기각된 전병헌 의원 역시 무소속과 국민의당행을 저울질 하고 있다. 아직 재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미경 의원은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정청래 의원은 오랜 고심 끝에 지난 16일 당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시스템 안에서 김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스템에 따른 결과에 불만이 터져 나오자 오히려 김 대표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졌다"라며 "비로서 김 대표가 공천 전반, 선거 전반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이후 컷오프는 그런 관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렇다고 김 대표가 공천 과정을 주무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관위의 결정 사항에 최종 판단 권한을 갖게 된 정도"라고 말했다.

정청래는 '백의종군', 이해찬은 무소속 출마

이러한 현역 의원의 탈락과정을 보면서 일각에서 김종인 대표가 '친노 학살'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된다. 친노 그룹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이 탈락한 것과 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보호하는데 앞장섰던 정청래 의원이 탈락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정 의원은 스스로 '친노'로 구분되는 걸 원치 않을 뿐더러 오히려 독자적 성향이 강하다. 이해찬 의원의 상징성이 크지만 그 하나만으로 친노를 저격했다고 볼 순 없다.

특히 이번에 떨어진 현역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그 대상이 '친노'에 집중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병헌, 강기정, 오영식 의원 등 소위 '정세균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일부에서는 이들까지도 '친노'로 규정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내 주류 세력 모두가 '친노'로 구분돼야 한다. 2차 컷오프에 '김종인 비대위' 직전 지도부였던 정청래, 전병헌, 오영식 의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컷오프는 당 주류세력의 교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번 공천 결과가 문 전 대표나 친노세력을 겨냥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문 전 대표 역시 안타까운 마음은 있겠지만 자신이 나설 경우 공천 논란이 김종인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대립하는 모습이 될 것을 우려해 아무런 언급을 안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문제는 이런 결정이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지 않고, 다수가 공감할 수 없는 김 대표를 비롯한 소수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은 말 그대로 결정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어떤 명확한 데이터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이유를 따져보자면 (1) 해당 의원이 아니더라도 그 지역구에서 당선될 사람이 있거나 (2) 그의 공천 탈락이 선거 전반에 긍정적 영향 주거나 (3) 또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판단'이지 '계산'이 아니다. 다른 판단을 하는 사람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해찬 의원이 16일 오전 세종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함께 4·13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해찬 의원이 16일 오전 세종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함께 4·13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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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이해찬, 정청래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이 두 사람의 지역구인 세종시와 서울 마포을은 딱히 '대안이 없는 지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 의원의 경우 친노라는 계파의 상징으로, 정 의원의 경우 '막말 논란'으로 보수 종편에서 주요 공격대상이 됐다. 지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에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프레임을 제거하는 방식을 취해 왔고, 그것이 이번에도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써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어렵다. 정무적 판단은 결과를 봐야만 알 수 있다.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 된 직후 더민주의 지지율이 5%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소위 '집토끼'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 결정을 수용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이 역시 수습될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의 경우 세종시를 중심으로 반발여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국적 여론의 지향은 감지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초기에 말한 것처럼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기는 했다. 그러나 악수로 보였던 김 대표의 수가 유인태, 강기정, 정청래, 오영식 의원 등의 승복과 백의종군 선언으로 이어지니 그 수 역시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당의 핵심 지지층에서 아직까지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전략공천 등 남은 공천 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중앙정치 관심 높아지자 힘 못 쓰는 박원순

현재까지 진행된 공천 작업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박원순 사람들'의 대거 탈락이다. 박 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면서 당 내에서도 일정 존재감을 확보했다. 최종적으로 '문안박 연대'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이 완전히 분열하는 것을 막는 데에 박 시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를 계기로 박 시장의 측근들은 국회 진출의 교두보를 대거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무척 초라하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박 시장 측 사람들이 대거 고배를 마시고 있다.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만 서울 성북을에 단수공천을 받았을 뿐이다. 임종석 전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정무수석은 서울 은평을과 서대문을 경선에서 각각 패했다. 서울 노원갑에 출마를 타진했던 오성규 전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경선에 불참했고,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지역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 전 이사장의 경우 서울에 아직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지역에 전략공천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은 지역 가운데 야권에 유리한 지역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공천을 받더라도 본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전망이다. 김 전 처장의 경우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 공천설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처장의 경우 공천을 받더라도 국민의당 후보와 일전을 치러야 하고, 지역이 서울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박 시장에게 힘이 되긴 어렵다.

이 같은 현상은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 되면서 박 시장을 향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중앙정치의 집중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시장을 등에 업고 지역으로 갑작스럽게 내려온 인사들은 오랫동안 지역 기반을 닦은 경쟁자들에게 조직력이나 인지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한때 20%가 넘어 문재인, 김무성 등과 경쟁하던 박 시장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현재 8%가량을 떨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 관계자는 "이번 공천경선에서 박 시장 인사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후보들의 부족함 때문은 아닌 것 같다"라며 "아무래도 일정 기간 당을 떠나 있거나 새로 영입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약하고 총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박 시장과 관련된 경력이 부각되지 않은 듯하다"라고 말했다.


태그:#김종인, #이해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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