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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위장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있습니다. 그냥 놔두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위염이 없는 경우에는 그냥 놔둬도 되지만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위염이 있습니다.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여기 이 부위가 바로 위염입니다."

3년 전 건강검진을 받고 난 후 의사를 면담했을 때, 의사가 내시경 사진을 가리키며 한 말이랍니다. 헬리코박터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내 위장 속에 그놈이 스멀거리고 있다니. 처음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땐 당황했습니다.

의사는 조곤조곤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60% 이상이 헬리코박터 보균자다.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놔둬도 된다. 하지만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선생님 경우 이에 해당한다. 치료하는 게 좋겠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당연히 나는 그러자고 했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약이 얼마나 많은지. 약사는 더 엄한 표정으로 한 번이라도 거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만약 거르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약값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헬리코박터 제균 신중해야

<의사의 거짓말 42가지> 이시이 히카루 지음 / 김영진 옮김 / 성안당 펴냄 / 2016. 2 / 190쪽 / 1만2000 원)
 <의사의 거짓말 42가지> 이시이 히카루 지음 / 김영진 옮김 / 성안당 펴냄 / 2016. 2 / 190쪽 / 1만2000 원)
ⓒ 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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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는 2주간 동안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뭔가 자꾸 올라오는 것 같고, 구역질을 하는가 하면 배가 뒤틀리고 설사가 심했으니까요.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가 독한 놈인지, 헬리코박터 균이 독한 놈인지, 둘이 배 안에서 전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 먹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때마다 의사의 "그냥 놔두면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과 약사의 "중간에 그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스크랩되면서 인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약을 다 먹었고 이듬해 건강검진 때 헬리코박터 균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위암의 원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헬리코박터 균은 꼭 박멸해야 할 대상이라 생각하죠. 물론 의사 선생님께 들은 말이지요. 내 경우처럼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5천억 엔을 들이면 위암을 박멸할 수 있다고 공언한 의사도 있답니다. 그건 헬리코박터 균을 없애는 데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직 암 전문의인 이시이 히카루는 <의사의 거짓말 42가지>에서 그건 거짓말이라고 힘줘 말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을 박멸해도 위암에 걸린다"(62쪽)고 주장합니다.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걸 뒤집는 말입니다.

그래서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에서는 어떻게 말하는지 찾아봤습니다. 위·십이지장 궤양이 있거나, 위 MALT 림프종 혹은 조기위암을 내시경으로 치료 후에는 헬리코박터 균을 제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직계 가족 중 위암이 있을 때도 그렇고요.

내 경우 경도의 위염이었는데 위암이 무서워 그 고생을 한 겁니다. 과잉진료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저자는 헬리코박터 감염과 무관하게 위암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박멸해도 위암에 100% 안 걸리는 게 아니고요. 심지어는 위궤양도 암으로 진전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전에는 위궤양이나 위 폴립(용종)이 위암으로 변화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지금은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본문 63쪽)

위암 발생의 메커니즘은 ▲ 위염 ▲ 위축성 위염 ▲ 장상피화생 ▲ 이형성 변화 ▲ 위암의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 발생의 원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 차라리 매운 음식 등 자극성 음식을 피하는 게 위암 발병률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추천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을 박멸하면 차라리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을 박멸함으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바로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액과 소화 도중의 음식이 식도로 역류하여 그곳에 머무르기 때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중략) 헬리코박터 균은 강한 산성의 위액 속에서도 살아남아 암모니아를 발생시켜 위액을 중화시키는데, 암모니아가 발생하지 않으면 위 속은 순식간에 지나치게 강한 산성 상태가 되어버립니다."(본문 66, 67쪽)

의학상식 믿을 만하지 않은 것 많아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누리집, 헬리코박터 균에 관한 부분 갈무리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누리집, 헬리코박터 균에 관한 부분 갈무리
ⓒ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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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주장만 하는 게 아닙니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의학상식에 매스를 들이 밉니다. 의학계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목숨 걸고 알려주는 의사의 거짓말'이라고 말합니다. "의사는 자기 편한 대로 거짓말을 한다"며 의사인 자신이 고해성사를 자청합니다.

저자 이시이 히카루는 현재 도쿄 신니혼바시 이시이클리닉 원장으로 일본의 소화기내시경학회·암면역학회·암치료학회·임상종양학회·암분자표적치료학회 회원으로 실제로 암 치료에 임하고 있는 의사입니다. 그러하기에 그의 고해성사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의 주장을 잠깐 적어 봅니다. 항암제는 발암물질이며 살세포제인데 건강한 세포까지 죽입니다. 면역요법의 99%는 사기입니다. 암을 치료한다고 사용했던 항암제가 10년 후 효과가 전무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합니다. '쿠레스친'이 그것입니다.

골다공증 치료약을 10년 이상 복용하면 암이 발생합니다. 의사는 알리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발암물질입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을 치료해도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동맥경화는 혈압강하제와 혈당강하제로 고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공관절은 정형외과의 돈 버는 항금알입니다. 수입 태반 제품은 불량품일 확률이 높습니다.

위장 조영검사는 X-ray 검사의 200배나 되는 방사선에 노출되게 합니다. PET(양전자방사단층촬영, Positr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은 치료효과 판정용이지 암 진단용이 아닙니다. CT(컴퓨터 단층촬영, Computed tomography)로 암을 발견하는 건 베테랑 의사만 가능합니다.

효과가 없는 약을 의사가 처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아스피린입니다. 저자는 '아스피린'이 부작용이 없다 보니 '부적'처럼 처방하여 진료비만 올린다고 지적합니다. 위궤양 등 차라리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의 내용이 의학 상식과 건강 상식을 뒤집는 것이 많아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의료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뒤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헬리코박터 제균 때 겪었던 고통을 새삼 생각나게 하는 책입니다.

덧붙이는 글 |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의사의 거짓말 42가지 - 현직 암전문의가 목숨 걸고 알려주는

이시이 히카루 지음, 김영진 옮김, 성안당(2016)


태그:#의사의 거짓말 42가지, #이시이 히카루, #김영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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