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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서울광장
 2008년 서울광장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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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10대회, 2008년 촛불집회.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느낌으로 보았던 그때의 그 광경들은 아직도 가슴 한 편에 남아있는 뿌듯함이자 미련으로 남는 아쉬움입니다.

가슴을 울컥거리게 하는 감동, 가슴을 쥐어뜯어도 시원찮을 아쉬움이 복잡한 감정으로 뒤섞입니다. 그때 좀 더 재밌게, 좀 더 가열차게, 좀 더 냉정하고 확실하게 정리 됐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세상에 독재를 좋아한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금 여기서 독재를 행사하고 있는 독재자조차도 독재가 좋은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독재는 존재합니다.

독재는 인류의 적이고, 사회의 악이고, 민주의 반동입니다. 그래서 무너뜨려야 합니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생각하고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독재를 성립해 나가는 방법은 교묘하고 독재를 유지해 나가는 수단은 악착같습니다. 독재라는 걸 알면서도 쉬 대응하지 못하도록 두려운 존재로 군림합니다.

A에서 Z까지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지은이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 옮긴이 박찬원 / 펴낸곳 (주)문학동네 / 2016년 3월 2일 / 값 15,000)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지은이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 옮긴이 박찬원 / 펴낸곳 (주)문학동네 / 2016년 3월 2일 / 값 15,000)
ⓒ (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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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지은이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옮긴이 박찬원, 펴낸곳 (주)문학동네)은 독재, 독재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 노하우이자 매뉴얼 같은 내용입니다.

이 책은 세르비아 독재자 밀로셰비치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비폭력저항운동단체 '오트포르!'의 리더였던 저자가 독재자를 무너뜨리까지의 과정, 그 과정에서 이용한 방법과 겪었던 시행착오까지를 두루 살펴 정리한 '독재자 무너뜨리는 법' 가이드북이자 활용서입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의외로 아주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독재자를 한순간 제압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이 있으면 '너 꺼져 버려' 하고 그냥 정리해 버리면 됩니다.

그럴 힘이 없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내 맘 같아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고 함께 투쟁해 준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힘이 있을 리 없고,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암울한 현실입니다. 

'탄압에 역풍 불러일으키기는 하나의 기술, 즉, 일종의 주짓수 기술 같은 것으로, 상대의 가장 큰 강점이 그들 자신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탄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한다. 우선 탄압이 상대의 검은 마음속 깊이 곪아온 악의 우물에서 부글부글 올라오는 사악한 기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149쪽.

독재는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공공의 적, 인류의 적입니다. 독재를 무너뜨리는 법을 연습하고, 훈련하고, 경험으로 체득해 성공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희생이 따릅니다. 누구는 절망하고, 어느 가정은 파멸하고.

책에서는 저자가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경험하고 검증하고 확인한 결과들을 노하우로 제시합니다. 독재자의 허점을 살필 수 있는 안목, 대중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방법, 그렇게 결집된 힘을 동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를 일러줍니다.

'왜냐하면 현실 정치는 지겨웠고, 우리는 모든 것이 재미있기를 바랐으며, 무엇보다도 웃기를 바랐다. 오트포르! 초창기에는 웃음이 정권에 대항하는 가장 큰 무기였다. 밀로셰비치의 독재는 결국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것이었다. 이웃에 대한 두려움, 감시에 대한 두려움, 경찰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공포의 시절 우리 세르비아인들은 두려움의 가장 큰 적수가 웃음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26쪽, '유머가 핵심전략이다' 중에서 

'그렇다고 우울해 할 이유는 없다. 가장 이질적인 그룹들이라도 문제에 정확하게 접근하면 통합은 가능하다. 그러려면 커다란 전략적 통합부터 시작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178쪽

독재의 두려움, 재밌고 웃을 수 있는 집회로 대응 

흔히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수신 이전에 격물·치지·정의·성심이 있습니다.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이라고도 합니다. 다시 말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이자 중심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독재자가 독재를 할 수 있는 근원, 사람들이 부당한 독재자에게 맞서기를 주저하고 동참하는 걸 꺼리는 이유 등을 정확하게 알고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게 독재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 근본, '지피지기'이자 '격물'입니다. 독재자가 독재를 할 수 있는 원천은 사람들을, 국민들을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두려움을 걷어낼 지혜, 재미있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맞서는 것이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총 323건을 살펴, 성공한 경우와 실패한 경우를 나누고 각각의 이유를 면밀히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비폭력 시위가 온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가 폭력 시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당신이 정확한 숫자를 더 선호한다면, 여기 그 지수가 있다. 무기를 든 경우 성공 확률은 26퍼센트다. 이 책에서 읽은 대로 평화적 원칙을 실행하면 확률은 53퍼센트로 올라간다.' -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226쪽

책에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으로 소개하는 방법은 '비폭력'입니다. 책에서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으로 소개하는 방법은 재미있게 동참할 수 있는 시위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데 비폭력적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건 저자의 경험뿐만이 아니라 연구결과로도 입증된 것임일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서울광장 촛불집회
 2008년 서울광장 촛불집회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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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치고 말로까지 행복한 사람은 없습니다. 비참합니다. 독재자로서 일생을 마치는 경우라 해도 그 후손들이 비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인류와 사회, 한 국가의 국민들은 물론 독재자 개인을 위해서라도 독재자는 하루라도 빨리 확실하게 무너뜨려야 합니다.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친일 잔재세력이 아직도 준동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교훈삼아 당장 무너뜨리는 것에만 급급해 하지 말아야 합니다. 냉정하게 발본색원이라는 개념까지를 덧대 비폭력적이되 미래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역사적으로 기릴 수 있는 더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거라 생각됩니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 민주화운동… 규모와 방법은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지향하는 바가 독재에 맞서는 항거, 부당함을 시정하기 위한 투쟁이라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 지혜와 묘책까지도 이 책 어느 줄 어느 행간에서 읽을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를 전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지은이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 옮긴이 박찬원 / 펴낸곳 (주)문학동네 / 2016년 3월 2일 / 값 15,000)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지음, 박찬원 옮김, 문학동네(2016)


태그:#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염현숙, #(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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