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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개운한 칼국수
 국물이 개운한 칼국수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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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개운한 게 아주 깔끔해요. 전 집에서 민 칼국수는 처음 먹어봐요."
"응? 정말 처음 먹어봐?"
"네~~!"

나는 며느리의 대답이 조금 의외였다.

지난 5일,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왔다. 삼시세끼를 해 먹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냥 외식할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점심에는 집에서 직접 칼국수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거창한 음식은 아니지만 집에서 민 칼국수는 제법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가끔씩 해먹었다. 하지만 언제 해 먹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특별한 음식이라기보다 정성과 시간이 드는 음식이라 큰마음 먹고 시작했다.

우리집은 이런 음식도 해 먹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딸아이가 결혼해서 사위가 생겼을 때에도 칼국수를 해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모두 맛있게 먹었다.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이 뿌듯했다.

주방에서 떠나지 못하는 며느리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고...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고...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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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어놓은 칼국수.
 썰어놓은 칼국수.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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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상을 치우고 밀가루 반죽을 미리 해 냉장고에 넣어놨다. 반죽을 미리 해두면 오랜시간 치대지 않아도 반죽이 쫄깃쫄깃해 맛을 더해주기 때문. 내가 반죽을 하는 걸 본 며느리는 본인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는지 주방에서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난 그 모습을 보고는 "할 거 없으니 이젠 너도 들어가서 쉬어라, 반죽을 해놔서 두세 시간 정도 있다가 밀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며느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지라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되레 내가 안쓰럽기도 했다.

1시간 정도 지나 미리 반죽해놓은 밀가루를 홍두깨로 밀어 썰었다.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며느리가 나왔다. 썰어놓은 칼국수를 본 며느리는 미안했는지 "더 있다가 하실 줄 알았는데 벌써 다 썰어놓으셨네요, 전 뭐 할까요?"란다.

"아직 할 거 없어. 육수 끓으면 그때 상 차리면 된다."

며느리가 그렇게 마음을 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다른 집 며느리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정도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은 음식하는 걸 맡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우리집 분위기에 더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나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육수가 끓어 썰어놓은 칼국수와 오징어, 바지락, 미더덕 등을 넣은 해물칼국수가 완성됐다. 조금만 먹는다는 며느리는 어느새 두 그릇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무엇이든 잘 먹는 며느리가 예쁘다.

"이런 것도 집에서 다하시고…, 어머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래 손이 많이 가지만 내가 귀찮지 않으면 집에서 해주지. 네가 잘 먹었다니 좋구나."

상차림도 며느리가 도와주고, 설거지도 며느리와 아들이 함께하니 내 일손이 조금은 줄었다. 앞으로도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고부 사이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태그:#집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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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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